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바이든이 한국에 날개를 달아줬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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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확 커진 한국 반도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장시간의 비행에도 불구하고 오산 비행장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평택으로 향했다(2022.5.20). 평택에는 주한 미군 기지본부가 있고,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슈퍼공장이면서 21세기 최첨단 기술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가 있다. 바이든은 반도체공장을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반도체를 둘러싸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는 것이다.
작년부터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국 자동차 노동자에까지 큰 피해를 입히고 있고, 또한 미국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차량 반도체 부족은 많은 자동차공장이 일시 폐쇄되거나, 여타 산업계도 연쇄적으로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
바이든 정권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반도체 부족 해소였고, 이를 위해 작년에 반도체 수급 업계를 백악관으로 불러 논의를 여러 차례 했으나, 단기간에 해결할 뚜렷한 방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내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강화책을 수립하고, 최첨단 공정기술을 가진 한국과 대만 업계를 미국 내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백악관과 의회는 반도체지원법을 만들어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외국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의 첫 방문지를 반도체공장으로 택한 주된 목적은 미국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삼성 투자유치와 함께, 미중 패권 전쟁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한국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지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아마도 미국은 반도체를 통해 한국의 인계철선(trip wire)이 휴전선이 아닌 반도체로 매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날 반도체 칩은 우리 생활 현장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가, 사회, 경제, 국방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가 국가안보 및 경제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당초 반도체는 미국에서 발명되었지만, 현재 반도체를 제조하는 미국 업체는 대폭 줄어들었고, 특히 가장 기술 혁신적인 최첨단 칩은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위기의식이 발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칩은 관세도 없는 가장 세계화된 품목으로서 국경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이동되어 왔다. 즉 반도체 설계․개발은 미국에서 진행하고, 제조․패키징은 해외기업에 위탁하여 칩을 완성하는 국제분업(GVC)체계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향후 반도체산업은 GVC를 통해 제조비용을 극소화하는 공급망 효율성(Efficiency)보다 지정학적 리스크, 자연재해 및 국제분쟁 리스크를 회피하는 강력한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이 요구된 것이다.
바이든, 시급히 해결해야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현재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단기적 문제는 ①반도체 공급부족을 해결하는 것이며, 중장기적 리스크 과제는 ②미국 반도체업계의 생산능력(Manufacturing capacity) 급속저하, ③동아시아에 편중된 지정학적 리스크, ④중국의 급부상 등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극복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 확보와 헤게머니를 재건할 수 있고, 나아가 미국 경제 및 국방 안보에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첫째, 미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반도체 공급부족의 해소이다. 2021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공급 부족난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2023년까지도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자동차, 스마트폰 및 서버용 반도체의 공급난은 2022년에 들어서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며, 특히 가장 심각한 공급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공장을 멈추는 사태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공급난 요인은 ▲ 200mm(8″) 웨이퍼 업계의 증산 투자 부족, ▲ 반도체 신규수요 확산, ▲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둘째, 미국 반도체업계의 생산능력 급속저하를 해결해야 한다. SIA(미국반도체산업협회) 1)에 의하면, 미국 반도체 생산능력의 세계시장 비중이 1990년 37%로 가장 높았으나, 2020년 12%, 2030년 10%까지 추락하는 것으로 전망하여, 미국 정부에 충격을 주었다.
반면에 중국은 2000년까지 반도체 생산이 거의 없었으나, 2030년에 24%로 한국과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하여, 미국의 적극적인 견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셋째, 반도체 생산능력 국가들이 동아시아에 편중된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첨단 공정기술 업계가 동아시아에 집중된 지정학적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SIA 2)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기술의 10nm 미만 생산능력은 대만(92%) 및 한국(8%)만이 가지고 있으며, 미국은 생산능력 자체가 전혀 없는 심각한 공급망 취약점이 지적되었다.
더욱이 대만에는 빈번한 지진 및 태풍피해, 양안관련 긴장고조가 심각하며, 한국에는 북핵문제 및 한일간의 수출규제 갈등 등 반도체 공급망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지역이므로, 이들 국가에 첨단기술을 의존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의 22%, 메모리반도체의 71%를 공급하는 세계적 위상을 고려하면,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을 당당하게 세울 핵무기와 같은 반도체 입국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넷째,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요인은 중국의 급부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미국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공급망 회복력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도체 용도가 AI, 자율주행, 빅데이터, 5G통신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특히 강력한 군수산업 및 우주항공에도 최단반도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를 중국 반도체에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군수용 칩의 파운드리를 대만에 맡기고 대만을 보호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상호보완 관계의 반도체 공급망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여전히 강력하나 과거처럼 압도적이지는 않다. 공급망을 구성하고 있는 한미 경쟁 구도를 살펴보면, 반도체 회로설계 부문은 설계 툴이나 팹리스 모두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가장 취약한 부문이 회로설계 부문이며, 경쟁구조는 미국, 대만, 중국, 일본, 한국 순이다.
