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카르텔, 어떻게 해야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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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재 선수는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 환한 웃음으로 만족을 표했다. 페어 플레이(공정한 경쟁)가 충만한 올림픽 경기였기에.
“내부자들”이란 영화의 “이병헌”은 달랐다.
그가 처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참여한 게임에서 “반칙”을 당해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의 눈빛은 복수하겠다는 의지로 핏빛이었다.
세상이 올림픽경기처럼 공정하다면, 손 선수의 환한 웃음처럼 우리는 평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영화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부패 카르텔”이 이 사회의 도처에 뿌리를 내려 반칙을 통해 집단 이익을 추구하고 있기에 우리는 갈등과 투쟁에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국제 투명성 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금년 1월에 발표한 부패지수를 보면, 한국은 57점(2015년), 가장 깨끗한 나라로 평가된 덴마크는 91점, 이웃나라 일본은 75점이다.
한국의 상대적 수준은 OECD 가입국들 중 하위그룹에 속한다.
역사적 추이를 보면 1999년이 가장 부패했던 년도로, 2000년부터 개선되어 2008년에 현 수준이 되었으나, 그 이후 좋아진게 없다.
우리는 중국이 꽤 부패한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홍콩의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턴시(PERC)가 2013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이 중국보다 더 부패한 것으로 나와있다.
# 한국 사회가 이렇듯 심각한 부패의 늪에 빠져있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난 그중에 부패카르텔의 구조적 심화를 핵심 요인으로 본다.
부패 카르텔이란 운동경기에 비유하면 “심판과 선수간의 돈을 고리로 한 협력사슬”이다. 영화 “내부자들”의 경우, 재벌, 권력, 언론, 조직폭력이 하나의 카르텔을 형성해 사회 정의를 파괴하면서 자기들의 이익을 도모했다.
한국 사회의 부패 카르텔은 크게 보아 세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현직”이라는 심판과 이 권력의 힘이 필요한 이해관계자간의 먹이사슬이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받고있는 혐의가 이런 유형이다.
둘째는 이해 관계자, 전관, 현관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먹이사슬이다. 전관예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종 로비스트들이 이 먹이사슬에 기생한다.
정운호 사건이 이런 유형이다.
셋째는 기업 사회에서의 “갑”과 “을”간의 먹이사슬이다.
“갑”은 기업이익을 사유화(배임, 횡령)하고 “을”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생존하거나 비용(뇌물)대비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 “갑”과 전략적 담합을 한다.
기업사회에서도 거래기업의 전관에 대한 예우가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런 부패카르텔이 성행하고 심화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폭넓은 재량권”과 “정보의 폐쇄성”에 있다고 본다.
법(령)은 문자로 표현된다. 아무리 정밀하게 하려해도 문자가 갖는 의미에는 애매함이 있다. 예를 들면 “부당하게”, “현저히”, “과다한”등의 표현이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부당하고, 현저하고, 과다한 것인가?
판사, 검사, 국세청, 기업의 구매 담당자 등이 지켜야 할 법령, 준칙, 사규 등이 모두 이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검사의 예를 들어보자. “혐의 유무와 구속여부, 추가 수사 여부에 대하여 어떤 결정을 하던지 간에 검사는 그의 재량 범위내에 한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에 문책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조대환, 2016.7.31,국가미래연구원)
부패카르텔의 구성원들은 서로 가지고 있는 자기 조직의 내부 정보를 배타적으로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재량권, 편법을 활용하여 그들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런 재량권이 합법적으로 주어지고, 조직정보의 폐쇄성이 지속되는 한 “부패 카르텔”은 형성되고, 하나의 “배타적 이익 조직”으로 공고하게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조직이나 기업조직의 내부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재량권”과 정보는 배타적일 때 더욱 큰 부당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최근 정치, 경제, 사회의 각계 전문가 522명의 의견을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 중 80%정도가 “우리 사회가 잘못돼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공정하고 정의롭지”못한 사회라는데 다수가 동의했다. “부패 카르텔”이라는 독버섯이 이러한 인식의 뿌리에 있다고 본다.
# 소위 “김영란”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 취지엔 찬성한다. 그러나 그 때문에 “국민 권익위원회”라는 새로운 막강 권력기관이 생겼다. 이들의 내부 정보와 “재량권”에 따라 울고 웃어야할 공무원, 기자 등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요즈음 특별감찰관의 첫 활동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한계가 보이고 있다. 내부고발제도의 확충, 홍콩의 부패방지청과 같은 특별기구 설치, 공무원의 이해상충행위의 관리 보완 등 다양한 의견이 있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부패문제가 법과 제도만으로 해소될 수 있을까? 아니다. 법의 애매함, 그로 인한 재량권의 여지는 항상 존재하고, “투명 정부”가 실행되지 않는 한 정부조직들의 내부정보는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기업의 정보는 그 특성상 폐쇄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병역기피가 만연했던 60년대 초, (고)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병역미필자들을 모두 제주도의 5.16도로 건설현장에 투입했다. 병역미필자들은 박정희 정부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이런 조치들로 병역의무를 신성시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기강이 잡혔다.
법과 제도보다는 이런 사회적 기강이 형성돼도록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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