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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실력주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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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0월01일 15시5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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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실력주의

 Knee의 Accidental Investment Banker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의 미국 월가 투자은행에서 일한 경험을 회고록 형식으로 써 내려간 책으로 이들 은행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실력주의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능력보다 배경이, 배경보다 운이 중요하다는 저간의 농담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력주의를 자랑하며 세계를 주름잡던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2008년 이후 철저히 규율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SEC의 철퇴를 맞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 밖에서 외국의 고위 관료나 정치가들의 자제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의 공여를 금지하는 미국의 FCPA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수년전부터 중국에서의 고용실태와 관련하여 SEC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최근 BNY Mellon은행이 중동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관료의 자재들에게 인턴을 제공한 것과 관련하여 SEC와 $15M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조금씩 보다 자세한 실상이 나타나고 있다.그 전모는 시간이 지나야만 밝혀지겠지만, 결국 월가의 일부 투자은행은 미국 내에서는 실력주의를, 미국 밖에서는 뇌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현지 사정에 발맞추어 다양한 잣대로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의 영악한 자본주의가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FCPA에 따라 통제된 셈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는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에 비추어 아무런 문제점이 없을까? 나아가 우리 기업이나 전문가 집단의 고용행태는 건전한 자본주의의 발전이라는 면에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대한민국내 금융회사/대기업

우리의 금융회사나 대기업들은 유수의 교육기관을 졸업한 인재를 중심으로 새로운 직원을 뽑는다. 경력직의 경우는 사안의 성격상 특채를 통한다. 이들의 채용과 관련하여 고위 공직자나 정치지도자가 청탁을 하였다면 형법상 뇌물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기업에 도움이 되는 법안을 제안하였거나 행정행위를 한 사실이 있다고 하여도 대가성(quid pro quo)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기는 어렵다.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이 되는지는 요즈음 법원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결말을 보아야 할 것같다. 기업이 고문을 두는 사례도 있으나 대부분 전임원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단기간 사무실의 제공없이 월급을 제공하는 경우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영업소 고용실태는 명확하지 않으나 지난 수십년간의 국제화 주창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 특히 금융회사의 해외영업의 존재는 전반적으로 아직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진출하여 있는 외국의 회사들도 국내외 유수교육기관에서 수학한 인재가 중심이고 다만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영업목적상 고문을 두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활동 실태에 따라서는 미국 FCPA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로비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위반 여부가 보다 크게 문제될 가능성이 많다. 이들이 대한민국의 고위 공직자 자제들에게 인턴을 제공하는 사례가 있다면 자국내 FCPA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뇌물의 광범위한 해석은 차치하고 대가성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주요거래가 계속 중이거나 명백하게 예상되는 경우 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겠지만, 채용절차나 자제의 능력을 감안하여 아무런 법적 문제가 될 수 없는 상황도 많을 것이다. 더구나 기업 내부의 준법통제프로그램에 따라서 이들의 채용과 관련하여 자세한 내부기준이나 절차를 지켰다면 설사 사후적으로 FCPA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 프로그램의 존재와 시행을 이유로 감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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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변호사/공인회계사

기업이 자본을 출자한 주주의 이익극대화라는 지상목표를 향하여 움직이는 존재라면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하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또는 이들의 집단인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은 여기에 더하여 직업적 가치라는 또 다른 목표가 더하여 진다.법치주의의 확립과 기업회계의 신뢰성 확보가 그것이다. 문제는 이들 전문가 집단내 경제적 가치와 직업적 가치간 적정한 균형이다. 사실 이러한 균형의 문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성직자에게도, 의술을 가지고 병든 자를 치료하는 의사에게도 해당되는 광범위한 질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변호사나 공인회계사는 다음 세상에서의 하나님이나 지금 세상에서의 공권력이 규율하는 성직자나 의사의 균형의 문제와는 달리 원칙적으로 집단내 자율적 규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가끔 자발적으로 균형상황을 점검하여 볼 필요가 있다.