하지만 메모리업계는 설계에서 제조공정, 패키징 및 테스트까지 모두 수행하는 일괄생산(IDM)업계이며, 이 분야는 한국이 가장 앞서 있고, 미국의 마이크론이 본국을 떠나 아시아에서 생산하고 있다. 비메모리 업계는 미국의 인텔이나 TI 등이 레거시 공정(최첨단 기술이 아닌 일반공정기술)으로 일괄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파운드리는 제조만 전문으로 하는 업계이며, 최첨단 초미세 가공기술 확보가 경쟁의 관건이다. 대만 업계가 첨단기술 및 생산능력을 모두 겸비하여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한국의 삼성전자가 대만과 공정기술 개발을 경쟁하고 있다. 미국은 파운드리 제조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한국과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는 미국이 포토그래피 장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조장비에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한국은 후공정 장비 분야에 특화되고 있으나, 전공정 장비부문은 매우 취약하여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분야는 대부분 일본 공급자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미국도 제조용 가스나 화학물질에 특화되어 있다. 한국은 미국 및 일본 소재기업들이 한국 내에 투자하여 납품받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은 반도체 R&D 및 설계, 장비 등에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한국은 메모리 및 파운드리 제조에 특화되어 미국과 경쟁 부문이 없고, 오히려 상호보완 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협력 구조이다.
예를 들어 조 바이든이 삼성 평택 공장을 방문했을 때, 클린룸 내에서 방진복을 입은 미국 장비회사 엔지니어들이 바이든에게 공정을 설명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삼성에서 만드는 최첨단 칩은 미국산 반도체 장비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삼성의 의도가 엿보였다.
또한 보안이 철저한 최첨단 반도체 제조라인에 카메라맨을 대동하고 보여주는 삼성의 과감한 시도에도 놀라웠다. 심지어 초미세 먼지 관리가 철저한 슈퍼클린룸 내부에, 방진복도 입지 않은 한미 양국 대통령이 반도체 제조라인 깊숙이 들어간 것은 초특급 배려 차원이 아닌가 싶다. 그 대신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력을 자연스럽게 세계에 홍보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이 분명하다.
한국 반도체 정책의 현실 : 바이든은 반도체 기술에, 아베는 소부장에 불을 확 붙여
2019년 7월 일본 아베 정권의 반도체 소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산학관 협동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및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하여 공급망 안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산업 정책수립에 인색했던 우리 정부가 기술자립에 적극 나서게 된 동기를 아베 수상이 우리에게 선물한 것이다.
또한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계기로 3nm 공정의 기술선점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중요한 기술인지를 확인시켜줬다. 삼성이 세계 최초 3nm(GAA) 공정기술 개발 성공 및 양산을 앞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TSMC와 파운드리 격차를 줄이려면, 선제적 3nm 공정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반도체 장비의 공급망 확보는 역시 미국과 협력이 꼭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장비 수급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3nm 공정 장비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3nm 공정기술이 한미 반도체 동맹의 결실로 맺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회로설계 및 제조장비를 잘 만들고, 한국은 생산을 잘하므로 양국은 상호보완 관계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세계 최고 제조기술력을 지닌 한국 기업이 미국의 원천기술과 결합하면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미국의 경우 세계 최고의 공정기술을 가진 한국이 꼭 필요하다. 한국 기업으로서도 미국의 반도체 특허 기술과 장비가 없으면 사업이 불가능하다. 팹리스가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제조가 뒤처진 미국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절실하다.
따라서 반도체를 통해 양국간의 거래 관계나 협력 수준을 넘어, 기술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결과가 바로 미국과 한국 모두 윈윈이 되는 길이 된다.
한미간 성공적인 반도체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육성에 새로운 시각으로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고급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에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2위, 메모리 1위 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시설 투자나 고급인력 양성은 무슨 규제가 그렇게도 많은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안되는 이유만 가득차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강국의 미래 지속 여부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은 물론 각 대학교에 반도체전문대학원 설립하여 다양한 학과출신을 반도체 기술과 융합하는 학제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대량으로 길러내야 할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로스쿨처럼 반도체전문대학원의 세미콘스쿨을 전국적으로 실시해 볼만하다.
또한 국가출연 반도체종합연구소 설립이 시급하다. 국내 반도체가 총수출의 20%를 차지하는 국가 핵심산업이고, 매년 막대한 세금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출연 반도체전문연구소도 하나 없이 오로지 민간에 맡겨 놓고 있다. 반도체를 국가안보 자산이라고 말로만 강조하지 말고,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이 시급히 요구된다. 선박, 기계, 화학, 통신, 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의 국가출연연구소들이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반도체만이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미래 국민소득 4만 달러의 초석이 되는 반도체 산업육성의 획기적인 정책추진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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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CG&SIA, Government Incentives and US Competitiveness in Semiconductor Manufacturing(2020.9)
2) SIA, 2021 State of the U.S. Semiconductor Industry (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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