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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계감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01일 16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01일 16시50분

작성자

  • 황시봉
  • 황시봉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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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제기된 회계감사제도의 문제점

 

  o 자유수임제의 폐해 ;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감사결과 

 

  이번에 대우조선 회계분식이 드러났습니다. 준 공기업이고 은행이 대주주로 CFO를 파견, 관리하는 데도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사기업은 과연 회계 즉, 회계정보와 회계감사를 어떤 입장에서 보고 있을까요? 특히 오너가 있는 재벌들은 정보이용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경영권 유지 및 사적이익(개인적 이익)의 극대화와 이해관계자에게 공정정보 제공 사이에서 갈등을 하겠지만 양자가 상충할 경우에는 전문경영인이 경영한 대우조선의 분식사태로 미루어 볼 때 아마 전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싶은 유혹을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회계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자유수임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회계감사제도상 기업이 ‘갑’입니다. 그러면 ‘갑’에게 ‘을’, 즉 회계법인은 어떤 존재일까요? 회계법인이 열심히 일 하는 것을 좋아할까요? 아닐 것입니다. 가능하면 적은 시간을 투입해서 적게 일 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들여다볼수록 치부가 드러나거나 회사 기밀정보의 보안에 부담을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면 감사보수를 적게 주면 해결됩니다. 결국 투입시간이 줄어들게 되어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o 회계감사제도 자체를 불필요한 제도로 인식

 

  그러면 우리나라 사회일반의 회계감사제도에 대한 시각은 어떠할까요? 꼭 필요한 제도로 보고 있을까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인회계사회에서 운용한 표준감사보수제도(당초 1980년 국보위에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재무부에서 만들어서 운용하다 협회로 이관한 것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지적하여 가이드라인이 폐지된 후에는 ‘갑’이 완전히 목줄을 쥔 형태가 되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IPO예정기업에 대한 지정감사제도의 완화를 포함한 감사비용 경감방안을 확정, 발표하였습니다. 제도의 올바른 운용에 책임이 있는 정부마저 회계감사를 거추장스러운 제도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습니다. 결국은 ‘갑’이 주도권을 쥐고서 갑과 을의 이해에 맞는 절충안이 나오게 되겠죠? 

 

  o 감사보수의 비현실성

 

  한국전력 본사가 전라남도 나주혁신도시에 있습니다. 회계사들이 한전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합니다. 왜냐 하면 일 년의 거의 절반을 현지에 상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수가 매력적이면 지방이라도 상주하려 하지 않을까요? 이는 감사보수가 특별히 매력적이지 아니하다는 반증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은 200조 원대, 영업이익은 수십조 원입니다. 감사보수로 1000억 원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 1/10도 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삼성전자로부터 벌어들이는 회계감사 보수는 국내 최고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참고로 2014년 기준 삼성전자의 감사인은 삼일회계법인이고 총 43,411시간을 투입하고 회계감사 보수는 총 36.9억 원, 시간당 단가는 약 85,001원이었고, 2014년 기준 감사보수 상위 10개 상장법인의 감사보수 총액은 150억 원이고, 총 투입시간은 167,640시간, 시간당 보수단가는 89,483원 이었다 합니다. 

 

  회계분식이 터진 대우해양조선의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회계감사 시 감사보수(546백만 원)는 동일함에도 2014년 대비 투입시간을 2배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2014년: 6,215시간; 시간당 단가 87,851원, 2015년: 12,715시간; 시간당 단가 42,941원). 물론 안진회계법인으로서는 늦었지만 제대로 된 감사를 해야 할 당위성이 있어 그러했겠지만 어쩌면 2015년 투입시간이 적정 내지 필요 투입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회계감사는 어쩌면 적정시간의 1/2 정도의 시간을 투입하는 선에서 회계감사가 수행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추정도 가능해 보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회계감사 보수는 시간당 85,000원에서 90,000원 사이로 보이는데 안진회계법인의 2014년 대우조선 회계감사보수도 시간당 87,851원으로 그 범주에 드는데 이 단가는 수익성을 고려할 때 대형회계법인의 감사투입시간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위에서 제시된 2014년 10대 기업 기준 시간당 평균감사보수(주1)를 가지고 회계사 1인당 월 급여소득을 다음과 같이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회계사 1인당 수입금액 = 

시간당 감사보수 89,483원 ☓ 2080시간/연(52주☓40시간/주)=186백만 원

회계사 1인당 월 소득 = 

186백만 원÷300%(주2)÷12개월 = 5,166,666원

(주1) 10대 기업 이외의 다른 감사보수도 동일한 시간당 단가로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바 현실은 그렇지 아니할 것임

(주2) 관리자, 간접부서 인원, 경비 등 overhead율을 200% 가정

 

 

  즉, 냉엄한 갑을 관계에서 을은 갑이 제시하는 보수 내에서 최대한 생존과 수익성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러한 입장은 곧 갑의 이해에도 부합되는 바 일 것입니다. 다른 말로 을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가격으로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o 재무제표의 진정성 추정

 

  이러다 보니 일부 시각에서 회계감사인은 피감사법인의 재무제표에 대해 진정성의 추정 측면에서 접근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바, 기본적으로 허위성 추정을 전제로 접근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기업환경을 고려할 때 허위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아마 감사보수가 현재 수준의 10배는 되어도 하기 어렵고 그런 전제 하에서의 감사보고서에 대한 책임문제도 새로운 논란이 될 것입니다. 

