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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복지와 재정의 새 틀을 짜자.- ⑥ 재원조달, 어떻게 해야하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2월13일 23시08분
  • 최종수정 2017년12월14일 10시56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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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구출신의 3선인 유승민의원이 당선되었다. 유 원내대표는 취임일성(一聲)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여 지금까지 정부가 주장해왔던 “증세 없는 복지”가 현재의 상황에서 합당치 않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정부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복지지출에 필요한 재원조달의 문제는 증세(增稅)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복지수준의 합의, 합의된 복지수준에 대응하는 소요액추정, 재원조달의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여 논의를 전개하기는 너무 방대하며 재원조달의 방법을 제외한 부분은 특별기획시리즈의 전반부에서 이미 논의가 되었으므로 필자는 복지수준의 합의가 되고 그 합의된 복지에 필요한 소요액이 추정되고 그 소요액을 충당함에 있어서 현재의 재원조달수준으로 부족하다면 어떤 세목을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이 조세공평과 효율성측면에서 합당한가와 아울러 어떠한 방법이 현실적으로 국민정서에 기반 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어느 세목을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것을 결정하는 문제는 정책결정의 문제로서 모든 납세자들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납세자들이 자기가 각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유리한 것만을 선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납세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고 해서 정책을 입안하여 실행하지 않을 수 없으며 당장 눈앞에서 조세저항이 느껴진다고 해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미 시행된 조세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뒤집어서도 안 된다.   

 세금을 어느 정도 추가로 징수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집권초기에 작성한 공약가계부에서 언급한 135조에서 시작하여 이미 경과한 2013년과 2014년의 소요액과 조달된 재원의 차이에서 추가적인 재원조달의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합당한 접근방법이다. 하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가 공표된바 없으므로 운용과 조달을 따져 그 부족한 액수를  제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2013년과 2014년의 세수부족액 8.5조와 10.9조만을 언급하더라도 현재의 재정적자가 심각함은 실감할 수 있다. 재정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복지지출수준을 줄이거나 추가적인 재원확보에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복지지출수준을 줄이지 않으려면 재원확보를 하여야 하고 재원확보는 국가채무를 발생시키거나 세수를 증가시켜야 한다. 세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재정적자의 문제는 결국 국가채무의 증가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2007년 현재 299조에서 2013년 483조로 증가하여 61% 증가되었다. 같은 기간 동안 국가채무의 증가가 총수입이나 총지출 및 조세총액의 증가보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2009년 15%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다가 2012년까지 대체적으로 하락하였으나 2013년 다시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채무로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것은 증세를 통한 재원조달 이후에 차선책으로 행할 조치라고 전제하고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별로 현재의 상황과 실제 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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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소득세는 개인의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이다. 소득세는 유리알지갑이라고 불리는 근로소득자와 개인사업소득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개인에게 과세되기 때문에 세율 인상 시 조세저항이 강한편이며 서민증세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역이다. 특히 근로소득자는 사업소득자와의 관계에서 소득의 투명성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강하며 최근 연말정산파동은 법인세를 올리지 않고 소득세만 실질적으로 증세했다는 근로소득자들의 조세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은 현재 최고세율이 38%(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41.8%)의 5단계 세율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준조세적 성격을 지닌 4대 보험까지 고려한다면 그리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2014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과세표준 1억 5천만 원 이상인 경우 소득세율이 35%에서 38%로 인상되었고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뀜에 따라 실질적인 증세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근 연말정산 파동을 잠재우기 위한 후속대책으로 증세의 많은 부분이 취소될 운명에 처해있다. 올해 5월에 종합소득에 대한 신고가 끝나고 난 이후에 전체적인 세수증가와 각 총 급여 수준별 세수증감을 분석하여 소득세 전반에 대한 새로운 틀을 짜야 할 것이다.  
 
 
 둘째, 법인세는 법인의 소득에 과세하는 세목으로 2000년 이후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감세기조가 형성되고 있다. 세계적인 법인세의 감세기조는 법인소득의 경우 법인소득에 대하여 법인세가 과세되고, 과세된 나머지가 결국 개인주주로 배당이 되어 배당소득세가 과세 될 것이므로 이중과세가 이루어져 이중과세의 조정(수입배당금의 익금 불산입)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면 결국 법인세는 폐지될 수도 있다는 논리가 이론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것과는 별개로 법인소득은 개인소득과 성격이 달라 누진세율이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OECD 국가 중 67%의 국가가 법인세 단일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법인세와 관련된 중요한 논의 중 하나는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법인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법인세율을 인상하더라도 법인세수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경기활성화와 관련하여 법인세율인상에 강력한 반대논리로 제시되고 있다. 법인세율인상에 동조하는 논리는 우리나라의 명목법인세율은 최고세율기준 22%로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8년 25%에서 3% 인하한바 있으며 2014년 OECD기준 평균 23.4%보다 약간 낮고 각종 감면 등을 제외한 실효법인세율 기준으로는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16%로 미국(26%)이나 일본(34.62%), 독일(29.55%), 영국(28%)에 비하여 매우 낮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법인세의 문제는 인상불가의 논리와 인상해야한다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논리에 찬성하지 않으나 현재 한국의 분위기에서는 법인세의 인상 논의를 제외하고는 증세논의에 대한 정치적 합일점을 찾기 힘든 것 같다. 만약 굳이 법인세의 인상을 통하여 세수를 확보하고 소득세증세에 반대하는 납세자들의 피해의식을 치유하려 한다면 사내유보금과세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직접적으로 법인세율을 인상할 것을 제안해본다. 사내유보금과세는 기업의 투자활동에 세법이 관여한다는 비판이외에도 실제 적용 시 세수증대효과도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인상안으로는 법인세율인상을 구간별로 차등화(10%, 20%, 22%구간을 11%, 22%, 25%로 인상)하는 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2013년 법인세수 기준으로 약 6조원의 세수증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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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부가가치세는 일반소비세의 성격을 지니며, 대표적인 간접세이다. 간접세는 소득에 역진적이어서 부가가치세율을 올리자는 주장은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로서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1977년 이후 10%로 단 한 번도 변경한 적이 없으며 OECD평균인 18.7%에 비하여 현저히 낮아 34개국 중 4번째로 낮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로 OECD평균인 6.9%보다 낮아 인상 여지는 있다. 그리고 2008년 이후 많은 국가에서 부가가치세를 인상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도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부가가치세율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둔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경기와 관련하여서 그 시기를 면밀히 검토하여야하고 거두어진 부가가치세를 저소득계층의 복지에 사용하여야 소득에 역진적인 효과를 많은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장기적으로는 이루어져야 하지만 국민정서와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시점에서 바로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상황은 현 정부가 공약한 복지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충당할 재원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만약 충당할 재원이 부족하다면 약속한 복지지출을 줄이든지 추가적인 증세에 국민이 합의해야한다. 증세에 합의한다면 어느 세목을 인상하여 재원을 마련할지도 조세의 공평성과 효율성차원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필자는 법인세 인상에 대하여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법인세 인상을 하지 않고는 증세의 진행과정이 한 발짝도 못나갈 형국이다. 이론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국민적 정서에 기초한 국민적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정책은 실패하고야 만다. 법인세를 일부 올려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면 법인세를 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신과 공약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도 당연히 의미 있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사정변경이 있고 국민여론이 이를 지지한다면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융통성도 이 시점에서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는 생각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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