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과 혁신, 우리들의 리그로 - 새누리 이정현체제의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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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이었다, 아니 이변은 없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보수정당 사상 첫 선출직 호남출신 대표가 나왔다. 이변이다. 그러나 ‘도로 친박당’이다 .
집권당의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전당대회였다. 비주류 비엘리트 호남출신 이정현, 영남주류 새누리당에서 자칭 전라도 ‘곡성촌놈 ’이정현이 대표가 된 것은 실로 정당사에 큰 획을 긋는 일이다.
자기를 뽑아준다면“모세가 바다를 가르는 일보다 더 큰 기적”이 될 것이라고 그는 호소했었다. 이젠 당대표로 일하고 싶어 미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적이 만들어졌다. 그가 늘 스마트폰 연결음에 담아 되뇌어온 “거위의 꿈”도 이뤄졌다.
그러나 그의 기적과 꿈의 무대는 도로 친박당이다. 총선패배의 주홍글씨를 지울 수 없는 그 친박당으로의 회귀는 참으로 남루하다. 운명이란 벽 앞에서 그는 다시 꿈을 꿔야한다.
역시 강고한 친박이었다. 이변은 없었다. 비박계가 2차 단일화까지 성사시켜 주호영 단독후보를 만들었지만 찻잔속의 태풍에 그쳤다. 2등과의 격차를 두 배 이상으로 벌이며 4파전 속에서도 이정현 후보는 4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사전투표, 현장투표 여론조사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 이정현의 투지와 대중 설득력, 인지도 등 개인기가 당심과 민심을 움직였지만 역시 태풍의 핵은 박심(朴心)이었다.
선거막판 오더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이정현 몰아주기 바람을 만들어냈다고 봐야한다. 비박계 단일화에 따른 견제심리, 사드배치 논란이 증폭시킨 보수의 위기감이 작동한 것도 그래도 믿을만한 친박후보 이정현으로의 결집을 키운 요인이다.
그래서 탄생한 이정현 체제, 12년 만에 부활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속에 막강한 총재급 대표가 됐다.당대회 휘날레는 화려했다. 당기가 나붓기고 카드 꽃가루 속에 축포가터지고 환호가 이어졌다.
그러나 국민 눈엔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친 <그들만의리그 >였다.
소리는 컸으나 국민들에게 울림이 없는 집권당 최대행사였다. 그래서 전대가 끝난 그 무대는 더 쓸쓸하고 허전하다.
국민들은 묻는다.그래서? so what? 무엇이 달라졌는데? 도로 친박당이잖아?
느낌표는 없고 물음표만 가득한 한편의 부조리극을 본 느낌이다.
전당대회는 시종일관 계파대결장이었다.
‘나는 잘났고 너는 적이다’로 압축된 친박·비박 간 난투극, 비박 단일화에 친박 오더투표로 맞서는 정치공학이 난무했다.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것이며 국가미래를 어떤 비전으로 이끌어갈 것인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의 메시지는 없었다.
전당대회 표어 “새로운 시작”을 비웃는 "구태의 향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오늘도 노예들이 지은 집에서 잠을 깨고 두 명의 아름답고 지적인 흑인여성이 집 앞 잔디정원에서 강아지와 뛰노는 모습을 봅니다.“
최근 끝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후보 지원연설에 나선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던진 메시지다. 남편 오바마와 미셸 자신의 조상인 흑인노예의 슬프고 욕된 역사와 역사상 첫 흑인대통령을 탄생시킨 조국의 저력과 당당하게 커가는 두 딸로 이어지는 아메리칸 드림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미래를 위해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또 하나의 유리천장 깨기에 나선 힐러리를 뽑아야한다고 호소하면서 이민정책을 반대하는 트럼프는 안 된다는 것을 이렇게 아름답고 강렬한 수사로 전하고 있다.
우리도 꿈과 미래를 말해야 한다. 정치는 무엇을 취하느냐보다 어디를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다음 선거만을 바라보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정치꾼들이다. 이정현 체제가 들어서면서 벌써부터 반기문 대망론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의 기반인 영남주류와 반기문의 충청, 그리고 이정현의 호남이 만나면 필승구도라는 것이다.
확장을 말하는 듯하면서도 배제와 포위의 논리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무대에선 신기루 같은 반기문 이름 석자로 이런 대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국민들은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집권당에 바라는 것은 혁신과 계파청산이 우선이다 .대권은 그 다음이다.
“이제 새누리에 계파는 없습니다. 오직 유일한 기준은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것입니다“
이정현대표의 당선 첫 일성이다. 그런데 강석호 최고위원 단 한명을 빼고 지도부를 친박으로 싹쓸이 한 이정현 호가 도로 친박당이란 멍에 속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이정현 리더쉽을 부른다.
