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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상원 '밀레이 개혁 플랜' 승인, '타협과 조정의 승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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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6월17일 16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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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아르헨티나의 Javier Milei 대통령 정권이 제안한 담대한 국가 개혁 입법안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야당인 좌파 사회주의 페론주의(Peronism) 정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에서 우여곡절 끝에 가결됐다. 작년말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극우자유(지상)주의 경제학자 Milei 대통령은 그가 주창해 온 개혁 플랜의 입법에서 첫 승리를 거둔 것이다. Milei 대통령은 개혁에 극렬 저항하는 군중들이 의사당 밖에서 경찰 병력과 충돌하는 가운데 상원이 일부 국유기업 민영화, 재정지출 대폭 삭감을 골자로 하는 개혁 입법을 가결하자 “대승리(triumph)” 라며 환호했다.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Milei 개혁 법안은 향후 1년 간 경제, 재정 등 광범한 분야에 걸친 긴급 조치로, 경제 및 행정 등의 일부 분야에서 의회의 승인을 얻지 않고도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아르헨의 최대 채권자인 IMF도 이번에 아르헨 상원 여야가 의결한 개혁 입법을 긍정적으로 보고 430억달러 채무 조정 조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영국 The Economist지는 시장은 Milei 대통령이 상원으로부터 핵심 개혁 플랜에 대한 승인을 얻어낸 것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개혁 입법은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 하나는 대통령에 대한 긴급조치권 부여, 국유기업 민영화,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이고, 다른 하나는 전임 정권이 선거에 도움을 얻기 위해 폐지했던 소득세 항목을 환원해서 개혁에 필요한 세수를 증대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래에, 신생 소수당 출신 Milei 대통령이 압도적 다수인 좌파 세력을 상대로 협상에 성공한 과정과 이것이 우리에 주는 교훈을 살펴본다. 

 

■ "Milei 정부, 일부 핵심 과제도 양보, 야당 다수의 상원에서 가결"

 

이날 상원의 심의 가결 과정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과도하게 팽창한 정부를 개편하고 오랜 동안 곤경에서 허덕이고 있는 아르헨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정부 예산 적자 삭감, 외자 도입 촉진, 일부 국유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Milei 개혁안에 대한 잠정적인 승인부터 찬반 동률로 나타나자 상원의장을 겸한 Victoria Villarruel 부통령이 찬성 쪽에 손을 들어 가까스로 가결됐다.

 

이어서, 상원의원들은 개혁 입법의 핵심 쟁점 사안들에 대해 각 조항별로 축조 심의를 거쳐 표결하면서 다음날 새벽까지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회 소수당에 불과한 집권 여당은 일부 핵심 사안에 대해 어렵게 양보했다. 아르헨을 상징하는 국영 항공사 Aerolineas Argentina, 우정 사업, 공영 방송 등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받아들였다. 대신에, Argentina 원전 등을 포함한 상당수 국유기업들은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수많은 노동자들에 영향을 미칠 소득세 과세 하한을 인하하는 문제도 두 번에 걸친 표결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그만큼 Milei 정부의 재정 개혁 플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개혁 법안에는 일부 국유기업의 민영화 외에도 에너지, 농업, 첨단 기술 분야에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에 원칙적으로 향후 30년 간 세금 우대 조치를 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동시에, 정식 고용 전에 종업원의 시용(試用) 기간을 대폭 늘리는 것도 가능하도록 노동시장 조건도 완화됐다. 이는 국내 기업 활동 촉진과 동시에,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Milei 정권은 2023년 12월 정권 출범과 함께 제시했던 개혁안의 일부를 단념했다. 당초 664개 항목으로 구성된 법안을 제출했으나, 노동조합 등의 강력 반발로 당초 규모의 1/3 정도로 축소됐다. Milei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자유선진당은 상원 72석 중 7석, 하원 257석 중 3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개혁 법안 성립에는 좌파 야당의 협력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에서는 아직도 조항의 수정이 이어지고 있어서 최종 법안은 더욱 수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 "Milei 정부는 핵심 개혁 동력을 확보, 시장에 신뢰를 심어준 것"

 

