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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Nimby)형 가계부채 대책과 2018년 위기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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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28일 19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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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25일 ‘가계소득 증대, 주택시장 관리, 부채 관리, 서민·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망라한 종합적인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LH 공공택지 공급물량 조절, 금융기관 PF대출 취급 시 심사 강화, HUG 분양보증 심사 강화, 은행 집단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상호금융 비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한도 기준 강화 등이다. 

 

왜 ‘님비’ 형 대책인가?

  이번 대책이 종합적인 관리방안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기재부·금융위·국토교통부 등 어느 기관도 정작 각 기관이 가지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직결되는 핵심 정책수단은 유보한 채 곁가지 대책들을  나열한 님비(Nimby : not in my back -yard)형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고심해서 발표한 정책을 ‘님비’형 대책이라고 폄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문제를 이렇게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금리인하 문제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문제의 제기자로서 생색만 냈다. 기재부는 이번 대책에서 모양만 잡았을 뿐 경기진작 외에 구체적으로 소관정책을 내놓은 것이 없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급증세를 유발한 핵심조치였던 2014년 8월의 LTV-DTI 규제 완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년 12월 발표했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집단대출에 적용하기를 유보했다. 국토교통부는 금년에 공급하는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작년의 58% 수준으로 대폭 줄일 것으로 엄포를 놓았지만 이미 서울에는 공공택지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시장이 별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 국토교통부는 작금의 분양시장 열풍을 초래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분양주택 전매 허용에 대해서는 규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책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핵심은 이번 대책이 과연 다음 두 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첫째,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를 억제하는 것. 둘째, 주택공급 물량이 과다하다는 우려에 대응하여 공급 물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가계대출의 금년 상반기 증가규모를 작년 상반기 증가규모와 비교해 보면, 총액으로는 6.5조원 증가했으며, 주로 은행 집단대출 13.1조원, 비은행대출 15.8조원 증가에 의해 주도되었다(별첨 <표 1> 참조). 

 비은행대출의 증가 이유에 대하여 금융위는 작년 12월 발표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음에 따른 ‘풍선 효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위의 설명이 맞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심사 강화로 은행 대출 받기가 어려워진 차입자들이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옮겨서 대출을 받은 결과가 아니라면, 비은행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대출이자가 은행보다 거의 6배가 높은 비은행대출을 써야 할 만큼 차입이 절실한 계층이 새로 등장했다는 이야기와 같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가 이들의 절실한 부채 수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은행의 가계대출 수요는 집단대출에 있는데, 소득증빙 서류 확인 강화 정도로 은행의 영업대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집단대출을 얼마나 축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택공급 물량 조절에 대해서는 그것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2019년부터나 작용하는 것이지 이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2017년과 2018년의 입주 물량 70만호의 압력 문제와는 별개다. 일부 언론에서는 수도권의 재건축시장의 공급조절로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억제보다 부양효과가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물경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저금리와 유동성의 압력으로 타 오르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의 압력은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양쪽에 공히 부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으며, 이번 대책과 같은 핵심을 피한 미온적인 정책으로 그  작용을 단절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계부채 위험와 내수 위축의 상치관계  

  그러면 각 부처들은 왜 ‘님비’형 정책으로만 대응하고 있는가?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통해 내수 경기를 진작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정책은 감히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증가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를 통해 주택경기와 내구재 소비 증가를 유지하고, 그 결과로 이나마 내수 경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공기(가계부채)가 잔뜩 들어간 풍선(내수 경기)에 공기를 불어넣는 모습을 하고 있다. 풍선을 계속 불자니 터질 위험이 두렵고, 공기 불기를 멈추자니 풍선이 꺼지는 것이 두렵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부는 계속 풍선 불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풍선을 불지 않으면 풍선이 꺼지는 것(경기가 위축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풍선을 분다고 해서 풍선이 언제 터질지는 불확실(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할 시점과 위험)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1년 반을 앞 둔 시점에서 장기적 위험에 대비하여 당장 불어 닥칠 경기 위축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대담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2018년 위기설이 제기되는 이유? 

  가계부채 대책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필자는 아는 부동산중개소에 전화를 했다가 세게 한 방(?)을 맞았다. “2018년 부동산 위기가 온다는 소리가 퍼져 이미 살 사람도 팔 사람도 뜸한 상태라서 무슨 대책에도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면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시장 사람들은 이미 경험칙으로 예상을 내놓고 있다.

  ‘2018년 위기설’은 ‘틀려도 하루 두 번은 맞는’ 고장 난 시계와 같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왜 시장 사람들은 ‘2018년 위기설’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의 위기설의 근거는 2017~2018년간 입주주택 수가 70만호에 달하여 주택공급 과잉이 일어나고, 그 결과 주택경기가 극도로 침체할 것이라는 스토리다.  만약 2017~2018년 부동산시장 위기가 온다면, 더 큰 문제는 부동산시장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부동산 시장의 현저한 침체는 주택시장의 활황에 경기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내수시장의 침체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부채주도로 이끌어 가는 내수의 취약성에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 경제는 2011년 8월 이래 5년에 걸친 경기의 전례 없이 긴 횡보상태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이 힘겨운 침체의 균형상태에 2017-2018년 70만호 입주 물량 입력이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나아가 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시중에 퍼져 있기 때문에 ‘2018년 위기설’이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내수가 현재보다 더 위축되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주택가격 하락과 악순환적인 소비 위축으로 ‘위기’라고 할 만한 어려운 상황을 가져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풍선을 더 세게 불어라! 

  시장 사람들이 예상하는 ‘위기’의 불안감은 금융위가 국민들에게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하는 ‘위기’와는 다른 ‘위기’라는 점을 당국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의 위기는 금융 시스템의 위기 이전에 내수 경기에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풍선이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 더 세게 불어야 할까? 금리를 더 내리라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금리를 더 내리면, 가계부채의 부담으로부터 위기의 위험을 단기적으로 더 미룰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 작용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금리를 내린다고 내수가 살아날 것인가? 

  분명히 장기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단기로 어떻게 연결되건 간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가계부채라는 풍선을 더 부풀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청산의 그날’에 치러야 할 잠재적 고통을 더 키우는 것과 같다. 눈앞에 직면하고 있는 경기침체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느슨한 ‘님비’형 정책으로 가계부채의 증가를 계속 용인할 것인지, 가계부채 증가가 가져오는 장기적이고 훨씬 심각한 문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부채의 유혹을 단절할 것인지...., 한국 경제의 고민은 더 깊어 갈 수 밖에 없다.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는 단기정책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정말 한국은행이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가계부채 증가 문제에 대응할 의지가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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