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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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이하 간단히 ‘복지’로 칭함)는 이제 한국사회의 핵심제도의 하나가 되었고 한국사회가 복지제도의 발전을 통해 복지국가 또는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다. 따라서 1990년대부터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복지는 정당의 중요한 공약사항으로 등장하였고, 선거의 승패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또한 복지 공약과 실천에 관련한 많은 의견과 논쟁이 우리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복지의 또 다른 의미는 국가가 단순히 저소득층이나 심리사회적 문제 계층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산층 이상 사람들에게까지도 공통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한편 예방 대책과 나아가서는 삶의 질을 높이는 상당한 범위 내의 사회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의미의 복지를 제도적 복지(institutional social welfare)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사회복지는 국가의 중요한 제도로 인정되고 있으며, 오늘날 서구 복지국가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 잔여적 복지를 제도적 복지로 발전시켜 온 나라들로서 국가발전의 수준에 걸 맞는 금품과(또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즉 성장과 복지의 상생과 균형을 유지해 오고 있다. 언론, 정치인들 그리고 일반인들 중에 최근 복지공약과 복지예산의 증가 등에 대해서도 복지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나 혼돈 하는 상황에서 “복지예산이 100조를 훨씬 넘었다”, “복지비용의 중가속도가 빠르다”, “복지예산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등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선진국의 과도한 복지의 실패 경험에서 나온 우려의 목소리라는 면에서 의미 있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히 있다. 사회복지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국민들도 상당한 정도는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복지는 문제해결에만 매달린 ‘밑 빠진 독에 물 붙기 식’ 복지, 서비스 내용에 따른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적절한 조화의 부족, 부담능력을 무시한 무분별한 복지 확대라 할 수 있다. 특히 국가의 복지예산에 관련해 말할 때 복지의 의미는 어려운 계층만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복지 즉 잔여적 복지를 말하는지, 국민들의 공통적 복지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금품이나 서비스의 급여(어떤 의미에서 필수적으로 되어 버린 복지)까지 포함하는 제도적 복지를 말하는지, 제도적 복지를 말한다면 그 대상과 범위는 어디까지를 말하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복지예산을 한 묶음으로 피상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예산 내용을 분석한 후 명확히 이야기하는 것이 바림직하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총액수나 국가예산 중의 비율만으로 이야기 하면 복지의 의미와 이와 관련된 국가예산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그렇게 많은 복지비용’, ‘증가하는 복지비용’에 대한 오해로 반복지(反福祉)의 정서까지 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복지라는 말에 대해 일반인들, 언론계 및 정치인들이 이해하는 정도가 상당히 달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사실을 왜곡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복지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하나는 개인이나 가족이 스스로 노력하여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심리사회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금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복지의 의미를 잔여적 복지(residual social welfare)라 부른다. 즉 경제적 또는 심리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친척, 이웃, 일반인, 사회단체 등이 먼저 도움을 주고 그래도 안 될 경우 제일 마지막으로 국가가 도움을 주는 것이 잔여적 복지이다. 이런 의미의 복지는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기본적 복지이지만 실상은 문제해결에 급급하고 일시적으로 주어지고 근본적 해결이나 예방은 거의 생각지도 못하고 국가의 중요한 제도로 인정되지도 못한다.
우리사회에서도 복지에 대한 이해가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복지를 어려운 계층을 도와주는 것으로 한정하는 잔여적 복지로 이해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더 많은 지도 모른다. 잔여적 복지는 국민을 빈자와 부자로 나누어 사회를 분열시키고, 빈자를 도덕적 해이의 계층으로 몰아가고, 도움을 주는 국가는 베푸는 시혜자가 되고, 받는 쪽에서는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고 자존감마저 훼손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어떤 의미에서 선거라는 국민적 의견수렴을 통해 적어도 지난 20여년간 추구하여 온 복지는 잔여적 복지가 아닌 제도적 복지이다. 다만 제도적 복지를 중심으로 한국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어느 대상에게, 어떤 서비스를, 어느 정도까지 줄 것인가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큰 과제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보건,복지,고용으로 묶여진 116조원 복지예산을 실제로 분석해보면, 어려운 계층을 위한 금품이나 서비스 제공 즉 잔여적 복지에 해당하는 예산은 그 중에 4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40%에는 최소한의 기본적 복지라 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지원, 노인 및 청소년 지원, 국가 유공자에 대한 보훈과 저소득층 주거복지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나머지 60%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지급비용(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고용보험 급여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비용,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국가 지원금, 영유아양 육수당과 보육료지원, 근로자 보호 및 지원 비용, 복지수요 예방 대책 비용 등 국민들의 공통적 복지요구 해결 비용이다. 다시 말해서 116조원 복지예산은 우리 국민이 공통적으로 누리는 복지 급여의 비용이 훨씬 더 많은 제도적 복지의 비용이다. 우리 국민이 공통적으로 누리는 공적연금, 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이제 떼어 낼 수 없는 보편적 복지가 되고 있다. 연금, 국민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 그리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복지제도의 핵심적 부문인데 이런 제도나 비용을 포함하지 않는 복지를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발전 수준에서 과연 복지로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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