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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한 정치개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5월01일 17시34분

작성자

  • 이달곤
  • 前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前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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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여의도 정치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정치구조가 다당제로 바뀌었고, 여소야대가 되는 등 구조적 리모델링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집권당의 과거 지도부와 대통령의 정치방식과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었다. 모두 변화를 모색할 셈인 것 같다. 3정당을 보더라도 각 당의 사정은 모두 다르지만, 지도부 구성, 이념과 정책지향, 국회대정부활동, 대선을 과정 등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동이 있을 것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 1년 6개월, 한국 정치의 특징은 유동성과 가변성이다.


유동성과 가변성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들 한다.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게임의 내용과 방향이 달라진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당면하는 가변성은 예측이 쉽지 않은, 그야말로 럭비공이 될 것 같다. 제3정당의 진입과 묘한 의석배분, 여소야대, 독특한 정치력의 대통령, 대선임박, 끝내주는 종편의 독설, 경제불황, 북한 안보위협, 보수층의 등 돌림, 야당성향의 전략적 집결, 그리고 안개속의 대선주자 등등이 복합 압축된 형태로 단기 전술적 게임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외곽 틀이 깨지고 내부 변수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므로, 국민 입장에서는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런데 국민은 실체성이 있지만 민주화과정에서처럼 행동의 주체로서 나설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변화와 변동을 이끌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보고, 국민과 국가를 포함한 ‘나라’ 전체의 관점에서 정치가 개혁되어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 리더십, 도마에 오르다.

대통령은 1년 6개월 남은 임기로서 뭔가 남기고 싶은 일에 매달릴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4대 개혁이 그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책부분을 보면 250페이지 가량 업적을 적고 있다. 고생이 많다. 하지만 이제 남은 기간 동안 한정된 시간을 고려한 단기 고속로드맵(fast track road map)이 필요하다. 래임덕 대통령(lame duck presidency)에 진입하였고,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야당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면 국민이 기억할 수준으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야당들은 협조보다는 공격을 일삼을 것이다. 그래야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야권이 다음 대통령직을 인수한다면, 여대야소가 된다. 그러면 초기 2년 속도를 낼 수 있기에 정권간의 대조를 기대하며 더욱 비판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제 대통령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여소야대의 악조건 속에서도 일정 성과를 내고 다음 대통령직을 여권에서 계속 인수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정책 혼조에 따른 푸념과 정치리더십의 역불급(力不及) 낙인을 받을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지도자의 성격과 태도의 변화가 어려운 것이기에 주변 변수를 통하여 변화된 상황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청와대의 개편과 개각을 통하여 새로운 인재군들이 국정과제를 밀고 나가는 모양세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사는 만사이어야 하는데 야권의 제동력이 커지면서 국정 동력이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힐 것이다.  

 

정점을 이룰 여의도 정치.

두 번째는 정당과 국회를 중심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어느 당도 유효한 리더십의 확보가 용이하지 않다. 대선주자들의 경선과정은 분열의 시작이기에 더욱 그렇다. 당의 노선 장악과 대통령 후보자의 선정과정은 치열한 정쟁과 암투의 절정이다. 여기에서 과거보다는 나은 정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입법활동과 정기국회의 대부분이 대선후보 선정의 정치공학에 흡입될 것이다. 소위 ‘민생’을 도모하기 위한 경쟁적 목소리를 낼 것이지만, 그것이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할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정치권이 민생을 실제로 구제할 수 있는 역량은 극히 낮다. 관련법 몇 개를 통과시킨다고 민생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우리 상황에서 민생이란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고, 정부는 규제와 간섭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하는 장기처방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개발과 수요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경쟁력의 지속적인 강화가 중심에 서야한다. 이것은 정치가 나서면 더욱 갑갑해지는 문제이다. 

 

또 다시 실망할 국민.

셋째는 국민의 입장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여 실천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첫째는 정치권이 정쟁을 줄이고 철저한 입법활동을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부가 보다 창의적 리더십으로 누적된 경제,사회 문제의 해결에 과감하게 나서라는 것이다. 추가한다면, 대북관계의 개선 에 효과적인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고 있다. 그러나 정쟁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실망은 깊어만 갈 것이다. 그래서 대선에서는 정말로 성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치를 끌고 갈 세력이 다극화되고 또 돌출행동으로 겨루는 상황에서 언론은 더욱 흥분할 것이고, 국민의 정치불신은 엉뚱한 결과를 낳으면서 다음 5년까지 후회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국민은 오지 않는 ‘고도(Godot)를 기다리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7년 뒤에 보면 국민이 기대한 정치는, 근거 없는 낙관에 기초하였거나, 어떠한 새로운 것도 일어나지 않는 흔한 반복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아직도 순진하게 진실로 개선되는 정치를 ‘고도’라고 믿으면서 기다리고 있다.

