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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견인하는 무한경쟁 시대
지구촌 곳곳의 작은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을 비교해 가며 입맛에 맞는 와인을 직접 구매해서 즐길 수 있는 공간, 이름 없는 무명의 디자이너도 자신이 디자인한 티셔츠를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급자에게 다양한 판매 경로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와 공급자가 모두 윈-윈 하는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물류 기제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제약이 극복되면서 최선책을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의 이면에는 무한 경쟁과 시장의 양극화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가며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몰려들고, 사용자들이 몰려드는 플랫폼으로 공급자들도 판매 기회를 얻기 위해 몰려든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하나로 묶어내는 거대한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플랫폼의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쇼핑하다’라는 의미의 ‘아마존하다’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시장의 지배력을 높여가며 소규모 플랫폼과 지역 상권을 붕괴시키고 있다.
플랫폼 쏠림 현상 만큼이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특히 사용자의 요구가 다양하지 않은 상품 군이나 기능과 디자인이 표준화 되어 객관적인 평가가 용이한 상품 군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 미래에는 상품 시장 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도 유사한 현상을 경험할 것이다. 가상현실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동시통번역기의 출현으로 언어의 장벽마저 사라지면 쏠림 현상은 세계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다. 특히 원격으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고 추가 재생산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식서비스 산업의 경우, 결국 1등만 살아남는 상황에 놓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플랫폼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은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모순적이지만 영역의 구분이 허물어지는 융복합 시대일수록 세분화된 영역에서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영역 간의 벽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노동력은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의 관점에서 조합되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근로자들은 자신의 분야를 좁게 설정하고, 그 분야에서 깊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여 경쟁력을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T자형 인재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1등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대부분 영역에서 사람 뿐 아니라 기계와도 경쟁해야 하는 무한 경쟁 시대가 다가오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야를 넓혀서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
T자형 인재는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다. 한 분야의 전문성 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기반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한 분야에서 좁고 깊은 지식을 쌓는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넓고 얕은 지식으로 누구와도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T자형 인재가 플랫폼 시대에 주목 받을 것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의 구성을 통해서 T자형 인재의 문제 해결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알쓸신잡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출연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교양 프로그램과는 달리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내 여행을 함께 다니며 하나의 사회 현상을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가는 프로그램이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공 지식을 접목해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다양한 시각의 해석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모습은 T자형 인재들이 견인하는 플랫폼 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나비형 인재와 거미형 인재
플랫폼 시대가 요구하는 또 다른 인재상으로 ‘나비형 인재’와 ‘거미형 인재’를 꼽을 수 있다. 덴마크의 사상가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을 거미형, 개미형, 나비형, 세 유형으로 구분했다. 산업사회는 현실을 인정하고 주어진 틀 속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개미형 인재를 선호했지만, 4차 산업혁명이 견인하는 플랫폼 시대는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나비처럼 상황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가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해가는 나비형 인재를 선호한다. 나비형 인재는 꽃가루를 옮겨 꽃의 번식을 돕는 나비처럼 다양한 영역을 연계하여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통섭형 인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편, 거미형은 원래 경험으로 만들어진 틀 속에 안주하는 퇴영적인 인간이자 기득권으로 거미줄을 치고 먹잇감을 기다리는 포식자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대적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 미래의 핵심 영역을 선점하는 인재상으로 받아 들여지곤 한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을 바꾸어 고객이 원하는 시장을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나비형 인재다. 인터넷 주문과 우편 배송으로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리고 비디오 대여 시장을 지배했고, 초고속 인터넷이 미국 전역에서 서비스되자 온라인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유선 케이블 시장을 잠식했다. IPTV의 등장에는 다수의 기기에서 같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N스크린으로 대응했으며, IPTV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즈음 콘텐츠 제공 업체들이 공급가 인상을 요구하자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콘텐츠 수급의 안정화를 추구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끊임없이 환경 변화에 맞추어 넷플릭스를 탈바꿈했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통찰력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시장이 주목하지 않았던 영역을 찾아내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대표적인 거미형 인재다. 애플 Ⅱ를 통해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아이폰을 통해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으며, 애플의 운영체계인 iOS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모든 기기를 아이튠즈를 통해서 동기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거대한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다. 플랫폼 시대에는 이들처럼 통찰력을 가지고 핵심 영역을 찾아내어 연계하고, 상황이 요구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재가 주목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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