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계 후진성, 과연 규제만의 문제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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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의 성숙도가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보다도 못하다는 이야기가 얼마 전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한국의 경제 수장을 지냈던 한 분으로부터 어떤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주도하던 기라성과 같은 분들의 이름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금융은 왜 이렇게 후진성을 벋어나지 못하는가라는 자조적인 대화가 오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수익성은 바닥 수준이고 가시적인 시일 내에 좋아질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이런 대화 속에 가장 먼저 이야기 나오는 것이 규제 문제이다. 우리 나라는 규제가 많아서 발전을 못한다고 이야기 되고는 한다. 그런데 정말 규제 만이 이슈인가? 요즈음 만큼 규제 개혁을 외치고 또 실행에 옮긴 적이 전에 있었는가 묻고 싶다. 규제가 풀린다고 하루 아침에 산업의 침체 상황이 천지개벽을 할 수는 없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우리의 규제 환경을 미국이나 구미 금융 선진국과 같은 잣대로 일대일로 비교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나름대로의 역사와 이유가 다 있기에 그렇다. 물론 규제가 더 풀리고 자유로운 환경이 만들어지면 산업의 발전에 도움은 될 것이다.
규제 외에 현재 우리의 경제 사회적으로 처한 상황이 금융 산업을 매우 어렵게 한다. 1~2프로 대로 낮아진 초저금리 환경은 아직 예대 마진에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가속화되는 구조적인 내수 침체와 엔저, 세계 경기의 불황은 우리 수출의 앞날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기업들은 이런 상황 속에 수익성도 떨어질 것이고, 또 과감한 투자를 기대 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 요인도 부족하고 M&A 같은 활동도 줄어든다. IT의 발달로 투자자들은 매우 싼 수수료만 내고 온라인으로 주식 거래를 한다. 증권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이유이다. 가계 소득이 줄고 저금리로 인한 자산 운용 수익률 감소로 보험업도 매우 어려운 지경이다. 주식 시장 침체로 펀드 수탁고 또한 줄어 자산 운용사들의 형편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업은 서비스 산업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전문가들은 설사 그들이 한국인이라 해도 한국에 와서 그다지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단 금융산업이 다양하지 못하고 시장 자체의 규모나 발달 속도가 늦어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 이에 따라 보상의 수준 또한 선진 금융시장 대비 현저히 낮다. 게다가 개인 소득 세율은 우리의 경쟁 시장인 홍콩 싱가폴 등에 비하면 몇 배에 이른다. 근로소득세는 2~3배 이고, PEF나 헷지 펀드 운용자의 성과 보수에 대한 세율이 이들 국가에서는 0인 반면 우리는 40프로 이상의 개인 소득세를 내야 한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금융산업을 키우려면 사람이 키(key)인데, 이런 환경 속에 능력이 출중한 전문 인력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과세 형평성을 위해서인지 비거주자에 대한 국내 소득세율을 부과하는 기준을 국내 체류 180일 이내에서 90일 이내로 강화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금융 전문인력들이 한국을 오가면서 일하기 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 중 그나마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비교적 용이한 부분이 자산운용업이라고 믿는다. 그 이유는 대규모 인프라와 브랜드가 비교적으로 덜 필요한 부분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이 산업을 받치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 들이다. 하지만 일례로, 국민연금 기금 운용본부는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기치아래 전주로 이전 한다고 한다. 위에 이야기한 여러 이유로 금융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일하기를 가뜩이나 꺼리는데 이제 지방으로까지 가서 근무하라 한다. 세종시 이전 예에서 보듯이, 인정하기 싫겠지만 자녀 교육 및 인프라 미비 등의 이유로 많은 이산 가족이 양산 되고 있다. 금융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아무리 ICT 가 발달 하여도 서로 만나서 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왜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폴 등이 소위 이야기 하는 머니센터(Money Center)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또 전문 인력들이 비싼 여행비를 들여가며 출장지에서 많은 시간을 쓰는지를 보면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제조업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선진국형 경제구조 속에 있다. 5천만을 먹여 살리고 내수를 진작하려면 의료, 교육, ICT를 비롯한 지식기반의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이고 그 중에 금융 산업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단순한 규제 개선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고 다양하고 종합적인 문제들을 시장 참가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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