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ra/Luna 사태를 계기로 암호화폐 인식을 발본 재정립해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Stable Coin’으로 알려진 암호화폐 ‘테라/루나(Terra/Luna)’ 쌍둥이 코인의 가치 폭락 사태다. 직전까지 $100대로 거래되던 암호화폐 루나(Luna)의 가치가 불과 며칠 사이에 99% 이상 폭락해 거의 ‘제로’에 가깝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외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잇따라 상장을 폐지하고 있어 지금은 아예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와 함께, 다른 거의 모든 종류 암호화폐들도 심대한 타격을 입고 동반 급락하는 상황이다.
소위 ‘Stable Coin’이란, 다른 종류의 암호화폐가 달러화 등 법정통화 대비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의 본원적인 기능이라고 주장하는 ‘지불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초 법정통화에 가치가 고정되도록 고안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Terra/Luna 쌍둥이 코인 가격이 급전직하로 추락하자 ‘Stable Coin’ 자체에 대한 신뢰도에 치명적 타격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해외 주요 미디어들은 Terra/Luna 가격 폭락으로 암호화폐 시장 대표격인 Bitcoin 가격이 작년 7월 최고점 대비 50%나 폭락했다며 이제 암호화폐는 주식처럼 인플레이션, 금리, 경기 등 요인들을 감안해야 하는 ‘위험’ 자산으로 여기게 됐다고 평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Terra/Luna 사태는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 및 경기둔화 우려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상황과 겹쳐져서 암호화폐 투자 심리가 급랭하는 가운데 일어나,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을 떠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 “Terra 사태로 Stable Coin은 불안전한 자산이라는 낙인이 찍혀”
현실적으로 규제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암호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Stable Coin을 일종의 은행 예금 구좌처럼 여기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서 이곳에 자금을 대거 예치해 왔다. Stable Coin은, Bitcoin 등 다른 암호화폐들이 법정통화 대비 가치 변동성이 커서 지불 결제 거래에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해서 가격을 고정(peg)시켜 결제에 이용되기 쉽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구조에 따라 ① 법정통화 담보형, ② 암호화폐 담보형, ③ 상품 재화 담보형, ④ 무담보 알고리즘형 등, 크게 4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Terra/Luna 운영 주체인 Terra Form Lab은 구좌에 예치된 투자 자금을 지급하기 위한 어떤 형태의 준비 자산도 적립하지 않고, 단지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에 기반한 코드에 의해 가치가 유지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특히, Terra USD(UST) 코인은 쌍둥이 자매 코인인 Luna와 공생 관계에 있다. 즉, UST와 Luna는 언제나 상호 교환할 수 있게 되어 있고, Terra는 블록체인 코드를 통해 언제나 달러화와 1 대 1로 대등하게 거래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 위해, 자매 코인 Luna는 미리 설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시장 상황에 초점을 맞춰서 가격이 변동하도록 되어 있다.
특징적인 것은 시장 비효율성에 따라 이득을 보는 재정거래자(arbitragers) 및 투자자들이 작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UST 코인에 매도가 일어나 가격이 $1 이하로 하락하는 상황이면 똑똑한 재정거래자들은 UST를 사려고 몰려들어 블록체인 코드를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Luna를 매입하려고 할 것이므로 이런 과정에서 UST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UST 가격이 $1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시장 참가자들은 Terra를 가지고 Luna를 매입하고 UST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똑똑한 구상이기는 하나, 시장에서는 작동할 수 없는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지도 않았다.
