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결국 부정, 무능, 오만으로 실각 “상원, 예산 회계 부정 혐의로 탄핵 · 파면, 경제 상황 혼미 계속”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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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좌파 게릴라 출신 Dilma Rousseff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31일 상원의 탄핵 재판 표결에서 61: 20으로 탄핵이 결정되어 실직했다. 국가 예산 적자를 감추기 위해 회계 조작을 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탄핵안이 가결된 것이다. 이로써 독재에 항거하여 투쟁했던 호세프 대통령이 파면되어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남미 대륙 최대 국가인 브라질에서 수 개월 간 끌어온 권력 투쟁의 절정을 일단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최근의 극심한 브라질 경제 침체 및 호세프 대통령의 개인 리더십에 대한 결정적 타격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2011년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2015년부터는 2차 임기를 이어오고 있었으나, 금년 5월부터 의회에서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어 왔다.
이런 재판 결과는 이미 사전에 널리 예상되어 왔던 것이다. 이번 재판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호세프 정권은 최근의 무자비한 수준의 경기침체 및 국영 석유회사의 대규모 부정 스캔들로 인해 압력을 받아 왔고, 이로 인해 정치적 기반 및 대중적 지지가 실추(失墜)되고 있었다. 이번 호세프 대통령의 실각은 브라질 역사상 최초 여성 대통령의 굴욕적인 퇴장을 의미함과 동시에, 13년 간에 걸친 좌파 ‘노동자의 당(Worker’s Party; PT)’ 집권의 종식(終熄)을 의미한다.
■ 카리스마도, 능력도 없는 호세프의 “예고된 사망”
브라질 경제는 집권 좌파 정당인 ‘노동자의 당’ 집권 기간 중에 나름대로 성장을 이루었고, 수 백만 명에 달하는 중산층 형성도 그런대로 이루어져 국제 무대에서의 면모도 향상되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부정 부패 스캔들 및 수 십년 만의 극심한 경제위기와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등으로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는 급락했고, 반대 정치 세력들의 공격으로부터 정권을 지켜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일부 브라질 국민들은 트라우마와 같은 탄핵 절차가 완결되어 반갑다는 표정이다. 상파울루의 한 사무원은 항상 호세프 대통령을 포함하여 PT 후보를 찍어 왔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오늘 결정으로 안도한다” 고 고백한다. 호세프가 범죄에 연루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 경제의 방향은 이어가지 않을 것” 이라고 기대한다.
상파울루 출신의 Mentor Muniz Neto 작가는 “그녀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카리스마도 없고, 능력도 없고, 겸손함도 없었다. 오히려 우리들이 더 낫다” 고 말한다. 그녀에 대한 비판자들은 이번 탄핵은, 길을 잃어버린 정치 운동의 키를 잡고 있는 오만한 지도자에 전적으로 적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호세프 지지자들은 브라질의 젊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일종의 쿠데타라며 비판하고 있다.
■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좌파 풍조에 대한 질책”
75세인 Michel Temer 부통령이 2018년 말까지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정권을 이어받을 Michel Temer 부통령이 속한 BDMP(Brazilian Democratic Movement Party)은 집권 ‘노동자의 당’과 최근까지 10여년 간 연립정권을 형성해 오다 지난 3월에 연립 관계를 깨고 호세프 대통령 퇴진을 위한 동맹을 이끌어 왔다. 호세프 대통령의 정적들은 수요일 시행된 상원의 표결 이전부터 다가오는 퇴진을 2000년대 초반부터 남미 각국을 휩쓸었던 좌파 물결에 대한 질책이라며 환영했다.
우파 민주당 소속 Ronaldo Caiado 상원의원은 “호세프의 퇴진은 노동자의 당 및 호세프의 전임자인 금속 노동자 출신으로 2003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Lula da Silva, 그리고 극빈자 국민들을 보조하기 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확대하려는 기도에 대해 거부를 나타내는 것이다” 고 말한다. 또한, 이들이 없었다면, 경제적인 어려움, 높은 실업률 등은 있어도 좀 쉽게 숨을 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Temer 정권도 마찬가지; 국민들은 별반 기대하지 않아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정권을 승계한 Temer 부통령의 집권도 정치적 현실 안주 및 모든 주요 정당들에 횡행하고 있는 부정 부패에 넌더리가 난 국민들의 지긋지긋한 심정을 다스려 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Temer 부통령이 속한 BDMP(브라질 민주운동당)도 국영석유회사 Petroleo Brasileiro (Petrobras) 뇌물 사건을 위시한 대규모 뇌물 사건 및 브라질 정계에 만연한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 등으로 마찬가지로 흠집이 많은 정당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치 전문가이자 워싱턴 American 대학 Mathew Taylor 교수는 “브라질 국민들의 ‘방탕자들을 내던져 버리고 싶은’ 정치에 대한 혐오감은 Rousseff 대통령을 쫓아내는 것만으로는 달래지지 않을 것” 이라며, “탄핵 절차가 진행되어 온 과정은 안개 속 같은 대단히 재미없는 느낌을 준다” 고 언급한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으로 브라질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거나, 브라질 정치 사회에 만연한 부정 부패를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브라질 국민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단지, 스캔들에 휘말린 한 정파로부터 다를 바가 없는 다른 정파로 정권이 옮겨 간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에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서 임시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Temer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호세프 대통령과 거의 다를 바 없이 참담한 것이었다. Temer 부통령은 우파적인 색채로 옮겨 가면서, 여성이나 아프리카계 인사들을 한 사람도 각료로 임명하지 않아서 분노를 산 적이 있을 정도다. 그가 임명한 각료들 중 상당 수는 이미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어 사임한 상황이다. 게다가 Temer 부통령 자신도 정치 자금 관련 위법 행위 및 한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논란이 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것들을 배경으로 해서 지난 번 Rio 올림픽 개막 식 식전에서 관중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던 인물이다.
