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공모가 관련 정책, 일부 개선 필요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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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의 배경
원칙적으로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기업에게는 혁신과 성장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자산의 유동성과 투명성을 높일 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현실의 IPO시장에선 상장 당일 및 초기 며칠간 폭등했다가 이후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투기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작년 8월에 ‘기술성장기업 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 상장된 ‘파두’라는 팹리스 기업이 이후 매출이 급락하면서 주가도 폭락해, 공정 공시 및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 그간의 개선 정책
이러한 가운데 당국은 지난 ‘22년 12월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방안”을 발표, 1) 사전수요조사 허용을 통해 적정 공모가 밴드 설정, 2) 주관사의 책임 하에 주금납입능력을 확인하여 청약·배정, 3) 상장당일 가격변동폭을 확대하여 적정 균형가격 조기형성 도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파두사태’ 여파로 올 5월에는 “IPO주관업무 개선방안”을 발표, IPO주관사의 신뢰회복을 위해 1) 주관사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수수료 구조 개선, 2) 기업실사시 준수사항 규정화 및 법적 책임 강화, 3) 공모가 산정 관련 내부기준 마련 의무화, 4) 핵심 투자판단 정보 기재 및 서식 표준화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 일부 정책관련 논란의 소지
이상의 조치들은 적정 공모가 산정에 도움이 되고 실제수요와 납부능력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중요투자정보 미공시 등에 따른 투자피해를 최소화하고, 주관업무의 품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IPO프로세스 전반의 제도 개선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공모가 산정 관련 금융투자협회가 추진 중인 ‘IPO공모가격 산정 표준안’은 시장 일각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동 조치의 배경에는, 현행 인수업무규정에는 공모가 결정절차(수요예측 방법)에 관한 규정만 존재하여, 과도한 추정치 사용, 부적절한 비교기업 선정, 평가의 일관성 결여 등의 사례가 발생되는 현실이 있다. 이에 대해, 주요 평가요소(추정치, 비교기업)의 적용 기준, 내부 검증절차 등을 주관사 자체적으로 마련토록 하여(인수업무규정 개정) 공모가 산정의 적정성을 제고한다는 게 동 조치의 취지이다. 특히, 금융투자협회가 ‘IPO공모가격 결정기준 및 절차(가칭)’을 마련·배포하여 각 증권사들의 내부기준 마련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현업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공모가를 산정할 때에는 해당 기업 고유의 재무적·비재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데, 이 같은 복합적인 상황들을 금투협이 한번에 표준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반대 측면으로는 역설적이게도, 표준화된 산식에 따른 공모가가 시장으로 하여금 정당한 적정가격으로 인지하게끔 만들 개연성도 있다. 사실 공모가의 적정성이 크게 문제시되는 것은 성장 초기단계의 기업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에 대한 적정 가치 측정은 금투협 측에서도 자신있게 내놓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공모가 산정의 적정성’ 관련해서는, 사실 누구도 하나의 유일한 정답을 내놓기 어려운 것인데 그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거나 나아가 아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발상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적정 기업가치는, 동 기업의 미래 영업실적 뿐 아니라 향후 금리 등의 매크로 변수 등에도 영향 받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확실하고 가변적이며, 따라서 추정이 제각각이고 사실은 그래서 거래가 발생되는 것이다.
■ 조금 더 섬세한 정책 필요할 듯
본질적으로 정답이 없는 사안에서, 그나마 시장의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균형점(시장가격)이 Fair value라고 본다면, 위와 같은 사전적 규제 접근 보다는, IPO 이후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가령, A주관사가 a 주식의 최종 공모가를 100으로 상장시켰는데, 당일 종가가 120이고 이후에도 시장과의 괴리가 크게 없었다(a기업 주가도 시장 전체에 영향 받으므로 그 영향분을 배제)고 치자. 그렇다면 A주관사는 a사의 적정 가치를 약 20% 낮게 평가했던 셈이 된다. 만일 주관사에서 떨어졌던 B사는 애초에 제대로 120으로 평가했었다면, B사의 가치평가 능력이 더 나았던 거라고 볼 수 있게 된다. IPO시장 참가자들도 이러한 경험을 통해 보다 능력이 우수한 주관사로 쏠리게 될 개연성이 크며, 주관사가 되기 위해서는 증권사들도 평가 능력을 높여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증권사들은 자신들의 추정가가 IPO직후 시장가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사전 수요예측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가격발견 역할을 할 정도의 전문성이 있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그에 기반해 탄력적인 공모가 밴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관련 정책도 이러한 사전 수요예측 및 밴드 설정에 있어 증권사의 역량 차별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인해 주는 것이, 시장기능을 더 잘 살리는 방법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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