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의 문학산책 <75> 좋은 시에는 표현 의도를 나타내는 오묘한 전략이 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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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송/ 이 영 광
병든 어머니 두고 청송 갔다
점곡 옥산 길안 사과밭 지나 청송 갔다
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사과 알들을
계속 놓치며 푸르른 청송 갔다.
주산지를 물으며 청송 갔다
동해를 향해 한밤중
태백산맥 넘어 굽이굽이 청송 갔다.
병든 어머니 찾아 푸르른 청송 갔다
청송 지나 계속 눈 비비며 청송 갔다
이영광 시집 『살 것만 같던 마음』에 실린 「청송」이란 제목의 시를 읽는다. 시집 『살 것만 같던 마음』의 시편들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독자가 '청송'이란 시 속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깊이 읽으면서 완성해 내기 위해 노력해서 이 시에 담긴 시인의 표현전략을 알면 시의 본바탕을 깊게 알수 있다.
독자가 집중해서 한 행 한 행 공들여 읽고, 스스로의 상상력을 불러낼 때 이 시가 지닌 함축의 단서들을 찾아보게 되어 있다,
"어머니는 병들어 혼자 계신데 나는 청송에 갔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말의 되풀이 속에 시인의 표현 의도가 숨겨져 있다. 아마도 이 시의 작자는 병든 어머니를 두고 청송엘 갔는데 집에 누워계신 어머니 생각에 번민에 싸여 있었나 보다. 만에 하나, 그 어머니가 쾌차하지 못하셨다면 어머님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은 평생 가슴에 깊게 남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어머니 찾기에 나선 것이며 회한의 장소 "청송"을 찾아 나서고 있다.
청송에 닿기 위한 수많은 노정들이 이뤄내는 시공(時空)에 시인의 어머니는 임재(臨在)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눈을 닦아내기까지 하면서 ‘청송’에 갔다고 한다. 여실하다.
청송은 망극한 그리움의 실체가 되어 있다.
일상언어 관습으로는 비효율적인 말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시인 나름의 언어 말 쓰기 전략이다.
아픈 어머니의 아픔은 ‘어머니의 아픔’일 수밖에 없는, 한밤중 태백산맥을 넘어도 바다를 찾아가도 병든 어머니는 병든 어머니일 뿐이다. 다만 어머니의 ‘청송’을 찾아 헤매는 시인의 미망(迷忘)의 기록이 아주 명징하게 전경화 된다.
나는 이영광 시인이 쓴 이 ‘어머니 찾기’의 시를 한 20번쯤 반복해 읽었다. 리듬감까지 느껴진다. 짧은 시가 30여년 전에 돌아가신 내 어머니와 연계된 문맥으로도 읽히면서 나이 80인 내 눈에도 이슬이 스친다. 좋은 시는 감응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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