실제로는 Terra USD(UST) 가격이 99% 이상 하락하자, 달러화와 1 : 1로 고정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UST 가격에 주는 충격을 흡수하도록 연계된 쌍둥이 코인 Luna를 대량 발행해서 Luna 가격도 97% 동반 하락한 것이다. 이 여파로, UST를 운영하는 LFG(Luna Foundation Guard)가 종전에 가격 폭락에 대비해 수십억 달러 상당의 Bitcoin을 매집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Terra/Luna 가격 폭락이 Bitcoin 가격도 폭락하게 만든 것이다. LFG가 Stable Coin인 Terra 및 공생 관계인 Luna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보유한 Bitcoin을 대거 매도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는 Bitcoin 종목 자체가 지극히 변동성이 큰 것에 더해 추가로 변동성을 증폭시켰던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암호화폐 업계에 명성이 높은 노보그라츠(Mike Novogratz) Galaxy Digital Holdings 창업자의 진솔한 고백을 전했다. 그는 아직도 암호화폐 시장의 바닥은 점치기 어렵다며 일부 소규모 코인들은 이미 최고점 대비 80%나 하락했으나, 70%는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지극히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BitGo社 벨쉬(Mike Belshe) CEO도 ‘경기 침체 여부와 상관없이 암호화폐 가격은 폭락할 것이고, 실제로 침체로 들어가면 더욱 심각해질 뿐’ 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Bitcoin이 $20,000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취약한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은 걸러지고 장기 지속가능한 것들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Terra 알고리즘은 ‘영구 무동력 기계’ 발상과 유사한 아이디어”
이번에 폭락 사태가 벌어진 Terra USD는 가격이 1 달러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공급량을 늘려서 가치를 떨어드리고, 거꾸로, 1 달러를 하회하는 경우에는 소각 등 방법으로 공급량을 줄여 가치를 상승시키는 소위 ‘알고리즘형 Stable Coin’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Terra USD는 5월 상순부터 원래 연동 대상인 미 달러화 대비 가격이 1 달러를 하회하는 날이 많았다. 코인 정보 CoinDesk에 따르면, Terra USD 달러화 대비 가격은 지난 11일 23센트대로 급락, 1 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원래 Stable Coin은 기초자산인 달러화, 유로화, 원화 등 법정통화 대비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담보를 유지하던가, 아니면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고안된 것이다. 그러나, Stable Coin은 법정통화 대비 가격이 일정 폭으로 변동하게 되어 있어 투자 대상으로도 매력을 겸비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국채(國債) 등 정통 투자 자산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인식해서 안심하고 자금을 맡길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Stable Coin은 장차 지불 결제 뿐 아니라 대출, 예금 수단으로도 광범하게 활용되어 소위 ‘분산형 금융(DeFi)’ 수단으로 폭넓게 이용될 것으로 크게 기대를 모아 왔다. 현 시점에서 시가 총액 상위 1, 2위 ‘Bitcoin’, ‘Ethereum’에 이어 3, 4위를 차지하고 있는 ‘Tether’, ‘USD 코인’은 모두 Stable Coin들이다. 지금 Stable Coin 시가 총액은 1,8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시장의 큰 관심으로 Blockchain 기반 알고리즘으로 운용되는 무담보 Stable Coin인 Terra USD도 최근 6개월 간 500% 이상 급성장을 거두어, 지난 4월 중순 현재 공급량이 175억 달러에 달했다. Stable Coin 전체 공급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이번에 가격 급락 사태를 맞은 Terra/Luna 코인의 경우는, 정교한 금융공학 알고리즘에 기반해서 운용됨으로써 자동적으로 가격이 안정되는 구조로 알려져 있고, 다른 코인이나 실물이 담보되는 유형의 Stable Coin들이 중앙집권적 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것과 달리 분산형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얻어왔다.
그러나, Terra/Luna에 적용된 정교한 알고리즘이 왜 당초 알려졌던 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영국 LSE 성장연구소 무치(Frank Muci) 연구원은 이는 마치 동력 없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영구 동작 기계’ 아이디어와 유사하다고 비유한다. 일부에서는 Terra 운영에 자금 등을 지원했던 막후 플레이어들의 공작 및 음모 가능성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비현실적 고수익 제시로 자금 모집, ‘분산형 금융(DeFi)’에도 역풍”
이에 더해, Terra 운영 주체(TFL)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금을 예치하면 높은 금리를 지불하겠다며 자금을 끌어 모은 ‘분산형 금융(DeFi)’ 프로젝트가 오히려 ‘코인 런(Coin Run)’에 버금가는 자금 유출에 휘말린 것이 사단을 키워온 것이다. 실제로 Terra 가격 급락은 최근 미 연준이 대폭적인(Big Step) 금리 인상을 포함해서 급격한 긴축 노선으로 돌아서자 암호화폐 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이 급격히 위축된 것이 제일 큰 배경으로 꼽힌다. 이렇게 금융 환경이 급변동을 겪는 가운데, Terra의 달러화 고정(peg)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거래 대상인 자매 암호화폐 루나(Luna)도 설정된 알고리즘대로 작동하지 않고 매도가 집중되자 동반 추락하고 말았다. 설계자들의 당초 주장과 달리 시장에서 달러화 연동이 무너진 것이다.