이번에 상원에서 가결된 ‘Milei 개혁’ 입법은 하원의 최종 표결을 남겨 두고 있다. 그러나, 하원은 동 법안들을 수 개월 간의 논의를 거쳐 지난 4월에 일차 가결됐던 법안이어서 하원에서는 비교적 장애가 낮아 무난히 성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치 입문이 겨우 3년 남짓한 Milei 대통령은 초기부터 기성 제도권을 거침없이 비판하며 일종의 ‘포퓰리즘 아웃사이더(populist outsider)’로써 권력을 쟁취했다. 따라서, 이번 첫 입법 시도에서는 아직도 의회의 압도적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과 타협하지 않고는 심도 있는 개혁 입법을 성사시키는 게 불가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임했다. 결국, Milei 개혁안이 상원을 통과함으로써 그는 개혁의 핵심 동력을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Milei 대통령의 자유전진당(Liberty Advances)은 하원에서 겨우 15%, 상원에서 10%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Milei 대통령은, 개혁 입법이 가결된 직후 SNS X(Twitter)에 글을 올리고 이번 입법은 과거 40여년 만에 가장 야심 찬 개혁 입법이라고 주장하고 “오늘은 아르헨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의 날이고, 아르헨티나의 위대함을 회복하기 위한 첫 걸음” 이라고 선언했다. Milei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민주화된 1983년 이후 취임 6개월 내에 한 건의 입법도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평가되고 있어, 자신의 통치 능력도 의문시되고 있던 상황에서 교착 상태를 타개할 묘책을 찾아오던 처지였다.

 

정치 분석가들은 Milei 대통령은 이번 개혁 플랜의 입법 성공으로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Milei 개혁 플랜이 의회의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고, 장차 현재 가중되고 있는 정치 혼란과 사회 불안을 견뎌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이번 Milei 개혁 입법의 상원 통과 직후 아르헨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 "야당은 계속 반대 투쟁을 벼르고 있어, 전도에 불안은 남아 있어"

 

그러나, 상원이 이번에 개혁 법안들을 가결한 것이 지극히 근소한 차이로 이뤄졌고 야당 진영은 계속 투쟁을 주장하고 있어, Milei 개혁 실행 과정의 전도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반해, 미국의 한 아르헨 전문가(지정학적 리스크 연구기업 Horizon Engage사 아메리카 책임자 Marcelo Garcia)는 “지금 Milei 정부는 정치적인 학습 효과 커브에 올라 있고, (이번 개혁 입법 성공은) 그의 개혁 플랜이 얼마나 실현될 것인지에 첨예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이나 시장 참가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것” 이라며 낙관적 기대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상원의원들은 238개 항목에 달하는 국가 개혁 입법안을 두고 21 시간 동안 논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몇 가지 개혁 항목들을 제외하기도 했다. 그러나, Milei 개혁 법안 심의 과정에서 극단적 의견 분단을 보였던 향후 1년 간 국가비상사태 선언, 에너지, 연금, 치안 등 분야에서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말까지 대통령에 광범한 권한을 부여하는 안은 가결됐다. 이들 안건의 표결도 35 : 35로 찬반 균형을 이루자 의장인 Villarruel 부통령이 가결 쪽으로 손을 들어야만 했다.

 

대체로, Milei 대통령의 개혁 플랜의 이념은 종전의 좌파 페론주의(Peronism) 운동으로부터 일거에 환원하는 것이다. 전임 Cristina Fernandes de Kirchner 대통령이 집권했던 과거 임기 동안에 통화 증발로 조달한 재정 자금으로 보전하면서 방만한 재정 운용을 거듭하면서 누적돼 온 막대한 규모의 예산 적자를, 일시적 불황으로 국민들에 고통을 안겨줄 것을 감내하며, 균형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담대한 재정 지출 삭감, 자국통화 평가절하로 경제의 정상화를 도모한 것이다. 직전에는 빈곤율이 55%에 달했고, 물가상승률은 300%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다.

 

한편, IMF도 Milei 개혁 추진을 두고 아르헨티나의 ‘이색적인’ 지도자가 아르헨티나를 바꿀 것이라며 칭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MF는 Milei 정부의 경제 재건 정책에 대해 “기대 이상의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고, 이대로 계속 진행되어야 할 것” 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Q1 재정수지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Milei 대통령은 자국 통화의 달러화(化) 등 과격한 조치들을 내걸고 정권을 쟁취한 극단 성향의 인물이다.

