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수출, 돌파구는 없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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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장의 마이너스 수출증가율
우리나라 수출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장기 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월간 수출액이 작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여 통계를 집계한 1970년 이후 최장 기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3개월 연속 수출증가율이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일 정도로 수출부진이 심각하다. 작년 한해동안 수출증가율이 -8.0%로 마이너스 폭이 일본의 -9.4%, 독일의 -11.1%, 프랑스 -12.9% 등보다는 작아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미국 -7.1%, 중국 -2.9%보다는 크게 나타났다.
여기서 좀더 길게 볼 때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2010년 28.3%의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출부진이 장기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회복이 된다고 해도 회복에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다.
한국에 있어 수출부진이 특히 문제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액 비중이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민계정으로 볼 때 1970년 4.2%에서 2014년 57.1%로 급격히 높아진 상태에서 수출급감이 국민경제에 매우 큰 충격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수출이 오히려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으니 한국경제가 어디에 기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이 좁고 확대에 한계가 있어 수출을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적·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수출부진 심화는 경기적, 구조적 요인이 복합되어 나타나고 있다. 경기적 요인으로는 세계경기 부진과 교역규모 축소,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주요 품목의 수출단가 하락 등을 들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의 성장둔화와 유로경제의 성장정체, 미국경제의 최근 둔화조짐 등이 세계경제의 회복을 제약함에 따라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올 1월 전망에서 IMF는 세계경제성장률을 3.4%로 작년 10월 전망치 3.6%보다 0.2%포인트 더 낮게 잡았다. 내년 전망치도 3.8%에서 3.6%르 하향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3.1%(실적치)보다 높게 잡고는 있으나 전망치를 자꾸 하향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세계경제 성장률의 하방위험이 크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저성장 추세가 이어지면서 세계교역 신장률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작년에는 물량 기준으로 2.5% 증가했으나, 금액(달러화) 기준으로는 13.8% 감소해 2009년 이후 처음 감소를 기록했다. 에너지∙자원 가격 급락이 금액 기준 감소를 초래한 주된 이유다. 특히 원유가격 급락은 한국의 주력 수출제품중 하나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단가를 크게 떨어뜨려 이들 제품의 대폭적인 수출감소를 야기하고 있다. 석유제품은 작년에 수출이 37% 감소한데 이어 올 1~2월에도 36.3% 줄었다. 석유화학 제품도 같은 기간 각각 21.6%, 17.6% 줄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 제품과 철강제품의 가격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적 요인에 따른 수출부진은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되거나 재고조정 등으로 공급과잉이 완화되면 수출제품의 단가가 상승세로 바뀌어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요인에 따른 수출부진은 특단의 노력없이는 해소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구조적 요인으로서 무엇보다 들 수 있는 것이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과 주력품목의 경쟁력 약화이다. 중국 경제는 2007년 14.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후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6~2020년 제13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서는 성장률 목표치를 6.5~7%로 잡는 등 바오치(保七)가 이미 붕괴된 상태이다. 중국의 성장률 하락에 따라 한국 수출에서 4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중국 수출은 작년에 5.6% 감소한데 이어 올 1~2월중에는 -19.6%로 감소율이 더욱 커졌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중국제품의 경쟁력 강화도 대중국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에서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이미 한국을 능가하게 되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은 2014년에만 해도 점유율이 1위를 차지했으나 작년에는 샤오미, 화웨이, 비보, 오포 등에 밀려 5위권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수출부진의 구조적 요인이다. 자동차의 경우 해외생산 비중은 2008년 27.6%에서 2014년에는 49.8%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휴대폰은 해외생산 비중이 45.0%에서 86.3%로, LCD는 0%에서 13,2%로 각각 높아졌다. 기업으로서는 수출보다는 해외 현지생산이 여러 가지 면에서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해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이것이 수출부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구조적 요인이 한국 수출부진 요인으로서 보다 우세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이들 요인을 완화·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강도높게 기울이지 않는한, 세계 수출순위 6위라는 금자탑은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출시장과 품목, 주체에 획기적 변화 있어야
그렇다면 수출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수출시장과 수출품목, 수출주체, 수출지원체계 등 여러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수출시장에 대한 변화로서 향후에도 잠재성장률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비중을 줄이는 한편 인도, 베트남, 이란,미얀마,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성장잠재력이 큰 개도국의 시장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 확대에도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주력제품 내 새로운 유망품목을 집중 육성할 필요도 있다. 이를테면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위주에서 시스템반도체, SSD쪽으로 비중을 키워나가야 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LCD에서 OLED로 주력 분야를 바꿔 나가야 한다. 최근 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의 소비재도 고급화를 통해 시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문화 컨텐츠, 플랜트, 의료서비스 등의 수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개별품목 수출 위주에서 시스템 수출 쪽으로 역량을 확대해 나갈 필요도 있다. 전력 인프라나 고속철 등이 그것이다. 시스템 수출은 다양한 품목과 다수의 기업이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어야 비교우위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다.
수출주체도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중견기업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가도록 해야 한다. 340만개 중소기업중 수출에 종사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고작 3% 정도인 9만 2,000개에 불과하다. 중견기업 3,800개도 그 절반 정도만 수출에 종사하고 있다. 정부의 수출지원 시책은 중소·중견기업에 포커스가 맞춰질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직구 확대 추세에 맞춰 온라인 수출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중국의 해외 직구시장은 작년 381억 달러에서 2018년에 1,56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1.8%(약 7억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 직구족에 대한 할인행사 등을 통해 판매를 적극 늘리도록 해야 한다.
수출지원체계도 각 기관이나 단체의 각개전투식 지원보다는 종합적, 유기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무역금융은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종합지원은 Kotra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무역협회 등이 서로 연계돼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한국이 수출 5대 강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주저앉을 것이냐 하는 것은 정책당국과 기업이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발빠르게, 또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각국이 세계시장을 넓히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만큼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각성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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