여기에, Terra USD 운영 주체는 Terra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고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보유자(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하는 ‘Anchor Protocol’ 이라는 ‘Terra 은행’ 과 유사한 플랫폼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1년 동안 Terra USD 표시 예금에 20% 가까운 수익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것이 당초부터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강한 의문을 표시해 왔었다. 여기에 주목할 점은 Terra 운용 주체는 고수익을 지급할 재원으로 Terra 플랫폼을 통한 결제 수수료 수입을 들고 있으나, 실제로 이를 통한 수익은 태무한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논설에서 Terra USD 등 알고리즘 기반의 Stable Coin 가격 폭락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한 때 DeFi의 총아로 여겨졌던 Terra가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수학과 디지털 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되어 디지털 통화들이 마치 달러화처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실험들이 극적으로 추락하는 형국으로 전락해서 ‘분산형 금융(DeFi)’ 옹호자들에게 최대의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복잡한 알고리즘과 암호화폐 거래자들의 단순한 투자 동기가 의기투합해서 가격 변동성에 의존해 일확천금을 추구하던 ‘암호자산 꿈(crypto dream)’을 향한 유혹은 극적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Terra 가격 폭락 사태의 배경으로 글로벌 고 인플레이션 및 이에 대처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 등, 거시 경제 환경 변화를 들고 있다. 사실, 각국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서 초저금리 및 담대한 양적 확대 정책을 지속해 왔고,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금리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가격 변동성이 높은 Stable Coin 등 암호화폐 자산으로 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각국이 나란히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 상황이 급반전하자 투자자들은 국채를 위시한 전통 금융 상품으로 되돌아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글로벌 금리 상승 국면이 계속되는 한,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역풍이 계속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옐런(Janet Yellen) 미 재무장관도 최근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Terra USD 가격 폭락 사태로 Stable Coin 시장에 리스크가 급속하게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규제의 손길이 크게 미치지 않았던 Stable Coin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면, 향후 ‘분산형 금융(DeFi)’ 이라는 금융 이노베이션 분야에도 역풍이 이어져 어느 정도 제어(制御)될 것으로 전망된다.
■ “리먼 사태를 불러왔던 ‘서브프라임 CDO’ 도산의 악령을 떠올려”
이번에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을 몰고온 암호화폐 폭락 사태를 두고, 일부에서는 ‘암호화폐發 글로벌 금융 위기’ 촉발 가능성을 연상하기도 한다. 이들은 소위 ‘리먼(Lehman)’ 사태로 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위기의 발단이 됐던 미국 ‘서브프라임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서브프라임 대출 자산을 기초로 만들어진 금융 구조화 상품)’ 도산 사태를 떠올리며 우려하는 것이다.
잠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되돌아보면, 일부 상업은행들이 ‘묻지 마’ 식으로 무분별하게 모집한 低신용(subprime) 주택모기지 대출을 기초로 복잡 다단한 단계를 거쳐 ‘우량’ 등급으로 둔갑한 금융 구조화 상품을 만들어 전세계로 팔아 넘겼던 것이다. 결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치솟자 低신용 차주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및 주택 가격 하락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상환 불능에 빠졌다. 이어서 미국 등 선진국 금융 시스템은 마비됐고 경제는 파탄 나고 급기야 글로벌 규모의 금융위기로 확산 전염됐던 것이다. 통탄할 일은, 한참 뒤에 알려졌으나 당시 CDO 발행 주체인 은행들마저 이런 복잡한 구조화 상품의 리스크 수준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던 것이다. 지금의 Terra/Luna 코인의 내재적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과 닮은 꼴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니,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번 Terra 가격 폭락 사태는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기술 경제 매거진 ‘WIRED’는, 아무런 담보도 없이 단지 복잡한 금융공학 알고리즘과 게임 이론에만 의존해서 가치를 보전할 수 있도록 고안된 Terra USD의 기본 발상 자체가 일종의 ‘폰지 경제학(Ponzinomics)’이라고 정의했다. 암호화폐 옹호자들은 금본위제도 이후 정립된 법정통화(fiat money)는 ‘집단적 환상(collective delusion)’이라고 주장하나, 오히려 정부, 중앙은행, 경제, 실제 사용도 없이 가치를 보장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실상이 없는 허구라고 지적한다.