 

Milei 대통령은 정권 발족 후 6개월 간 ‘충격 요법’이라고 칭하는 담대한 긴축 정책으로 일관해서 재정수지 흑자를 달성했고, 일시적 경기 악화를 각오하며 최대 현안인 고(高)인플레이션에 대처하고 있다. 각 성(省) 정부 규모를 반감하고 7만명에 이르는 공무원도 삭감했다. 따라서, 일련의 Milei 개혁으로 피해를 보는 근로자 조직 등의 집단적 저항도 계속될 것이어서 앞날에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 "아르헨 5월 CPI, 전년동월 대비 276%로 둔화, ‘긴축 효과’ 평가"

 

한편, 지금 아르헨티나 경제에 가장 긴요한 것은 고(高)인플레이션의 억지(抑止)다. 극심한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들 일상 및 사회 안정을 위해서도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만한 물가상승은 최대 난관인 것이다. 당연히, Milei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초(超)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미증유의 재정감축 등, 고통을 수반한 비상 대책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희미하나마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내 수요 억제를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물가 상승에 연동해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제도를 축소했다. 임금 상승률을 낮춰서 소비자들의 소비 의욕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압력도 가하고 있다. 소매 및 의료기관 등 과점 상태에 있는 업계에서는 Milei 정부의 지시에 따라 요금을 조정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원자재 비용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일부 원자재 수입에 부과되는 세금을 면제하는 조치도 취했다. 아르헨 중앙은행도 이미 6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정책금리를 100%에서 40%까지 인하했다. 인플레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기업들의 생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비상한 긴축 노력으로 이제 물가상승세는 약간이나마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아르헨 통계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276.4%로, 약 10개월만에 둔화했다. 전월 4월 상승률은 289.4%였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4.2%로 대폭 둔화됐다(4월; 8.8%). 아르헨 인플레율은 2023년 12월 이래 200%를 상회하고 있어 주요국 중 최악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나,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어 Milei 정부의 비상 정책들이 주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아르헨 정부와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는 IMF도 주로 중·저 소득 계층에 타격이 큰 긴축 정책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경향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2023년 12월 탄생한 Milei 정권의 물가 대응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르헨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말에 100%선을 넘어섰고 2023년 말경에는 200%선도 넘어섰다. 이후 Milei 정권 취임 몇 달 만에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최고인 작년 12월 25.5%에서 5개월 연속 감속하고 있다.

 

Milei 정권은 정권 발족 직후부터 공공 공사를 동결하는 동시에, 정부 보조금도 대폭 삭감하는 등, 극단적 긴축 정책을 펴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요는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임금 상승율도 하락하고 있고,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 저하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Milei 대통령은 자유주의자(Libertarian)를 자처하면서도 현재 당면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및 조세 제도의 개혁, 국유기업 민영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단아(異端兒) Milei 대통령은 아르헨 국민들에게 '마지막 선택'"

 

이제 겨우 의회 입법 과정의 마지막 단계를 넘어선 Milei 개혁 플랜의 전도에는 아직도 야당 세력의 격렬한 반대 운동 등, 숱한 난관이 가로놓여 있다. 그가 선거 전에 내걸었던 자국통화 페소화(貨)의 ‘달러화(化)’ 정책은 아직 수면 하에 잠재해 있을 뿐, 여전히 ‘목표’ 라며 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취임 초 공식 환율을 50% 이상 절하했으나 불안정한 환율 움직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비공식 환율과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물가 및 경제 안정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다.

 

이번 개혁 플랜의 주요 항목인 외자(外資) 유치를 위한 조치들이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지금 중남미 2대 경제 대국 브라질과 멕시코에는 자동차 기업을 위시한 대형 투자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 한 때 남미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면서 영화(榮華)를 구가했던 아르헨티나에는 이런 대형 투자 사업은 아직 시동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상원에서 Milei 개혁 플랜이 가결되는 과정에서 좌파 야당의 상당 수 의원들이 동조한 것처럼, 지금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는 경제의 발본 개혁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채무 재조정 협상을 진행 중인 IMF의 집행이사회도 이번 상원의 의결을 받아 440억달러 규모 프로그램을 심사하고 Milei 정권이 기존 채무 상환을 위해 고대해 온 8억달러 신규 대출 안건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Milei 대통령 정부는 IMF를 포함한 자금원으로부터 신규 자금 유입은 현재 시행 중인 환율 통제 및 자본 거래 제한을 해제하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복귀하는데 핵심적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IMF의 신규 대출 결정은 이러한 상황 개선을 향한 긍정적 진전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과 아르헨티나 정부가 U$180억 규모의 아르헨 페소화 vs. 중국 위안화 통화스왚(Currency Swap) 계약을 맺은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최근 알려진 바로는 Milei 대통령이 시기는 미정이나 가까운 시일에 중국을 방문, 시진핑 주석과 회담할 것으로 알려진다.