 

이들 전문가집단은 일정한 시험과정을 거쳐서 자격을 취득한 자들로 비전문가와 이익을 공유하는 영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소위 사건브로커를 이용하거나 여타의 이익공유약정은 불법이다. 그러나 다양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들을 위하여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여 협업은 가능하다. 사회가 복잡하여 지면서 전문지식을 가진 자들이 법인 내지 공동사무소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도 생겨나고 일단 생긴 이상 계속 커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다 보니 신규채용이나 고문 자리가 하나의 향응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고문이 고위공직자의 행정부내 경험을 활용하여 법적인 해석이나 기업경영자문의 깊이를 더하려 하였다면 이제는 기업의 임직원들을 고문으로 채용하여 단순히 영업의 확장에 활용하고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고위 공직자나 기업 임직원이 전문가 집단내 취업을 하나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은퇴방안으로 고려하는 모양이고 더욱이 고문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서 대외적으로 크게 떠들고 다니기도 한다. 또한 신규채용에 있어서도 변호사나 회계사 채용시 특정기업과의 자문액수를 사전 합의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러한 행태를 법적으로 분석하자면 고위 공직자의 경우 최근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여 이해상충의 범위를 확대하였지만 그 범위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또는 예외를 인정받아 취업하였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법 위반이나 사후뇌물죄의 성립이 가능하며 기업의 임직원 역시 배임증수뇌죄가 성립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의 대부분은 특정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서비스를 권유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으로 우려되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 오직 영리만을 추구하는 사기업화함으로써 자신의 직업적 가치를 완전히 몰각하는 것이다.  또한 모든 국민들은 전문가 집단의 서비스를 마치 시장에서 빵 하나 사먹듯이 누구에게나 언제가 쉽게 구매가능한 대체재 상품으로 오인할 것이다. 물론 일부 국민은 여전히 자기자식들이 이들 집단에 속하여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다닐 것이다. 현재의 법규는 전문가집단에 대하여 전문적 교육과 지식을 기초로 시험을 시행하고 자격을 취득한 자들에게 엄격한 이해상충과 직업윤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자율적 규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나 소추기관도 조사를 자제하고 있으며 언론만이 가끔 해결책없는 스캔들을 보도할 뿐이다. 그래서 아직은 수면 아래의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하기는 외국에서는 영리만을 위한 교육기관이나 의료기관도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금융자문업도 처음에는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다가 이제는 모두 상장되었다.거래소에 상장된 법무법인도 있다. 우리도 영리의료법인의 허용문제에 관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국적으로 이를 허용할지 여부는 사회 전체의 판단의 문제이다.우리 사회 전체가 이들 전문가 집단이 사기업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면 법을 바꾸어서 이들도 사건 또는 자문 중개인을 통하여 수임하고 이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게 하며 사건중개인으로 등록하게 하자. 나아가, 변호사법에서 로비를 금지하는 규정은 폐지하고 전직 공무원이나 기업임원 중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싶은 자들은 등록하고 각자 사업체를 만들던지 아니면 고문으로 활동하게 하자. 전문자집단에 일거리를 가져다 주고 그 자문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으면 된다. 이들 새로운 규칙에 관하여 합의하여 이를 지키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보다 나은 해결책이 아닐까? 적어도 모두 떳떳하게 살 수 있다는 측면은 있을 것같다. 또한 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민일반의 신뢰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국정감사 때만 정치가들과 언론이 한번 떠들어서 국민의 불만을 토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식의 일시적 미봉책으로 현재 상황을 지속하려 한다면 법치주의는 물론 우리 사회를 이끄는 공직자와 전문지식인 일반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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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핵심가치 - 준법경영과 실력주의

식당을 경영하는 자는 자기 식당에 온 손님이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민권법을 통과시켜서 피부색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시켰고 따라서 그러한 결정이 차별적 취급에 해당된다면 이는 금지된다. 고용도 마찬가지이다. 내 가게에서 누구를 채용할지는 내 마음이지만 법은 지켜야 한다. 내 가게가 기업이고 전문적 지식을 표방한다면 지켜야 할 법이 보다 복잡하다. 대기업은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여, 전문적 지식에 기초하여 특별한 자격을 취득한 자들은 자격의 기초인 사회의 신뢰를 고려하여, 누구를 고용할지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한 결정이 공무원에 대한 뇌물로 또는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면 이는 범죄행위이므로 피하여야 한다. 그러한 결정이 전문적 지식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법에 반한다면 이 또한 범죄행위이므로 피하여야 한다.

 

자본주의의 정당성은 결과적인 경제적 효율에 기초하지만 법을 지키면서 자기 실력에 기초하여 부를 축적하였다는 절차적인 측면도 크다. 하기는 최근 미국 자본주의가 오직 법치주의와 실력주의에 기초하여 부를 축척하게 하다 보니 빈부의 격차가 너무 심하여졌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나오고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제력 집중억제방안에 관한 논의도 나오는 모양이다. 준법경영과 실력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도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가치를 넘어설 수는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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