이와 마찬가지 견해를 주장하는 캐나다 Calgary 대학 Roger Clements 교수도 이렇게 알고리즘에 기반한 Stable Coin 구상을 ‘실패하는 모델’로 규정한 바 있다. 그는, 이런 부류의 Stable Coin들이 가지는 중대한 결함은, 그런 대상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경우에만 작동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그런 유인(誘因)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UST가 Terra 생태계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믿음이 영구히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에 의존하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고 UST 가격은 한 번도 ‘Stable’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Clements 교수는, 한 마디로 이번 Terra 사태는 1990년대 초 ‘George Soros’ 유형의 영국 파운드화 공격 실패 사례와 유사한 것이고, 단지 며칠 사이에 재앙적인 파탄을 보았으나, 실은 이전부터 유수한 헤지 펀드를 포함한 대형 보유자들이 수십억 달러 상당 UST를 매도하기 시작한 때부터 달러화 페그(peg)는 깨지기 시작했고, 단순히 말하자면 UST는 당초부터 지속 가능하지 않았고 언제라도 시장 투자 심리가 변동하면 이런 가격 폭락 사태가 벌어질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Terra의 흥망은 어느 의미에서는 오랜 동안 질주해온 ‘기묘한 금융(weird finance)’ 행태의 비극적인 종말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Terra가 다시 회생하기보다는 최근의 NFT 버블 붕괴, meme 주식 폭락, dog 코인 붕락 등 Web3 붕락 사태를 뒤따를 가능성을 예견한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Terra 운영 Anchor가 내건 20% 고수익 매력을 따라 거액의 자금이 몰렸으나, 이제는 고수익을 내세운 다른 많은 코인들도 신용위기에 봉착했다고 설명한다. 이 전문가는 ‘폰지 경제학’ 이란, 당신이 20% 이익을 기대하면서 아무런 실체가 없는 프로토콜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단지 아무것도 아닌 20%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 (When you pay money for nothing, and stash your nothing in a protocol with the expectation that will give you a 20% yield – all you end up with is 20% of nothing) 고 경고했다.
■ “암호화폐 대표격인 Bitcoin은 여전히 랜섬웨어 공격의 최대 표적”
한편, 최근 일본 Nikkei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버 공격 집단으로, 러시아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는 “Conti”의 활동 실태가 밝혀졌다. 이들은 ‘랜섬웨어(ransomware)’라고 불리는 바이러스를 통해 기업 등의 시스템에 침투해서 공격한 다음, 이를 회복시켜주는 대가로 지난 1년 반 동안 약 100억엔 상당의 암호화폐 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렇게 탈취한 암호화폐 대가 자금을 645개에 달하는 암호화폐 구좌로 복잡하게 이동시켜가며 추적을 피해 왔던 것이다. 이들은 대기업과 비견할 인사, 조직으로 분화된 조직 체제를 갖추고 공격을 감행하고 있어 사이버 범죄가 비즈니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Conti는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으나,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조직 멤버가 반발해 2020년 6월에서 2022년 3월까지 러시아어로 된 17만건에 달하는 내부 대화를 인터넷 상에 유출한 바 있다. 이를 Nikkei가 입수해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Conti’가 이용한 Bitcoin 645개 구좌로 2312BTC가 입금됐고, 이 중 랜섬웨어 공격에 대한 회복 대가로 탈취한 것으로 보이는 외부 입금은 적어도 1,953BTC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Conti가) 단기간에 자금을 이동시켜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해 온 것으로, 암(暗)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현금화를 노렸다”고 분석했다.
유출된 대화 목록에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KGB의 후신)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도 발견되고 있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對 러시아 제재가 강화되어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면 Conti가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Conti의 활동은 전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랜섬웨어 사이버 범죄 가운데 빙산의 일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안 기업 Sonic Wall社에 따르면 2021년에 전세계 사이버 공격 건수는 약 6억2,300만 건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즉, 전세계 사이버 공간의 질서가 붕괴 적전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조사기관(CheckPoint Software Technology社)의 발표에 따르면 피해 기업들이 부담하는 변호사 비용 등을 포함한 총 피해액은 공개되는 피해액의 약 7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전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수사 활동은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결국, ‘Conti’와 같은 범죄 집단은 자본을 축적하면서 거대화하고 있다. 이들 불법 공격 조직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단이 바로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Bitcoin이라는 것이다.
