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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상압력과 한·일 대처전략의 차이와 시사점 <하>일본의 전략, 그리고 한국에 주는 교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2월28일 16시45분

작성자

  • 국중호
  •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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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일본은 어떻게 피해갔나?

 

2017년 대미 철강 수출량을 보면 일본은 178만톤으로 한국 365만톤에 비해 절반을 밑돌고 있다(미국 상무부 자료). 이렇게 보면 철강만을 보았을 때는 한국보다 심하게 일본을 규제대상으로 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철강만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 한국의 대미 수출량이 일본에 비해 훨씬 많음을 보인 것에 불과하다. 전체로 보면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한국의 3배가 넘는다. 또 트럼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일본에 대한 강력한 무역 보복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언급에 근거하면 무역 규제나 고율 관세 대상국으로 지정한다고 할 때 일본은 한국보다 더 강도 높은 무역 압력의 대상이 되어야 아귀가 맞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일본은 규제를 받지 않는 쪽에 속해 있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정치가들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가인 이상 자신이 말한 것을 그대로 지킨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후보 시절 말한 것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추론이다.

 

 주의할 것은 일본이 통상보복의 대상이 되지 않은 이유가, 단지 트럼프가 후보 시절의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일구이언(一口二言)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하는 점이다. 일본은 한국과는 다른 많은 노력이 경주되어 왔다. 부연하면 한국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의 일본 기업가와 정치가의 공(功)이 쌓여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일본의 발 빠른 민관 총력외교, 한국은 정치·기업인 외교 ‘마비’ 상태

 

우선 일본 기업가들이 분주하게 움직인 두드러진 예를 두어 가지 들어 보자. 

 

일본 기업가들은 한국 기업가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한 발 앞서 파악하여 한국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16년 12월 손정의(손 마시요시, 孫正義) 소프트뱅크 사장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트럼프의 ‘미국내 투자 및 고용 중시’ 의중을 읽어내고, 총액 500억 달러의 미국 내 투자 및 5만 명의 고용창출을 약속하며 배포 큰 경제외교를 펼쳤다. 토요타자동차의 토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도 2017년 1월 디트로이트 신형차 발표회장에서 미국 사업에 향후 5년간 100억 달러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일본 경영자들은 먹거리를 위해 미국과의 협조 노선을 취하며 동분서주하였고 그것이 일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무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때 한국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가만이 아니라 기업 경영자들의 운신의 폭도 아주 좁았다.

 

일본 정권 수뇌부도 그냥 있지는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난 직후는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강할 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자신이 정치단수가 높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그를 처음 만난 외국 정상이 자신임을 내세웠다. 아베 총리는 2016년 12월 손정의 사장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며칠 후 트럼프를 찾아가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 확신했다”고 치켜세우며 실리 외교를 구사했다.

 

 외교는 장기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큰 힘이 발휘되는 만큼, 일본의 발 빠른 외교가 미일 관계에 큰 힘이 되었음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일본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이처럼 국익과 먹거리를 위해 분투할 당시 한국의 국제 정치와 외교는 마비되어 있었다. 

 

일본 經團連의 막강한 로비력 ‘여전’ , 한국 全經聯은 ‘와해’

 

미 행정부의 무역규제 조치는 주로 미국 민간기업들의 제소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껄끄럽게도 한국 기업들을 향한 미국 기업들의 제소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일본 기업에는 그와 같은 제소가 별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 기업들과 일본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로부터 어떤 이유로 제소를 당하는지는 각각의 기업 행동을 자세히 보아야 하는 사안이다. 

 

로비의 내부적인 사안은 자세히 알기 어려우나 미국은 ‘로비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만큼, 일각에서는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내 지일파가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말도 회자된다. 지일파가 많다고 하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그만큼 로비하기가 용이하고 일본에 유리하게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에서의 로비 외에도 일본 기업과 경제 단체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두어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고 할 것이다. 우선, 미국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기업들과 비교하여 일본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의 거래관계가 오래되었고, 고용창출도 많이 하며 신뢰성도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아직도 건재하여 일본 기업의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정부와의 돈독한 협조관계는 물론 정보 공유도 많이 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최순실 국정논단 사태를 거치며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전경련(全經聯)은 와해되다시피 하여 사령탑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비하면 대조적인 현상이다.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정부의 국제 정치 및 통상 외교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하여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실적으로 통상 외교 정책은 실리적인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외강내강(外剛內剛)만이 아니라 외유내강(外柔內剛), 외강내유(外剛內柔) 등 다양한 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우고 북한에 대하여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 강경한 입장을 세우고 있음은 일본의 실리를 찾기 위한 제스처라 할 것이다. 일본을 고율 관세 부과 대상 국가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한국이 일본과 명백히 다른 것은, 1)북한을 대하는 입장이 일본과 다르고, 2)미국의 통상 압력에 있어 한국이 일본에 비해 대응하기 어려운 위치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모순의 극복이 정치 외교의 묘미라는 점에서 보면, 이번 미국의 통상 압력 극복 여부는 문재인 정부의 시험대라고도 할 수 있다. 북한을 둘러싼 입장이 일본과는 다르고, 일본에 비해 미국의 통상 압력을 해결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하여 한국이 일본과 척을 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품목이 존재하거나(대체관계), 한국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면 일본 기업의 대한(對韓) 수출도 늘어나는 관계(보완관계)라는 양면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 극복을 위해 필요에 따라서는 미국을 향해 ‘왜 일본과 이렇게 차이가 나는가?’라는 ‘일본과의 공평성’ 논리 제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에는 일본과의 무역과 통상외교 정책을 비롯한 한일관계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1953년생)과 아베 신조 총리(1954년생)는 나이는 비슷해도 형성되어 온 사고는 대조적이다. 두 사람이 내재적으로 유유상종(類類相從) 하기에는 정서상 사이가 너무 떨어져 있다는 의미이다. 두 사람 간 생각의 코드나 정서 차이를 인정하고, 외교나 정치의 상징으로 서로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한일간 경제통상 협력의 장을 마련해 가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거라는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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