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어쩌다 이 지경까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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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실적 7개월 연속 하락, 암울한 전망만 쌓여가고…
지난 6월 수출이 7개월째 연속 하락하면서 하락폭도 3년5개월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상황이 갈수록 암울한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나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패권전쟁이라는 미중의 무역전쟁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G20오사카정상회의를 마치자마자 기습적으로 실시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는 한국 수출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우선 눈앞에 펼쳐진 수출부진의 실상은 참담하기만 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 6월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3.5% 줄어든 441억8천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출 감소폭은 2016년 1월 19.6% 감소 이후 3년5개월만의 최대치이고,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우리나라 수출부진이 미·중 무역전쟁 등 세계무역환경의 악화와 세계 반도체 가격하락 등에 기인한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 힘으로 이런 난관을 극복할 뾰쪽한 대안도 없는 것이 현실이어서 무척 답답하기만 하다.
그나마 G20오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고대했으나 결과는 ‘임시 휴전’ 상태로 미봉됐다는 소식은 우리에게도 무척 우울한 소식임에 틀림없다.
G20정상회의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끝냈다. 그러나 주최국인 일본은 다음날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일본의 필수소재 3개 품목 對韓 수출규제 발표
일본정부는 G20 오사카 정상회의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인 1일 반도체·TV·스마트폰 등의 제조에 꼭 필요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 수소)’ 등 3개 첨단 재료의 한국에 대한 수출 우대조치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4일부터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일본 정부는 첨단 소재 등의 수출에 대한 수출 허가 신청이 면제되는 외환 우대 제도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되면서, 일본 업체들은 한국에 첨단소재를 수출할 때마다 자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취득해야한다. '화이트 국가'에는 미국, 영국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있으며 우리나라는 2004년에 지정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은 ‘일제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첫 배상판결’과 관련된 경제보복조치라는 것이 언론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위안부 재단 해체 등이 겹치면서 감정싸움이 깊어져 온 한·일 관계가 마침내 강경대치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선택이란 평가가나오고 있다.
강경대치 국면 접어든 韓日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그러나 더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일본의 이런 대응이 충분히 예상됐었는데도 한국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지 걱정스럽기만 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의 보복 조치가 우려 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온다면 거기에 대해 가만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장관으로서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어쨌든 과연 그럴만한 대응수단을 갖고 있다는 얘기인지 새삼스럽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행여나 일촉즉발의 한일관계 악화에 이런 강장관의 이런 언급이 불난데 기름은 부은 격이 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주최국인 일본과의 한·일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한 것을 비롯해 한·일 관계 악화가 경제 분야로 불똥이 튀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 부재’가 양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일본 정부의 ‘값비싼 청구서’가 날아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본전문가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자문위원은 지난 4월 29일자 본란 (ifsPOST 뉴스인사이트)에 게재한 칼럼에서 일본 자민당 등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일본이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 분야로 5가지를 예시한 바 있다.
전략물자의 대(對)한국 수출 제한, 금융제재, 여행비자 혜택 축소 또는 한국청년들의 일본기업 취업 억제, 기술개발 및 연구협력 축소, 여타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보복 가능성 등을 들었다. 그 중 첫 번째인 전략물자의 한국 수출제한이 극히 제한적이지만 이번에 실행된 것이다. 섬뜩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일본이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물론 이번 조치가 미국과 유럽 등의 기업에도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고, '외교 보복' 차원의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도 염두에 둘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한 필요한 대응조치 취할 것”
한국 정부가 일본 규제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첫 번째 대응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대책회의를 갖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외교부는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도렴동 청사로 초치해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항의하고 유감을 표시했다. 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일본 규제조치에 대해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하여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경제보복 조치로 규정하고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 뿐만 아니라, 지난주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합의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성 장관은 이어 "우리 정부는 그간 업계와 함께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提高)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재산업육성은 바람직하고 우리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해법이지만 ‘소재부품산업의 육성’ 구호는 수십 년 전부터 강조돼온 정부정책이면서도 여전히 우리의 과제로 남아있는 난제중의 난제라는 점도정부는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이뤄질 일인지 모르지만 당장 일본의 규제조치로 인해 일본에서 이들 소재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우리 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단어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본 정부가 사실상 ‘경제 보복’ 카드를 뽑아든 직접적인 원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무대응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본의 분석이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일본 측이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지만, 한국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사실상의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것이 사실임도 분명하다.
名分과 實利 사이의 외교 전략, 총체적 점검이 절실하다.
흔히 어떤 선택을 함에 있어 명분(名分)과 실리(實利) 가운데 무엇을 취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가를 고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대부분 어느 하나를 택하기는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떤 사안이라도 두 가지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걸린 외교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결코 공정과 정의만으로 일처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교적 영향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논리가 밀림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익을 우선하는 국제사회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대일외교가 쉽지 않은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친일(親日)청산’ 논란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는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세간에는 ‘외교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오직 남북관계 개선에만 외교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지금 우리의 대일 외교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무엇이 최선의 방법인가를 재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협소한 국토와 자원빈국인 탓에 수출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한국경제의 숙명을 고려할 때 경제외교의 전략적 중요성을 좀 더 강화해야 할 때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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