 

개헌으로 나가야 한다. 

위에서 지적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근거로 ‘나라’ 전체를 위한 정치개혁의 과제와 접근법을 간략하게 적시해보고자 한다. 위에서 언급된 부정적인 측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춘다. 나라의 입장에서 더 중요하고 더 큰 과제를 내세우면서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정국을 주도하려는 노력이 여러 주체들로부터 나온다면 위에서 지적한 실망할 문제들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첫째, 나라의 과제가 되고 있는 개헌을 공론화하고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세대 이전 군부통치를 마무리하면서 작성된 헌법을 앞으로 다가올 정치, 경제, 사회적 수준에 걸맞게 개정하는 것이다. 권력구조, 지역주의 타파, 경제민주화, 서비스산업 고도화, 복지제도, 정부의 위상과 분권, 문화향유권, 남북관계, 기후변화, 대외협력 등과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미 다양한 안이 나와 있기 때문에 큰 혼란이 없을 것이고 시간도 길게 걸리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의 블랙홀’이라는 식의 자세는 역사에 대한 비급한 회피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도, 각 정파들도, 국민도 뿌듯한 과업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 과제의 완성에는 대통령의 앞선 인식과 지도력이 결정적이다.


선거직의 위상을 재조정하는 정치제도 개혁.

둘째, 선거직의 정치제도를 개헌과 연계하여 개혁하여야 한다. 국회의 위상과 역할, 국회운영제도,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위상, 선거구제도, 권한과 의무 등등 해결하여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이번 총선으로 그 지긋지긋한 지역주의 문빗장이 약간 풀린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역주의 하나만이라도 극복한다면 한국정치는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여당이 반대할지 모르지만, 명분이 너무 좋고 또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현 시점에서 언론에서, 그리고 나라 지도자의 위상을 차지하려는 정치인들이 밀고 나가야 할 과제이다. 선거직 한 자리가 하는 일에 비하여 그 자리를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관심과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정보통신영상혁명으로 고전적인 대변의 기능은 약화되었고 직접참여의 수단을 넓어졌고 그 효과는 강해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선거직의 위상과 대우를 대폭 축소 조정하여야 한다. 새누리당에서 제시하고 있는 무노동무임금과 국민의 당의 의원소환제는 바로 실시되어야 한다. 비례대표와 지역구의 세비가 달라야 하고, 농산어촌과 도시 출신의 지역구 활동비가 차이가 나야 한다. 그 정도가 10%정도여서는 의미가 없고, 50%정도 차이가 날 수 있어야 한다. 국민 여론의 형성에 언론이 힘을 보태주어야 하고 관련 NGOs는 팔 걷고 나서야 한다. 선거구도 이제 대도시의 경우와 농산어촌의 경우를 달리해야 한다. 대도시의 중대 선거구 도입과 수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공약을 보면 지역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다. 과감한 정치인의 지역분권화가 필요하다. 


정책의제 중심의 정치 리더와 팔로워의 토대 구축  

셋째, 우리는 노령화, 경제활력과 복지국가, 대북관계 관리 등의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대처가 시급한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 이러한 과제는 정치인의 인식과 이들의 입장과 정책을 지지하는 팔로워들의 조밀한 연계망과 안정적인 토대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선거에 졌다고 모든 것을 팽개치고 두문불출하는 정치인에게 남북 통일문제를 어떻게 맡겨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몇 가지 ‘나라의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를 선정하고 이러한 의제에 대한 정치인의분명한 입장을 요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제 정치에 적극적인 국민은 그 노선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구축하여야 한다. 친박이니, 친노니, 또 호남이니, 중부니 하는 식의 집단화는 의미가 없음이 지적되어야 한다. 의원내각제도 아닌 국가에서 대통령 중심의 세력집단을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기본 임무임을 잊은 자태다. 국가적 과제를 중심으로 정당이나 정당 내부의 집단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한 세력집단이 정당 안에 존재하면서 국민들에게 선택권을 항상 열어주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서독의 통일정책이 정권의 변경으로 개변되지 않았던 일을 기억하여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주자학적인 이상론이라고 폄훼할지 모른다. 하지만, 근대화를 성공시킨 한국사회의 다음 도전(next challenge)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런 도전에는 전환기를 맞고 있는 나라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나서야 하겠지만, 구체적으로는 ‘다음’을 노리는 정치인이 나서서 만들어 가야 하는 구조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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