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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한 내년도 예산안- '성장형 국가부채'로 재구축할 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05일 18시33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06일 18시08분

작성자

  • 김원식
  •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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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400조원의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전년 대비로는 총지출이 3.7%가 증가한 것이다. 조선과 해운업 불황으로 인한 불경기와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이 지난 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사실상 추경예산안과 내년예산안을 함께 마련한 것이다. 이변 예산안은 사실상 2017년 예산이라기 보다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의 예산안이 된 것이다.   

 

내년예산안이 과연 앞으로 우리 경제가 부딪칠 최악의 환경이 고려된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 6월 말 조선업은 최악의 불황으로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도입 첫 사례로 지정되었다. 지난 주 한진해운의 지원이 무산되면서 법정관리신청으로 인한 국내 경제의 혼란은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것 같다. 무역의존도가 100%를 넘는 나라에서 해상운송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은 경제 동맥이 끊어진 것과 같은 것이다. 예상된 불경기의 지속 속에 기업들도 내년 신규 채용을 10%씩이나 줄이겠다고 하면서 손을 든 상태다.

 

문제는 그렇게 힘들게 마련한 추경에 비하여 내년도 예산은 상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우선, 재정수지 적자가 올해의 37조 원에서 28조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복지 예산에는 130조 원을 쓰면서 성장의 핵심 요소인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각각 26조 원과 23조 원에 불과한데도 지난해에 비해서 각각 1.7%, 6.0%나 축소시켰다. 게다가 일반∙지방행정비는 5.4%나 늘었다. 선진국은 예산구성에서 이 비중이 감소되는 추세이다. 경제가 지금처럼 나쁘다고 하면 공무원 보수인상율도 억제되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양적완화로서 이자율을 1.25%까지 인하했지만 가계부채만 늘어서 1300조원에 이르고, 기업은 이미 투자를 포기한 것 같다. 오히려 개인저축이 느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어느 때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돌파구를 재정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본다.

 

4월 총선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하고 내년에는 대선이 있어서 어느 때보다 경제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포퓰리즘 등으로 불안해질 것이 뻔하다. 따라서 정부는 어느 때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만이라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예산안이 재정구조나 부채규모 면에서 과연 현재의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예산안의 기본 방향을 우선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둔다고 하지만 그동안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는 등 고용시장은 악화되고 노동시장은 더 경직되어 가고 있다. 직업교육이나 취업알선 등 고용서비스를 개선한다고 해도 기업들은 더 이상 고용할 생각이 없다. 경험도 없는 청년들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스스로 창업해서 청년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 중심의 고용보험 정책으로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용보험은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 중심이고, 고용주들에 대한 지원은 단물빼먹기(cream skimming)기가 일반화되어 있다. 따라서 고용창출은 생산관련 부처의 독려와 중앙정부보다 자치단체의 문제라는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전통 제조업이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지출을 전년에 이어서 줄이는 것도 문제다. 현재의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자리 늘리기는 실직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신산업보다는 전통 제조업의 활성화나 사회간접자본의 확대가 더 필요하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소위 4차 산업혁명 부문에서는 단시일 내에 인력을 양성할 수가 없어서 일자리도 만들 수 없다.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공교육의 본질적 개혁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셋째, 저출산 예산의 확대에 있어서도 출산율 상승은 단순히 난임시술비의 지원이나 남성육아휴직 지원의 차원에서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 에어컨과 난방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선진화된 교육시설, 책임감 있는 교사, 지역별 아동전문병원 등 자신의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의 개념도 이제는 단순히 철도, 도로, 항만 등의 범위에서 벗어나 사회보장의 질적 개선이 가능하게 하는 투자도 포함해야 한다. 

 

넷째, 더 나아가 경제개발시대의 사회간접자본이 아니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탑재된 것이 되도록 투자를 확대하고, 신산업부문에 대한 성장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무인자동차 등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효율적 도로시스템, 드론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의 확보에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고령사회를 위한 인프라도 매우 부족하다. 스마트 노인아파트와 노인요양시설, 안전한 노인이동장비의 보급 등도 모두 우리의 사회간접자본이다. 

 

마지막으로 사상 유례 없는 저금리 하에서 성장만 보장될 수 있다면 부채는 매우 효율적인 재원조달 수단이다. 따라서 귀중하게 모여진 자금이 저금리로 인하여 값 없이 소진되는 것보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 자금을 경제성장에 활용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에 대하여 시장금리보다 1%라도 더 보장된 국채를 발행해서 재원을 성장잠재력의 육성에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의 불경기와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지금은 상시적 예산을 편성할 시점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부채는 의무적 복지비 지출증가에 의한 소비성 적자에 따른 것이었다. 게다가 생산성 지출도 억제해 가면서 복지비를 충당해 왔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재정에서 ‘성장’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이제는 ‘성장형 국가부채’를 구축할 때다. 그래야 불경기가 지나고, 국가부채도 억제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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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05일 18시33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06일 18시08분
  • 검색어 태그 #2017년 예산안#복지지출#사회간접자본#저금리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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