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품 판매에서 자문형 영업으로의 전환 필요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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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국내은행권의 투자상품 영업은 단일 상품을 판매하는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음. ► 판매 위주의 투자(금융)상품 영업은 고객의 보유자산에 대한 충분한 진단과 조언을 통한 수익률 및 투자위험의 안정화 기회를 제한할 수 있고, 특히 고수익(opportunistic yield)을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데 용이하여 자산가격의 변동성 확대 시 투자위험이 크게 증가할 소지가 있음. ► 반면 자문형 영업은 고객의 재무상황이나 투자경험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토대로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을 통해 수익흐름을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별 니즈를 반영하기 유연하고 고객의 선택권을 강화함으로써 사후 분쟁위험도 완화시킬 수 있음. ► 앞으로 자문형 영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규율체계 측면의 획기적인 전기가 필요함. ► 계좌방식(separate account)을 활용하여 고객의 자산정보를 집중 · 관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상위규율(umbrella regulation) 체계를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상품 영업 시 고객에 대한 이해, 자산분배 및 평가, 복수의 투자상품 제공 등의 투자자문 절차를 의무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함. |
국내은행의 투자상품 영업은 주로 개별 투자상품의 판매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부동산 펀드를 판매하거나 ELS와 같은 구조화 상품을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하여 판매하는 등 단일 상품을 권고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로 2021 2023년 중 은행권의 주가연계신탁 방식 판매가 월평균잔액 기준 약 27.6조원에 이르고 있다. 물론 투자상품의 판매에 있어서 투자경험 혹은 연령 등을 고려한 적합성 평가를 통해 투자상품 구매에 따른 투자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필수적인 절차이자 핵심적인 영업규제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개별 또는 단독 투자상품을 고객이 매입하는 판매 중심(sales-focused)의 영업 관행은 투자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 과거의 사모펀드관련 불완전판매 사례도 특정상품의 매입으로 인한 개별위험(idiosyncratic risk)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별위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문형 영업으로 전환될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본고는 국내은행의 투자상품 영업을 중심으로 자문형 서비스(advisory service) 형태로 전환해야 될 필요성과 기대효과, 그리고 규제측면의 대응방향을 제시한다.
판매중심의 영업과 한계
판매중심의 영업은 국내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혹은 투자형 보험상품(예: 변액보험) 등에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판매중심의 영업은 고객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상황에서 업종별로 분화된 규율체계와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또한 판매 또는 세일즈(sales) 과정이 각 분야의 전문자격을 갖춘 영업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고객(투자자)과 전문인력(영업인력) 간의 개인적인 관계나 판매인력의 영업력 등을 기반으로 제한된 상품(menu)을 제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복수의 상품을 제공하는 온라인 판매나 상품개발 시 다수의 상품을 편입할 수밖에 없는 ETF 등과 같이 금융회사가 고객의 선택을 지원하지만 고객의 결정권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아직 일반적이지 않아 판매중심의 영업에서는 영업력과 같은 개별성이 존재할 수 있어서 고객의 선택과 책임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아질 소지가 크다.
그동안 감독당국은 판매절차의 표준화 및 고객의 적합성 검증 강화 등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건전한 영업을 증진하고 사후적 분쟁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판매위주의 영업 하에서는고객의 전체 재산이나 금융자산, 재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어려울 수 있다. 소수의 투자상품을 메뉴 형태로 제시하는 경우 고객의 세부적인 자산 종류나 총규모를 파악할 필요성이 낮고 고객도 사적정보를 영업 중에 제공하려는 유인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일부 고액자산가의경우 프라이빗 뱅킹이나 재산관리서비스(wealth management service)를 통해 자문형 서비스를 받을수도 있으나, 은행점포의 영업데스크에서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판매중심 영업방식은 고객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고객과의 관계가 밀접할수록 영업기회를 확보하는데 유리할 수 있어 은행권의 주요한 영업체계로 정착되어 왔다. 은행권은 증권권에 비해 고객기반이 다양하고 고객과의 장기간 거래를 통해 예금 및 대출, 보험, 그리고 투자 등과 관련된 판매기능을 확장해 왔다. 이에 따라 은행은 고객의 수익에 대한 니즈나 유인을 파악하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만일 전반적인 재산상황이나 개인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특정 상품 위주로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집중으로 인한 투자위험은 증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금리 여건 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opportunistic yield) 기회를 추구할 고객들의 유인이 커질 수 있었고, 이러한 니즈를 반영한 투자상품의 판매가 증가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개별 투자상품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도 있지만, 개별 자산의 특성 상 변동성에 따라 투자위험도 동시에 증대될 수 있다.
요약하면, 판매위주의 영업구조는 국내 은행권의 주요한 영업체계로 정착되어 왔고, 판매성과도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화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판매 중심의 영업이 초래할 수 있는 고객별 투자위험을 고려할 때 앞으로 개별 상품 위주의 판매에서 복수의 상품을 편입하여 투자수익률과 투자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성은 크다고 하겠다.