거기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난 희망과 한계 그 이율배반, 이정현대표가 어렵게 풀어가야 할 향후 과제도 이 지점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당청은 밀월관계가 깊어질 것이나 대통령만 바라봐서는 국민과는 멀어질 것이다. 최초의 호남출신대표이면서 대통령 비서 출신 대표, 한계를 극복한 대표이니 이젠 주군도 넘어서야 한다. 대통령의 입, 대통령의 복심, 그 깊은 친분을 "노!(no)" 라고 말할 수 있는 힘으로 써야한다.
친박의 응집력과 함께 반기문 대망론은 더 커질것이나 반작용과 원심력도 더 강해질 것이다. 설 곳 없는 비박의 반발은 다른 정치적 선택과 출구를 조기에 모색할지도 모른다.
‘새누리는 하나다’는 희망사안일뿐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그래서 특정한 후보에 편들지 않고 특정한 후보를 배제하지 않는 슈퍼스타 케이같은 서바이벌 경선을 치르겠다고 한 공약을
대선관리자 이정현대표는 지켜야한다. 다시 확약해야 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국민도 박수치는 <우리들의 리그>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정현 대표,뼛 속까지 친박이나 뿌리부터 흙수저이고, 비주류다. 그래서 오히려 포용성과 확장성이 더 클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1% 금수저로는 안된다. 승자독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모두가 승자되는 100%대한민국으로 가야한다는 교훈을 이미 지난 총선 심판이 말하고 있지 않나? 강남역 10번 출구·구의역 스크린도어 포스트잇이, 그리고 개 돼지 발언 파문이 아우성처럼 외치고 있지않나?
취임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에 간 이정현 대표는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국민의 소리가 진정 무엇인지를 들으면서 그길로 가야한다. 이제부터 국민만이 기준이라 했으니 말이다.
지금 국민들은 위로 받고 싶다. 특별히 기쁠 일이 없으니 말이다. 새누리 전대와 맞물려 리우올림픽이 개막되고 태극전사들의 승전보가 날아들고 있다.
남여 양궁이 단체전에서 우승해 올림픽 신화를 이어가고 남자펜싱 박상용은 기적 같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에뻬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사격의 진종오는 올림픽 3회 연속 제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남자축구는 런던올림픽 우승팀 멕시코까지 깨고 조별리그 1위로 8강전에 나가면서 대한민국의 새벽을 깨우고 있다.
국가대표 그들이 아니면 국민이 언제 감격해 보고 시상대위로 올라가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함께 불러볼까? 때마침 개봉된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조국, 대한민국이란 키워드로 리우와 조우하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이름 없는 영웅 켈로부대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켈로의 젊은 후예들 태극전사들이 리우를갈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본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가장 높은 시상대위에서 월계수 줄기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린 채 머리숙인 조선인 마라토너 손기정(일본명 기태손)의 슬픈 승리를 기억하면서...
국뽕(국가주의 히로뽕)이란 평론가들의 비아냥을 비웃듯 이 영화는 5백만을 넘어 천만관객으로 가고 있다.
새누리는 의도적으로 리우의 열기 속에 전당대회를 끼워넣었고 인천상륙작전을 지도부가 단체관람하면서 사드 논란 속에 애국·안보의 보수층 정서가 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회주의적 정치공학 말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이정현 신임대표의 다짐처럼 새누리는 과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안보라는 전통적 보수의 가치를 지켜낼 의지와 비전과 힘을 키우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내부 싸움에 몰두해 있는 그들이 지금 대한민국 우리 조국이 처해있는 안보와 경제, 사회의 동시적위기에 어떤 현실인식과 해법을 고민하고 있는가? 새누리당 전댕대회는 그것을 묻고 대답하는 자리여야 했다. 미국과 중국이 총돌하고 이 호기를 틈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사면초가 속에 사드배치로 국론분열이 극대화되는 내우외환에 대한민국이 갇혀있다.
세계적인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 주의 파도 앞에 우리경제는 필사적으로 생존전략을 짜야할 시점이다.
지금의 새누리가 무사안일과 친박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이상 이정현 대표 말대로 새누리당이 대선에 이겨 재집권할 가능성은 제로다. 그들은 국민 앞에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혁신과 변화, 계파청산, 그것을 실천하는 담대한 용기가 없다면 허망한 외침에 불과하다. 바다를 가른 모세의 기적처럼, 거위의 꿈처럼 국민대망의 길을 뚫고 비상해야 한다, 이정현호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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