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협력기구(SCO)정상회담: 중러 전략적 안보-경제협력 함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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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약 7개월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9월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정상회의에 앞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특히 시진핑 1인 중심의 새로운 지도 체제가 확립되는 10월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순방을 중단한 시진핑(習近平)주석이 약 2년 8개월만에 첫 해외순방으로 상하이협력기구(SCO)정상회의 참석에 이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중러 전략적 안보-경제협력 강화에 합의한 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친애하는 나의 오랜 친구를 직접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반가움을 표시하며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하여 양국간 핵심 이익 문제에 대해 강력한 상호 지원을 할 것이며 러시아가 다시금 하나의 중국 원칙(一個中國原則)을 지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대만은 중국에서 절대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고 강조"하였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게 고수하며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추종 국가들의 도발을 강하게 규탄"하였다. 이어 줄곧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세계적인 지배권을 포기하지 않고 단극 체계를 유지하고자 추악한 노력을 행사한다면서 보다 다극화된 세계질서 구축 차원에서 중러간 긴밀한 전략적 공조 강화의 필요성"을 밝혔다. 시진핑 주석 역시 "100년 만의 대격변 시기(百年大變局)를 맞이하여 러시아와 함께 중국은 책임 있는 세계 강국의 모범을 보여주며 급변하는 세계질서를 긍정적인 발전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변하였다.
한편 중러 정상회담에 앞서 9월 12일 중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정치국원은 조만간 이임 예정인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고위급 전략적 안보-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 양국의 핵심이익을 수호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국제질서의 발전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러 양국은 핵심 이익문제에 대해 서로를 확고하게 지지하며 국제 다자 무대에서 밀접하게 협력하여 상호 공동이익을 보호하며 어느 일방이 주도하여 규정 짓는 국제질서가 아닌 다극화된 국제질서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특히 신임 주중 러시아 대사로 부임할 예정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줄곧 중국, 한반도, 유라시아 업무 등을 주로 담당하여 왔다. 모르굴로프 신임 주중 러시아 대사 임명 이후 중러 전략적 안보-경제협력 강화뿐만 아니라 중-러-몽골, 중-러-중앙 아시아, 중-러-이란, 중-러-파키스탄, 중-러-북 등 중국과 러시아를 핵심축으로 하여 다극화된 국제질서와 유라시아 지역 통합을 위한 안보-경제협력 본격화가 예상된다.
이미 시진핑 지도부는 다극화된 국제질서 추진과 미중전략경쟁 대응을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활성화 차원에서 신장(新疆) 우루무치를 러시아, 중앙 아시아국가, 아프칸, 이란, 파키스탄 등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안보-경제 협력 본격화를 위한 핵심 허브로 육성하고 이어 홍콩-선전(深圳)은 아세안(ASEAN)국가들과 정치-경제 협력 활성화를 위해 무역-금융 서비스(홍콩)과 첨단 IT 제조업(선전)를 더욱 확대시켜 나간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번 상하이 협력기구(SCO)참석과 중러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가장 중요한 대만문제에 있어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들로부터 하나의 중국원칙(一個中國原則)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얻었다. 아울러 중국이 주창한 유라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석유, 천연가스, 교역 등에 있어 더 이상 달러가 아닌 위안화(元) 및 현지 화폐(루블화) 등을 이용한 국제 지불 방식 변경, 새로운 전자화폐 확대 등을 위한 상하이협력기구(SCO)개발은행설립과 인프라 개발기금 협의, 유라시아 지역 경제 통합 가속화에 합의하였다.
이어 중국이 주창한 SCO 회원국 국가들 대테러 전문 인재 공동 양성과 정보-안보 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SCO 회원국들간 정보-안보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는데 의견 일치를 보여주었다. 끝으로 북한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오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중러가 주도하는 상하이 협력기구(SCO)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이란의 가입으로 인해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세계 인구 약 44%에 달하는 31억명 거대한 유라시아 지역 안보-경제 협의체가 사실상 자리매김하였으며 앞으로 다극화된 세계질서 구축에 따른 유라시아 지역 공동체 추진을 위해 회원국 규모를 더욱 확대시켜 나간다는 중장기 구상을 밝히고 있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면 유라시아 지역 동쪽 끝에 위치한 북한 가입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의 아프칸 철수에 이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으로 인해 국제질서 대격변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정상회의 계기로 중러 양국은 더 이상 미국과 서구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다극화된 국제질서와 유라시아 지역 공동체 구축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위해 상하이 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중앙아시아, 아세안(ASEAN), 중동 등을 중심으로 안보-경제 분야 협력 강화가 예상된다. 특히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해 공산당 100주년를 계기로 2049년까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대국 발전모델을 대내외에 제시하며 인류운명공동체(人類命運共同體), 신형국제관계(新型國際關系)에 기반한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20차 당 대회 이후 크게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와 아세안(ASEAN) 지역을 중심으로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나토(NATO) 연계전략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러 전략적 안보-경제 기조 하에 유라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다날개(多翼)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즉 중국 동북쪽 지역인 동북(東北)3성을 중심으로 남-북-중 3자, 남-북-중-러 4자, 남-북-중-러-몽골 5자 협력 등을 추진하고 서쪽 지역인 신장(新疆)을 중심으로 중국-파키스탄-아프간 3자, 중국-우즈벡-카자흐스탄(중앙아시아 국가)-러시아 4자, 중국-파키스탄-아프간-이란 4자간 협력 등을 추진하고 남쪽 지역은 중-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4자, 중-아세안(ASEAN) 협력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물론 미국의 아프칸 철수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안보-경제협력에 기반하는 다극화된 국제질서와 유라시아 지역 통합은 중장기적인 목표로 추진될 것이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강력한 도전과 견제가 예상된다. 그러나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의 아프칸 철수에 따른 지정학적 공백 발생 이후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새로운 국제 질서 도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사실상 제1 도련선 내에 위치한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과 같은 핵심 이익(core interest)을 놓고 미국과 양보할 수 없는 본격적인 지정학 경쟁이 시작되었다.
곧 10월에 개최될 예정인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에 따른 중장기 1인 체제가 확실 시 되는 상황 하에서 첫 해외 순방으로 상하이 협력기구(SCO)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중러 전략적 안보-경제 협력 강화는 상당한 정책적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역시 급변하는 국제질서 대변화를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유라시아 지역 질서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정세의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한중간 국가 안보실 및 외교부, 국방부 차원의 고위급 전략대화와 한중 싱크탱크들 간의 긴밀한 대화와 소통을 통한 정책적 대응 방안 마련이 요망된다.<끝>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No. 2022-07 (2022.9.20.)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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