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의 문학산책 <74> 박목월 선생의 시 창작노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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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선생께서는 창작시를 연필로 쓰셨다. 조그만 노트에 연필 글씨로 초고를 쓰시면서 종이와 연필의 보드라운 감촉을 좋아하셨었다.
공책에 쓰신 시편들은 여러차례 수정을 거치고, 완벽한 작품으로 판단되는 작품들을 선별해 시집에 담아 발표하시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선별 안목이 대단히 엄격하셔서 독립 창작 시집으로 간행된 시집은 평생 5권뿐이었다. [산도화], [난.기타]..[청담] [경상도의 가랑잎] [무순]등이 그것이다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낸 [청록집]은 합동시집이고 박목월 선생 [청록집의 시편들은 시집 [산도화]에 수록되었다. 시집으로 간행된 [어머니]가 있으나 이 시집은 출판사의 청탁으로 간행된 시집으로 선생 자신이 자신의 창작시 목록에 넣지않으셨다. 그리고, 박목월 선생 사후에 종교시편들을 모아 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을 간행했으나 이 시집의 시편들은 선생께서 평생 동안 발표하신 기존의 작품들 중에서 종교적 특성을 지닌 시편들을 가려내서 간행한 선시집이다. 그럼으로 이 시집은 독립 창작시집이 아니다.
선생께서는 여러 권의 습작 노트를 남기신 것으로 알고 있다. 선생께서 엄선해서 발표하신 5권의 창작시집에 수록한 시편만 선생의 정본 시편들일 것이다. 최근 선생의 습작노트의 시편들을 소개하면서 "미발표 신작 발굴"이라 보도한 언론들이 있었다. 선생께서 시집에 수록하시지 않은 습작들이 "미발표 신작"일수는 없을 것이다.
박목월 선생께서는 조그만 공책에 연필로 시를 쓰셨다. 아래 노트에 쓰신 시는, [慶尙道(경상도)의 가랑잎](1968)과 [無順(무순)](1976)사이에 쓰신 [砂礫質(사력질)] 시편들의 초고일 것이다. [사력질]은 별도 시집으로 간행되지 못하고 [무순]에 수록되었다. 아마도 1973년 시전문 잡지 [心象(심상)]을 창간 간행하시느라 틈을 내기 어려우셨을 것. 선생께서도 [사력질] 시편들을 별도 시집으로 내지 못하신 것을 "커다란 착오"(시집 [무순]의 후기)라 말씀하셨었다.
엎드려, 조그만 공책에 연필로 쓰신 선생의 시가 간결한 문체의 서정시인 것은 당연한 귀결일 듯….
아래 노트는 선생 영결식 후, 선생께서 쓰시던 만년필과 함께 유익순 사모님께서 내게 주신 것. 선생 뵙듯이 간직하라시며….
50여년 전 선생의 필적을 다시 보니 시에 준엄하셨고 인간에 다감하셨던 선생이 많이 그립다.
<사진 1: 박목월 선생의 시창작 노트>
<사진 2: 박목월 선생의 시창작 노트 일부>
<사진 3: 박목월 선생의 시창작 노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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