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과세’와 ‘기업인 가석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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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유보금 과세’와 ‘기업인 가석방’, 언뜻 보면 아무 관계없는 주제이다. 하지만 최근 제2기 경제팀은 이 두 주제를 경제활성화의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 사내유보금과세는 「조세법」의 영역이며 가석방의 문제는 「형법」의 영역이다. 원칙론 적으로 조세는 경제활성화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고 형법상 문제는 경제활성화와 아무 관련성이 없다. 우리 경제팀은 사내유보금을 많이 쌓아 놓고도 적정한 투자, 임금인상,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하여 과세하게 되면, 투자나 임금, 배당에 사용하게 되어 기업 활성화가 된다는 것이고 구속되어 있는 기업인을 가석방하게 되면 현재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중요한 경영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되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내유보금과세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하여는 필자의 2014년 8월11일 블로그 “이유 있는 겸연쩍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므로 이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고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기업인 가석방은 가석방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형법」 상 가석방의 요건을 갖춘 자에게 해줄 수 있다. 우리 「형법」 제72조는 가석방의 요건을 “징역 또는 금고(禁錮)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장(行狀)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으며 벌금 또는 과료의 병과가 있는 때에는 그 금액을 완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21조 제2항은 “위원회는 수형자의 나이, 범죄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가석방 후의 생계능력, 생활환경, 재범의 위험성, 그 밖에 필요한 사정을 고려하여 가석방의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석방의 요건에 기업인과 비기업인을 구별하고 있지 않으며 더욱이 경제 활성화가 가석방의 요건으로 적시되지도 않고 있다. 필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혹자(或者)는 참으로 순진한 접근방법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요건이 「형법」에 당연히 언급되지 않고 있으나 현재의 상황으로는 기업인 가석방을 통하여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부연설명을 하면서까지 필자의 생각을 원칙론에 젖어 여유가 없는 답답한 생각으로 몰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혹자의 주장은 단연코 위험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법의 적용은, 특히 그중에서도 형법의 적용은 어떤 경우라도 법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격은 어찌 보면 「조세법」과 「형법」이 많이 닮았다. 「조세법」의 ‘조세법률주의’와 「형법」의 ‘죄형법정주의’가 침해법적인 성격이 강한 조세법과 형법에 있어서 가지는 의미는 전혀 다르지 않다.
우리 「형법」 제72조의 가석방의 요건을 유기징역의 경우에 국한해서 보면 “그 행장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규정된바 없으므로 기업인과 기업인이 아닌 자를 불문하고 이 요건이외에 어떤 요건도 가석방의 요건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업인을 가석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인의 수형생활이 모범적이어서 개전이 정이 현저하고 최소한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하여야 가석방의 요건을 갖추게 되는데 실제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이 형기의 70%~80%를 경과한 상태에서 가석방이 이루어지고 이보다 적게 형기를 마친 경우의 가석방은 거의 없다. 법무부 교정본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1999년부터 2013년까지 15년간 총 91,059명이 가석방되었는데 형의 집행율이 70%미만에서 가석방된 경우는 0.6%에 불과하고 70%이상에서 80%미만이 9.9%, 80%이상이 89.5%이어서 총 99.4%의 가석방자가 형집행율 70%이상에서 가석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형의 집행율이란 형집행기간을 선고형량으로 나눈 값으로 만약 수감자 A의 법원 선고형량이 10년인데 현재 5년의 형기를 마쳤다면 현 시점에서의 형의 집행율은 50%가 된다. 만약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기업인을 「형법」 72조에서 정한 최소한의 형기요건만을 마쳤다고 하여 가석방 해준다면 위법하지는 않지만 법적용의 공정성 측면에서 기업인을 제외한 일반인보다 특혜를 준다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의 집행은 기업인이라고 하여 가혹하게 할 필요도 없으며 특혜를 줄 이유도 없다. 즉, 유전중죄(有錢重罪)도 안되며 유전무죄(有錢無罪)도 안된다는 얘기다. 법의 집행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철칙(鐵則)이고 법집행에 법규정과 일반적인 법감정을 떠난 어떤 요인도 개입되면 그 집행은 국민들에게 납득될 수 없다.
경제활성화는 현정부와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는 사항이다. 하지만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사내유보금에 대하여 과세하겠다는 것은 경제활성화와의 인과관계를 찾기 힘들며, 일반인과 다른 기준의 가석방요건을 기업인에게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법집행의 공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줘서 국민정서에서 납득하기 힘들다. 단기적으로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사용한 정책이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더욱 문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사내유보금과세가 바로 투자에 연결될 것이라는 논리나 기업인 가석방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법집행의 공정성을 저버리면서 까지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경제환경의 체질개선이라는 구조적인 면을 경시하고 단기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며 형법을 형해화(形骸化)시킴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유전무죄라는 법집행의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사내유보금과세와 기업인 가석방은 현 경제팀이 경제활성화를 신속하기 이루기 위하여 고안한 것이다. 하지만 사내유보금과세가 존재한다고 하여 경제성을 바탕으로한 합리적인 투자처가 없음에도 기업이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고 형법 제72조에 규정되어 있는 최소한의 가석방요건을 만족하였다고 해서 일반적인 집행율 요건과 관계없이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기업인을 가석방하는 것은 형법과 국민의 법 감정에서 볼 때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가볍게 결정할일이 아니다.
기업인 가석방제도의 입법취지는 수감자의 사회재적응을 위하여 잔여형기에 관계없이 범인성(犯人性)이 교정되었다고 판단되면 석방한다는 것이다. 가석방의 가장 객관적인 기준은 형 집행율이다. 국민 중 누구라도 일반적인 가석방의 형집행율 미만에서 가석방이 이루어진다면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형법 제72조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21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고려사항이외에 경제활성화를 그 이유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여 집행율이 50%이하에서라도 가석방을 하고자 한다면 기업인 만이 아니라 기업인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도 같은 정도의 집행율 수준에서 가석방을 시행하는 것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그 추세를 바꾸어 보는 것이 일반인과의 법집행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소박한 해결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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