 

  IMF 이전 당시 은행권에는 ‘1억 룰’이라는 게 있었다고 합니다. 시중은행장의 보수와 회계감사보수가 각각 1억 원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인데, 물론 당시 회계감사 보수를 더 주었더라면 IMF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인가는 회의적이지만 적어도 기업의 계속성(going concern)에 대한 검토는 회계감사의 근본이므로 보다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2.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회계제도 개선방안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취약성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장애 중 대표적인 것입니다. 반면 민간 섹터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취약한 사회적 자본구조 하에서 현재의 자유수임제 회계감사제도는 혹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는지요? 

 

  금번 대우조선해양에 천문학적 자금이 지원되었고 추가적으로 지원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자유수임제도의 맹점을 증명하는 실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회계감사에 전년 대비 2배의 감사시간을 투입하여 최선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보고서 제출 후 대우조선해양이 2015년 결산에서 1200억 원대 회계분식이 있었다는 사유로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의 CFO를 조사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기업규모에 비하여 매우 중대한 금액은 아니지만 회계감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회계감사 자유수임제 하에서 시장에서 갑, 을 간 이해되고 있는 적정감사시간은 그 절대 시간수 면에서 충분한 감사증거 확보에 현저히 부족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연구해야할 과제이겠으나 당장에 자유수임제의 근간을 흔들 수 없다면 금융위원회는 최저 감사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최소한 충분한 감사시간 투입이 보장되게 하여야 할 것이며, 고용유발효과가 큰 기업, 금융차입금이 큰 기업, 속해 있는 산업 환경이 악화되는 기업, 예금자보호법 적용대상인 금융기관, 지나친 경쟁으로 부실감사가 예상되는 분야, 부실비리 사학재단, IPO예상기업과 상장 후 3년 이내의 기업, 법정관리기업, 공기업과 지방공기업, 정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 등등에는 지정감사인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물론 이에 상응하는 감리가 따라야 할 것입니다. 

 

  금번 금융위원회가 완화한 방향과는 크게 배치되는 내용도 있습니다만, 감사보수가 문제라면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 (예, 의무 회계감사 대상 아파트 중 일정 세대수 이하 아파트의 감사보수. 2016년 1/4분기 체결된 상위 10위 감사인들의 222건의 아파트 감사 평균 계약단가는 147만원인데 과연 정부와 주민이 원하는 수준의 감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금번 대우조선에 들어가는 지원금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증자해서 지원하는 구조로 보면 결국 국고이고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국고지원을 계기로 정부는 감사인에게 필요 정보의 추가제공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언되는 면이 있습니다만, 잠시 IPO예정기업의 지정감사인 완화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합니다. IPO기업에 감사인을 지정하는 것은 기업의 건전성 검토와 공모가격의 적정성 평가에도 큰 취지가 있다 하겠습니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좋은 기업은 당연히 높은 공모가를 형성하고 보다 많은 자금을 신규투자자(공모주 청약자)로부터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만, 반면에 그렇지 아니한 기업이 어떠한 자의적 회계처리나 추정으로 공모가를 높인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규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IPO기업은 감사인이 지정되었는데 이 지정으로 인하여 감사보수가 자유수임제 대비 3배 수준으로 비싸서 상장의 장애요인이 되는 바, 이의 완화를 통해 상장을 촉진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시장에서는 갑, 을 간의 세력구도에 의해 감사보수 내지 감사투입시간이 충분하지 못할 여지가 많습니다. 어쩌면 3배 수준이라는 IPO기업에 대한 감사보수가 적정보수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정감사인을 복수로 하여 경쟁을 붙이면 (사회적 자본이 취약한 상황에서) 그 결과는 뻔할 것입니다.  

 

  정리하면 부실 회계감사의 일차적 책임은 회계사에게 있겠습니다만, 취약한 사회적 자본을 고려할 때 채찍 위주보다는 당근,즉 위에서 언급한 감사보수의 현실화, 최저회계감사시간 만이 아니라 최저회계감사보수 설정 등과 지정감사인제도의 축소가 아니라 확대 등 피감사 회사가 행사하는 갑의 지위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치면서 미국 부실회계의 대명사로 알려진 앤론(Enron)을 풍자한 소설 (Enron;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에서 회계감사를 풍자하는 대사를 아래에 원문으로 실어 봅니다. 아울러 미국 Enron 사태의 원인이 (미국에서 조차) 지나친 규제완화(deregulation)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Say you have a dog, but you need to create a duck on the financial statements. Fortunately, there are specific accounting rules for what constitutes a duck: yellow feet, white covering, orange beak. So you take the dog and paint its feet yellow and its fur white and you paste an orange plastic beak on its nose, and then you say to your accountants, ‘This is a duck! Don’t you agree that it’s a duck?’ And the accountants say, ‘Yes, according to the rules, this is a duck.’ Everybody knows that it’s a dog, not a duck, but that doesn’t matter, because you’ve met the rules for calling it a duck.” 

 

번역 : 예를 들어 자네 회사에 현재 개가 한 마리 있는데 자네는 회사의 재무제표에 개 대신 오리 한 마리가 있는 것으로 표시해야 되는 상황이라네. 다행히 오리는 무엇으로 구성되는 지에 관한 회계규정이 있는 것이야: 노란색 발, 흰색 깃털, 오랜지색 부리. 이제 자네는 개를 데려와서 개발은 노란색으로, 개털은 흰색으로 칠하고 오랜지색 플라스틱 부리를 개코에 붙여 놓고서 회계사에게 “이것은 오리입니다. 회계사 선생은 오리라는데 동의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회계사는 “그렇습니다. 회계규정에 따라 이것은 오리이군요.” 삼척동자도 오리가 아니라 개라는 것을 알지만 그 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네. 왜냐하면 자네는 오리로 부를 수 있는 회계규정을 충족시켰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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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9월01일 16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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