자문형 서비스의 필요조건과 기대효과
자문형 서비스(advisory-based service) 및 영업의 특징은 개별 상품보다는 다수 또는 복수의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데 있다. 다수의 투자상품을 제공(multiple offerings)하는 것은 투자상품의 위험도나 기대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투자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재산상황이나 기존의 위험자산 보유수준 및 형태 등 고객자산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단일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방식은 해당 상품만의 위험도나 가격변동에 의해 결정되지만, 자문형 영업은 고객의 보유자산 또는 위탁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이 원하는 미래의 수익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자산배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자산배분은 다수의 투자상품을 결합하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상품을 자체적으로 또는 외부기관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게다가 자문서비스를제공하는 금융회사는 자산배분에 필요한 정보나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또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효과적인 자산배분은 대내외 수많은 금융정보를 축적하고 이를분석,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문형 영업의 기대효과로는 우선 고객의 수용성 제고를 들 수 있다. 고객마다 금융경험이나 연령,자산규모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고객별 투자위험에 대한 수용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문형 영업은 수익률의 제고 등 수익률 측면뿐만 아니라 투자위험을 조정함으로써 투자성과에 따른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는데 효과적이다. 복수의 상품을 제공하고 자산배분에 의거한 투자자문 절차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고객에 대한 충실의무 또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best interest of customer)하는 것이 판매자인 은행의 핵심가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자문형 영업의 기대효과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영업문화를 확산시키고 고객과의 사후분쟁을 축소하는 등 고객위험을 축소하고 고객의 수용성이 높아지는 것이라 하겠다.
자문형 영업은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과 투자자인 고객 간 관계에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특정 상품이나 개별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에서는 고객에게 해당 상품을 적절히 설명하고 고객에게 투자위험을 인식시키는 영업인력의 역할이 긴요하고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자문형 영업은 고객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원하고 조언하고 권고하기 때문에 은행권이 전사적 차원에서 자문체계(advisorysystem)를 구축하고 투자전략을 마련하는 등 상위 경영진 또는 전문가그룹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진다.
또한 고객도 자신의 자산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운용에 따른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치도 제시해야 한다. 그만큼 자문형 영업은 은행과 고객 간 소통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은행권이 투자자의 수익흐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투자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자문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문업무를 통한 전체 금융권의 대내외 경쟁력 제고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자문형 영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계기 마련
앞으로 자문중심 서비스 체계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규율체계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대표적으로 펀드상품의 판매나 구조화 상품의 판매, 혹은 방카슈랑스 규제 등 개별 규제에서 벗어나전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전제로 고객의 선택에 근거하여 자산정보를 집중 · 관리하고 이에 대한책임과 권한을 규율하는 새로운 형태의 상위규율(umbrella regulation)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상위규율체계는 은행권의 경우 투자상품을 포함한 금융상품 영업시 고객에 대한 이해와 자산배분의 결과 및 평가에 의거하여 투자상품의 영업이 이루어지도록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1)
절차의 의무화는 영업비용의 증가나 고객불만의 확산 등 단점도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예: 5천만 원)의 투자상품 판매에 있어서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또는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등과 같은 자산관리계좌 방식(separate account)을 도입하여 복수의 투자상품 편입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자문형 서비스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이 경우 금융상품 영업인력은 고객의 자산포트폴리오 구성을 지원하고, 고객은 계좌에 포함된 자산에 연동하여 관리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또한 계좌방식은 개방형 방식을 채택하여 고객이 필요시 언제든지 투자자산을 편입할 수 있도록 하여 상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더욱이 계좌의 금융회사 간 이동을 용이하게 하여 금융회사의 경쟁을 촉진하고 디지털 서비스의 활용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수익구조 측면에서도 판매수수료(sales commission) 위주의 체계를 위탁자산 관리에 대한 자문 및 관리에 따른 관리보수(management fees)로 전환한 영국의 사례2) 등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자문중심의 영업구조로 전환이 대고객서비스 비용 증가나 고객의 정보공유에 대한 기피 등으로 인해 지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문을 통한 투자위험의 성공적인 관리는 전체 국민의 금융자산 축적을 도모하는 등 거시금융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3) 그리고 자산수익률의 장기적인 안정화는 전체 국민의 금융자산 축적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서비스의 성장과 금융자산의 글로벌화, 고령화 기반 마련 등 거시금융 효과도 창출할 것이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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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싱가포르의 “Guideline on Private Banking Controls(2014)”은 일종의 기능적 규율방식으로서 고객에 대한 이해 절차를 도입하는 등 상위규율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2) FSA (2012), The Retail Distribution Review
3) 금융자산의 축적은 금융자산의 순매입(net purchase) 뿐만 아니라 금융자산의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인 가치상승(asset appreciation)에 의해서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ifsPOST>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3권 04호](2024.3.1.)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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