■ “알고리즘 기반의 코인은 당초에 지속불가능, 각국 규제 강화 나서”
이번 Terra/Luna 가격 폭락 사태는 세계 각국의 Stable Coin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인다. 옐런((Janet Yellen) 미 재무장관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번 Terra 가격 폭락 사태와 관련해서 Stable Coin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금융 안정성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 구조가 필요하다”고 증언했다. 미 연준(FRB)도 최근 금융안정성 보고서에서 “Stable Coin은 금융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가치를 상실하거나 유동성이 떨어질 위험성이 있는 자산에 기반하고 있다” 고 경종을 울린 적이 있다.
통상, Stable Coin 발행에는 지급준비 자산으로 상업어음(CP) 혹은 양도성예금증서를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CoinMarketCap 집계에 따르면, Terra USD는 시가 총액이 Stable Coin 시장에서 4위에 불과하나, 다른 종목들을 포함한 전체 Stable Coin 시가 총액은 약 1,800억달러에 달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이미 크게 팽창되어 있다. 한편, Stable Coin 운영 주체들이 실제로 상응하는 기초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The New York Times는 최근 “허튼소리나 늘어놓는 암호화폐 창업자는 어떻게 400억 달러 규모의 파탄을 가져왔나?” 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당초부터 아무런 담보도 적립하지 않고 단순하게 수리(數理)공학적 알고리즘에만 의존해 온 Terra/Luna 쌍둥이 Stable Coin 구조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인 지적이지만, Terra/Luna 등장 당시부터 많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전문가들조차 단순한 알고리즘 기반의 Stable Coin은 전혀 작동하지 않을 것은 물론, 결국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질 미친 짓’이라고 지적하고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사회에는 Stable Coin을 포함한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회의(懷疑)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고 각국은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앞서 소개한 미 재무장관의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회 증언 외에도, 일본 금융청은 Stable Coin 발행 주체를 은행, 자금이체업자 및 신탁회사로 한정하는 동시에 거래 중개업자도 감독 대상으로 하는 내용의 ‘자금결제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EU는 Stable Coin 발행 주체에 일정한 자기자본 규제를 의무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나라들도 Stable Coin은 물론,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Nikkei)
■ “지금은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을 근본으로부터 재정립할 시점”
최근 국내 한 경제지(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가입자를 기준으로 파악한 Luna 코인 보유자는 20만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una 가격이 한 때 100달러 전후를 기록했다가 지금은 거의 제로에 가깝게 폭락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이번 사태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게다가, Luna 운영 주체가 자금을 장기로 예치할수록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번 Terra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을 다시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극히 양극단으로 편향된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기본 인식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로 금융 경제 이론에 치중하는 측은, 대부분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분산형 글로벌 통화를 지향한다고 하나, 이는 실체가 없는 신기루를 쫓는 것일 뿐이라며 위험성을 경고한다. 반면, AI 등 공학적 기술 지식에 입각한 측에서는 선진 과학기술을 응용해서 기존 금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체(改替)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들은 언필칭 암호화폐의 기반인 ‘분산형’ 기장(記帳) 기술인 블록체인의 수월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번 Terra 사태는 일부 조급한 코인 개발자들의 무모한 시도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허술하고 허황된 것일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아직도 암호화폐 사용의 보편적 효율성을 증명해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존 법정통화가 수행하는 기본 기능을 대체할 아무런 실증적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가격 상승 기대에 의존한 자금 모집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Terra 사태의 경우는 예대(預貸) 금리가 역전된,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금리 구조를 내걸고 자금을 끌어 모았다는 정황마저 드러나고 있어 전형적인 ‘폰지’ 사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런 제반 상황들을 감안하면, 일부 암호화폐 개발자들은 자칫 한탕주의에 사로잡혀 자신들이 주장하는 암호화폐 고유의 역할을 도외시하고 오직 기술적 우월성을 앞세워 탐욕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그들이 궁극의 기술로 내세우는 블록체인의 탁월한 기능도, 이에 기반한 ‘분산형 금융(DeFi)’이라는 순수한 금융 혁신의 꿈도 흐트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장치 블록체인이라는 효율성이 큰 선진 개념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서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갈 것인가를 신중히 재고할 시점이라고 본다.