 

Milei 대통령은 2023년 대선 과정에서는 공산주의자들과는 손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공언한 바 있어, 중국과 거리를 두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Milei 대통령은 경제 면에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의식해서 중국에 대한 과격한 발언은 삼가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아르헨은 수입의 20%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수출에서도 10% 정도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Milei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외국과 적극 외교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미국도 5 차례나 방문했으나 기업가들과 회동이 중심이고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지금 글로벌 경제 흐름 및 금융시장에서 제외되어 고립돼 있는 아르헨의 입장에서는 이제 어떤 고통도 감내하면서 개혁 작업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누대 포퓰리즘 정권들이 쌓아온 사회주의 병폐를 조속히 걷어내고, 파탄 직전의 벼랑 끝에 서있는 경제를 회생시키고,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과격한 자유주의 신봉자 Milei 대통령은 ‘필연적이고, 마지막 선택’ 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스스로 돕지 않으면 누구도 돕지 않는다는 교훈을 깊이 새겨야"

 

이제 겨우 의회 상원 문턱을 넘어선 ‘Milei 개혁’ 플랜은 앞으로도 추가 입법 및 관련 정책들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원안 수정이 이루어질 것도 예상되나, 일단 청신호를 받은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아직 초기에 불과하나, 어느 면에선 정치 수완이 미지수인 극단적 자유주의 성향의 Milei 대통령을 선출한 아르헨 국민들의 모험적 선택이 일단 주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反)시장 전체주의 정서에 젖어 온 사회주의 좌파 정당, 사회단체, 은퇴자들, 노동조합 등 진영은 여전히 이번 개혁 입법으로 더욱 높은 인플레이션, 실업 증가에 직면할 것을 우려한다. 이들은 ‘이전에도 이런 독배를 마신 적이 있으나, 이를 반복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Villarruel 상원의장 겸 부통령의 표현대로 ‘지금 두 개의 아르헨티나가 존재한다. 거리에서 차량에 방화하며 민주주의를 망치는 폭력적 아르헨티나가 있고, 고통과 희생을 각오하고 개혁에 지지를 보내는 노동자들도 있다.’ 지금 양분된 아르헨 사회상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무정부자본주의자(anarcho-capitalist)를 자처하는 Milei 대통령은 당초부터 자신의 개혁 플랜을 ‘충격’ 요법으로 자처하며, 지금이야 말로 파탄 직전의 아르헨티나 경제를 회생시킬 마지막 기회로 삼고 있다. 여기에, 상당 수 야당 의원들이 찬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Milei 대통령도 자신의 개혁 플랜의 불씨를 살려가기 위해 핵심 항목들도 담대하게 양보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아르헨티나 상원의 개혁 입법 심의 표결 과정을 보면, 아르헨 사회가 일견 ‘자기 진영이 아니면 모든 것을 배척하고, 자신이 속한 진영이라면 어떤 잘못도 받아들이는’ 단순 양분의 정치 분단과 의연하게 결별(訣別)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아르헨티나 의회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일견 경이로운 타협과 조정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적 대의와 공동 이익을 위해서는 진영과 개인의 이해득실, 정파적 책략도 초월할 수 있다는 새로운 면모에 많은 선망(羨望)의 정을 느낀다. 그만큼, 자기 정파의 우두머리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륜 도덕과 양심도, 국가적 대의명분도, 헌신짝처럼 벗어 던지고 마치 사교(邪敎) 집단처럼 맹종하는 우리네 정치 집단들과는 너무나도 현격한 대조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앞서, Milei 대통령의 극단적 이념과 사상의 단면은 차치하고, 모름지기 국가 지도자란 이처럼 확고한 자기 신념과 투철한 사명감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시장 경제를 표방한 현 정권이 분수없이 경거 망동하는 좌파 집단의 선동에 덩달아 동조하는 양상은 지극한 불안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국가 최고지도자라는 처지에, 사사로운 이익과 주변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본래 주의주장을 망각하거나, 국정을 훼손, 정체(停滯)시키는 것은 큰 절망을 안겨줄 뿐이다. 이래서는 정치의 발전도 국리민복의 증진도 모두 다 덧없는 헛된 꿈에 불과하고, 백년하청(百年河淸)이요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지금 이 나라가 제 갈 길을 잃고 헤매는 가련한 양상을 지켜보자 하니, 선량한 국민들을 한없는 절망과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스스로 자신의 직분과 권위를 지키고 올바른 길을 가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자들을 어느 누구라도 도울 수가 없음은 정해진 이치다. 부질없는 넋두리에 불과하나, 이전에는 그래도 구차한 사익은 엄정하게 규율하고 오직 국가 대운을 개척하려던 의로운 정객들도 더러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한낱 얄팍한 술수만 가득 찬 저급 정상배들만 득실대는 것만 같아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 나라 구성원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그야말로 대오각성(大悟覺醒)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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