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완식의 생동하는 문화예술<18> 문화예술 ‘창작지원’에서 ‘소비자 지원’으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2월28일 10시20분

작성자

  • 전완식
  •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 국가미래연구원 부원장

메타정보

  • 8

본문

20년 넘은 제도의 변경 필요성


 문화예술정책의 기본 틀은 창작자를 지원하거나 콘텐츠를 지원하는 형식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콘텐츠 기술이 저급하거나 창작자의 수준이 떨어졌던 과거의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제도였다. 예를 들어 영화 제작을 지원하자고 만든 ‘영화진흥법’은 영화의 제작·수출·수입·심의·상영 등에 관하여 규정한 법률(1995. 12. 30, 법률 5129호)이며, 2006년 4월 28일 법률 제7943호로 '영화진흥법' 과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을 통합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 제정되었으며 2006. 10. 29.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의 취지처럼 1995년 당시에는 영화의 수준이 국제적이지 못하여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영화는 맥을 못 추던 시절이었고 영화의 영상미를 좌우하던 특수효과, 컴퓨터 그래픽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국산 영화가 수입영화에 견줄 정도가 되려면 종합적인 진흥 정책이 필요했다. 진흥 정책의 필요성으로 법과 제도가 마련되고 많은 지원금이 지급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으로 성공한 콘텐츠가 있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K-Pop의 국제적인 성공에는 유튜브가 있었고, 드라마의 성공에는 넷플릭스가 있었다. 그리고 성공한 창작자들은 정부의 지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혼을 갈아 넣는 열정이 있었다. 지원금이 올바로 사용되지 못하는 제도의 변경을 많은 창작자와 국민은 원하고 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적용한 시점부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효과도 미흡하며 시대와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은 조속히 개선해야한다.

 

아무나 지원 받을 수 있는 시대 


과거에는 창작함에 있어 기술적인 장벽을 넘기 어려워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진입했으나 현재는 인공지능과 각종 기술적 지원으로 인해 일반인도 몇 달 연습하면 콘텐츠 제작자 즉, 예술가 행세를 할 수 있다. 현행 제도가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된다. 창작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기획과 제작이다. 그동안 창작자들은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하였지만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해 아이디어만 있으면 웬만한 콘텐츠는 뚝딱 만들어진다. 물론 이를 검열하고 구분하기 위한 워터 마크나 각종 규제를 걸기 위한 제도와 장치를 만드는 것도 병행되고 있다. 

 

그런데 1달 전에 SK텔레콤이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위한 생성형 AI 서비스 제작 플랫폼인 ‘엔터프라이즈 AI 마켓’을 출시한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인공지능앱’을 만드는 열풍이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추정되는 인공지능앱은 3만개를 넘어섰다고 분석된다. 따라서 인공지능앱이 앞으로 전세계 기업수 만큼 늘어날 것이고 이에 대한 결과물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그 앱을 활용한 결과물을 모두 검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된다. 가장 쉬운 예로 인공지능 앱을 3개 정도를 서로 교차 사용하여 얻어낸 시. 소설, 수필 등의 문학작품을 짜깁기하여 추출해내면 전문가도 판단이 어렵게 된다. 이런 결과물이 넘쳐나게 되면 누구나 창작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따라서 창작자를 지원하는 제도는 무차별 지원하는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 

 

소비자는 아무에게나 투자하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국가의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이유는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지역에 문화 유산이나 문화 시설이 있으면 방문객을 유인하게 되는 요인이 되고 방문객이 많아지면 당연히 이를 응대할 인프라가 생겨나므로 지역민들은 수입이 증가하고 궁극적으로는 문화향유로 풍요와 정주성까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문화예술이 정부지원을 받아야하는 명분이 생기는 이유인데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누가 진정한 예술가인가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점으로 가는 상황에서 지원은 신중해야 한다. 문화강국으로 가기 위한 진흥 정책은 유지하되 지원금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는 관점을 바꿔야한다. 

 

이미 보존과 진흥을 해야 함이 명확한 분야. 즉, 무형·유형문화재와 독보적인 기술이나 창작이 필요한 검증된 분야는 지원하되 나머지 분야는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 예술인 지원금이나 창작 보조금 등을 문화 향유의 대상인 소비자에게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고 예술인은 소비자가 지급한 소비액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더 발전시킬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미 이런 변화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시행하고 있고 프랑스의 Pass Culture(문화패스)는 앱으로 소비자의 주변에 있는 문화이벤트, 문화예술 상품을 소개하며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18세를 대상으로 1년에 500유로의 문화 지원금을 앱을 통해 제공한다. 이 제도는 가치가 있는 문화예술 활동과 지원금 사냥꾼들의 활동을 명확히 구분해 줄 수 있다. 

 

우리는 현재까지의 제도에서 효용성 입증이 미흡하다는 것을 안다. 또한 앞으로의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의 변화도 필요함을 안다. 따라서 지금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적합한 시기이다. 

<ifsPOST>​ 

8
  • 기사입력 2024년02월28일 10시2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