지금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인간들이 일상적으로 접속해서 소통하며 활용하고 있는 인터넷망은 이제 인류의 보편적 공기(公器)가 되어 있으나, 이렇게 유용한 네트워크 상에 흘러 다니는 수많은 컨텐츠들 중에는 인류 사회에 지극히 위해로운 것들이 부지기수인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후죽순처럼 출현하는 암호화폐들 중에는 이번 Terra/Luna 사태처럼 단순한 과오 혹은 고의(?)로 엄청난 해악을 끼칠 악재들이 숨어있어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 “암호화폐의 옥석을 가리고 투자자를 보호할 제도 정립이 시급”
이번 Terra 사태 이후 국내외 미디어들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전하고 있으나, 막상 우리 정부 당국은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서 밝히기는 커녕, 어정쩡한 방관 자세로 일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비상한 위기 국면에서 그런 태도는 일부러 위험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라도 정부 당국은 적극 나서서 우선 암호화폐의 본질에 대한 기본 인식을 분명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연후에, 암호화폐가 우리 경제에 어떤 긍정적 혹은 부정적 역할을 하는지, 내재된 리스크는 무엇인지 일반 국민들에게 공인해야 할 것이다.
영국 Economist는, 이번 Terra/Luna 사태는 지난 2년 간 호황을 누려온 암호화폐 시장의 민 낯을 드러낸 것이고, 이제 “썰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맨몸으로 수영하고 있었는지 드러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동 지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작년 11월 3조 달러에 달하던 것이 올 들어 하락하기 시작, 4월 중순에 2조 달러로 축소됐고, 이번에 다시 35%나 하락, 이제 1.3조 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렇게 썰물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 혹시 투자자들 모두가 벌거벗은 모습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우리 경제가 재앙적 파탄을 겪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암호화폐를 근본으로부터 반대하는 이론가들은 시종일관 이것은 아무런 쓸모없는 것이고, 단지 자금 세탁 도구나 사기(詐欺)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해 왔다. 지금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에 적극 나서는 것은 위험 자산 매도를 부추기고 있고 이런 투기적 자산의 선두에 있는 것이 바로 암호화폐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의 채굴, 거래, 보유를 전면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다소 온건한 입장의 논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을 은행들처럼 엄격히 규제할 것을 주장한다. 일부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마치 암호화폐 시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어던 경유가 됐던 간에, 현 상황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은, 혹시 일괄적이고 강력한 규제로 새로운 선진 금융 상품을 창출하려는 금융 혁신 노력, 지적재산권 혁신 등의 순수한 기대를 저버리는 우(愚)를 피해야 할 것이다.
마침, Davos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에서 IMF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총재는 Terra 폭락 사태를 계기로 암호화폐들이 제시하는 신속한, 저비용의, 광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잠재적 역할을 통째로 저버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번에 엄중한 사태를 일으킨 Terra처럼 지불 준비가 전혀 없이 단순히 알고리즘에만 의존해서 발행하는 경우는 일거에 모두 사라질 위험성이 큰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옥석을 가릴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동시에, 각국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시장에 방호책(防護柵)을 설정할 것과 잠재적 투자자 보호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 최우선해서 취할 일은, 과연 이들 암호화폐들이 국가의 독점적 화폐발행권을 바탕으로 발행된 유일 적법한 법정통화의 신인도에 도전하는 것을 용인할 것인지부터 분명히 천명할 일이다. 다음으로,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서 암호화폐 시장에서 옥석(玉石)을 가려내는 일이다. 특히, Stable Coin 범주의 암호화폐들의 관리 주체를 명확히 밝혀내고 해당 담보 자산의 소재 및 적절한 기간을 정해서 자산의 변동 내역을 정확히 공시하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한국은행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CBDC)’의 도입 형태, 잠정 일정 및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수시로 가능한만큼 구체적으로 공표하는 것도 일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무모하게 돌진하는 위험한 풍조를 잠재우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혹시 앞으로도 잔존하는 암호화폐가 있다면 자금을 집어넣는 투자자들은 온전히 자기책임 하에 의사결정하게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결코 중요성이 뒤지는 것은 아니나,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선별되는 암호화폐 전반을 규율할 법률적, 제도적 시스템을 서둘러 정립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모두가 공유하며 준수할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상자산의 기본 개념과 적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거래 과정에 어떠한 불법 부정한 시도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엄정한 제도를 세워야 할 것이다. 뒤늦은 후회지만, 우리 정부는 그렇게도 많은 투자자들이 ‘죽음의 소용돌이’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면서도 너무 오랜 동안 뒷짐지고 방관해 온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이제라도 진정으로 대오각성하고 대응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