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관련링크
본문
최근에 일본 여행을 자주 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겨울의 눈 사진을 찍기 위해 설경이 아름다운 아오모리에 갔었고 요즘 문화 투어로 각광받고 있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에 다녀왔다. 그리고 올 초에는 가고시마 온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갈 때마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향토 색 짙은 문화와 음식을 접하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일본의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다. 일본은 고령화와 저 출산, 그리고 이농 현상으로 농어촌의 조로현상을 우리보다 일찍 경험했다. 빈 집, 빈 학교, 공터는 늘어가고 있고 노인들만이 지키고 있는 노화된 마을을 어떻게 하면 활기차게 개조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다. 여기에 장인정신으로 혼신을 다해 한 마을에서 하나의 세계적 명품을 만들자는 일촌일품(一村一品)운동이 더해지면서 일본의 지역 경제 발전과 관광 활성화가 탄력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아오모리의 토와다 현대 미술관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도시 자연 그리고, 공생이라는 주제로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실내 전시와 야외 설치 작품뿐 만 아니라 거리풍경 전체가 작품처럼 느껴졌다. 오래 전에는 무사들의 말을 키우던 외진 곳, 인구 6,500여명의 이 작은 마을이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예술의 도시로 탈 바꿈 한 것은 바로 이 미술관 덕이었다.
토와다 미술관과 함께 예술에 의한 지역 활성화 모델 케이스로 자주 얘기 되는 곳이 바로 폐광 촌을 개발하여 예술의 섬으로 바꾼 나오시마다. 쿠사마 야오이의 호박 작품과 땅속에 만든 지쭈 미술관, 민가를 개조해 만든 아트하우스 등 볼거리도 많았지만 내가 관심 있었던 것은 누가 이런 발상을 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를 안내 해주던 여행사 사장의 얘기를 듣고서야 그 의문이 풀렸다. 그 핵심은 나오시마 섬에 있는 베네세 호텔의 오너인 후쿠다케 회장이었다. 출판업과 교육사업을 하던 그는 나오시마와는 오랜 인연이 있었고 문화에 대한 철학과 함께 예술계에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안도 다다오 라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고 최고의 작가와 작품 전시를 하겠다는 야심 찬 발상을 했다. 또한 민간이 살던 폐가를 개조하고 땅속을 파서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남 다른 상상력의 소유자 이기도 했다. 여기에 그 꿈을 실현시킬 만한 재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는 대목에서 역시 역사는 사람이 만든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한 사람의 꿈이 인구 3,100여명의 작은 폐광 촌을 매년 50만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현대 예술의 성지로 만든 것이다.
금년 초 가고시마에 들렀을 때 들었던 고구마 소주 “야네당”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1년에 딱 4,000병 만 생산하고 그것도 예약 판매만 한다. “야네당” 브랜드는 야나기다니(柳谷)의 가고시마 사투리인데 지역의 명예를 걸고 일본 최고의 소주를 만들겠다는 이 마을 노인들의 장인정신이 빚어 낸 특급 제품에 예약 한정 판매라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이 더해져 크게 성공했다. 이 마을 노인들에게 높은 수익은 물론 활력 있는 삶을 누리게 해준 것은 말 할 나위 없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 마을의 빈집을 영빈관으로 개조하여 전국 공모를 통해 예술가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했다. 주민 30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마을에 예술 축제를 열어 관광객 유치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 결과 30대의 젊은 아티스트부터 60대의 사진 작가까지 7명의 예술가들이 이 마을에 이주 하여 예술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이 마을이 점차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 기사입력 2017년03월21일 16시26분
- 최종수정 2017년03월21일 16시26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