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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지휘통제체계와 핵무기 사용 조건의 변화 평가: 9.8 핵무력정책 법령을 중심으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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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9월16일 15시01분

작성자

  • 정성장
  •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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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정권 수립 74주년 기념일 전날인 지난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를 개최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새 법령(이하 ‘9.8 핵무력정책 법령’으로 약칭)을 채택했다. 북한은 2013년 4월 1일에도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법령을 공포한 바 있는데, 이때에는 핵무력 지휘통제체계나 핵무기 사용 조건 등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모든 조항이 총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채택한 ‘9.8 핵무력정책 법령’은 대부분의 조항이 매우 구체성을 띠고 있어 지난 9년 동안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지휘통제체계 발전 등을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2013년 법령은 대내외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2022년 법령은 북한의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달라진 위상을 배경으로 유사시 핵무기의 지휘통제 및 사용과 관련해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특징이 있다.

 

북한의 2013년과 2022년 법령을 비교할 때 이번 법령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핵무력 지휘통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제3조와 핵무기의 사용 조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제6조이다. 2013년 법령의 제4조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해서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2022년 법령의 제3조 2항은 공화국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국무위원장직과 최고사령관직을 모두 겸직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차이가 있는 부분은 ‘9.8 핵무력정책 법령’의 제3조 2항에서 국무위원장이 임명하는 성원들로 구성되는 ‘국가핵무력지휘기구’가 핵무기와 관련한 결정으로부터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국무위원장을 보좌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이다.

 

평가기관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은 2022년 현재 약 50개 정도의 핵무기 또는 상응하는 핵분열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현재 전술핵무기의 전방 배치까지 추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핵무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휘통제기구의 운용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9.8 핵무력정책 법령’의 제3조 3항에서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명시함으로써 한미의 ‘참수작전’으로 북한 수뇌부가 위험에 처할 경우 즉각적으로 남한에 대한 핵공격이 단행될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와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부여하는 제3조 2항과 상충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김정은은 자신이 항상 최종 결정권을 가지면서도 집권 이후 핵심 간부들에게 일정한 권한을 위임해온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 법령의 제3조 3항은 국가핵무력 지휘통제체계가 위험에 처해 김정은이 핵무력을 지휘할 수 없게 될 경우 핵무기를 운용하는 일선 부대 지휘관들에게 핵무기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게 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선 지휘관은 평상시에는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을 절대로 볼 수 없고 유사시에만 확인하고 미리 결정된 작전방안대로 실행에 옮기게 되어 있다. 따라서 유사시 일선 지휘관에게 일정한 권한이 위임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9.8 핵무력정책 법령’의 제6조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5가지 경우를 들고 있다. ①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륙무기(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② 국가지도부나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③ 국가의 중요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④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⑤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이다 (강조는 필자).

 

2013년 법령에서는 북한이 침략이나 공격을 당했을 경우에 핵무기 사용을 정당화하고 있었으나, 2022년 법령의 제6조는 이처럼 ‘적대세력’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작전상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핵 선제공격까지 정당화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미가 북한을 공격하겠다고 예고하고 공격하지 않는 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것을 북한이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북한은 외부의 비핵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명문화하고 있어 한반도에서 (일부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등으로 인한) 우발적 군사충돌 시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남한에 대해 절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 불사용을 전제로 지금까지 진행해온 한미연합훈련의 진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앞으로 북한이 전술핵이나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최악의 상황까지 반드시 고려해 훈련을 진행해야만 한다. 그리고 북한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나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즉각적으로 북한에 상응하는 무기로 보복할 것이라는 약속을 한국 정부는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협의체(EDSCG) 회의를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문서화된 형태로 받아내야 한다. 그 결과 만약 북한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나 전략핵무기를 사용하면 미국도 상응하는 무기로 북한을 즉각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보복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대내외에 명확하게 천명해야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해 미국도 즉각적인 핵 사용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대내외에 명확하게 천명하지 못한다면, 한국 내에서 ‘미국이 워싱턴 DC와 뉴욕이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을 지켜줄 것인가?’라는 의문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No. 2022-06 (2022.9.14.)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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