■ “2018년 대선이 판가름할 것” NYT 사설
이번 탄핵 과정에서 브라질 사회는 양분 되었고, 양 측 간의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말았다. 지난 1980년대에 민주주의를 회복한 이후, 선출된 4명의 대통령 가운데 이미 두 명이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셈이 된다. 이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앞서서 지난 1992년에도 당시 Fernando Collar de Mello 대통령도 부패 혐의와 관련하여 상원이 유죄 판결을 하기 직전에 사임한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호세프 대통령의 퇴장으로, 지난 십 여년 동안 브라질 정치계에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왔던 ‘노동자의 당(Worker’s Party)’이 브라질 정치 지평에서 향후 노선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게 되었다. 대신, 보수 세력 목소리가 힘을 키워가고 있다. 이 정당 Joao Santana 선거전략가가 국영석유회사 등과 관련하여 해외에서 수백만 달러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에 올라있고, 이전에 운동가이자 전직 대통령이었던 da Silva 씨도 연방 수사 당국이 뇌물 수수 혐의를 캐고 있다.
NYT 사설은, 이번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좌파 정권 13년에 걸친 전환기 정치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호세프 정권은 자원 붐 시절에 거두어 들인 막대한 수입으로 수 백만명 국민들을 가난으로부터 구했으나, 최근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이 탄핵 결정의 배경으로 지적한다. 아울러, 정권을 승계한 Temer 부통령에 대해 스캔들로 얼룩진 브라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부정 부패 수사를 계속하도록 허용해야 하며, 수사 검사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법령 제정 기도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대통령 대행으로 취임한 이후 국유기업의 민영화 방침 및 방만한 연금제도의 개혁 등, 그의 경제 플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브라질 경제는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 앞으로, Temer 대통령은 예산 균형을 위해 고통스러운 지출 삭감을 단행하고, Worker’s Party가 만들어 놓은 사회보장 제도를 감축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2018년에 국민들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할 때까지 브라질의 민주화 과정을 존중해야 하고, 여태까지 자신들이 지지해 왔던 플랫폼에 대해 합리적으로 차별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 “브라질에 대한 투자는 미묘한 상황” Bloomberg
지난 수 개월 간 브라질에 대한 투자는 식은 죽 먹기였었다. 호세프 대통령이 물러날 것이며, 새로 들어오는 정부가 경제 성장을 회복할 것이고 기록적인 재정 적자를 감축할 것이라는 쪽으로 보고 자산을 매입하기만 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시장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들은 브라질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인플레이션을 수속하고, 브라질 경제를 사상 최악의 침체 상황으로부터 구출해야 하고, 국가 예산을 건전화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Temer 정권 하에서, 향후 투자 방향은 상당히 미묘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많은 투자자들이 브라질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모두가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투자를 더 하기 전에 혹시 기대하는 진전이 있기를 원한다. 투자자들은 아직 신임 Temer 대통령이 의회를 통해서 고통스러운 정책들을 쉽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8월에만 이미 1.5조 헤알(Real) 규모의 주식 자금을 인출해서, 지난 5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즉, ‘반(反) Dilma 정서’가 브라질 시장을 떠받쳐 온 뒤에, 지금은 더욱 불확실한 시장 조건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한 전문가는 “투자자들은 탄핵 결정 이후의 전망에 대해 Temer 신임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이 검증되기까지 좀 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할 것. 브라질 자산은 이미 과대 평가된 느낌이다” 고 판단하고 있다.
Goldman Sachs 라틴 아메리카 담당 주임 이코노미스트 Alberto Ramos씨는 “시장은 다음 요인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기득권 그룹들의 예산 지출 확대 및 비용이 따르는 재정 양보에 대한 압력에 더 이상 양보하지 말 것; 의회가 헌법을 개정하여 프라이머리 지출 상한을 전년도 인플레이션율 상승 이내로 제한하는 법률을 조속히 승인할 것; 2017년 중반까지 강력한 사회보장 제도 개혁이 의회에서 통과될 것, 등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이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으로 브라질 정계에 옛날부터 이어져 온 정치 세력 간 대립은 일단 외형적으로는 결단이 남으로써 극도의 불투명성은 해소된 셈이다. 그러나, 경제적 불투명성은 오히려 짙어만 가는 느낌이다. 정치의 안정 발전과 경제의 안정 성장은 같이 굴러가야 할 한 수레의 두 바퀴라고 했다. 브라질의 남은 과제는 외형적 정치 안정을, 내면적으로 공고히 하고, 침체를 거듭하는 경제에 활력을 소생시키는 것이 지상 과제인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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