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Check] 불통과 강압으로 얼룩진 이화여대 - 3, 40년 전에도 희귀했던 사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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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건물에서는, 독재정권 시기를 방불케 하는 경찰과 학생 간의 충돌이 있었다. 8월 1일 현재 최경희 총장이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 사업을 일정 중단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다소 누그러지는 듯 했지만 여전히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흐름은, 단순히 이 사태가 학생과 학교 측간의 갈등 과정이 다소 과열된 양상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본 사태의 전개과정에 대해 “학교도, 학생도 잘못되었다.” 라는 식의 양비론적 시각이 펴져나가고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나아가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문제의 해결 여부에 관계없이, 이번 사태에서 발생한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의 비민주적 행위와 무리한 공권력 집행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따라서 모든 과정에서의 팩트를 체크하고, 이와 같은 일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미래라이프 대학은 무엇?
“모든 국민이 쉽게 평생교육체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추진 필요, 대학 등에서 평생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함.” (2013.3.28. 교육부 업무보고 중 대통령 말씀 요약)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고졸취업자나 30살 이상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학점뿐만 아니라 4년제 대학 정규 학위를 취득하게 해주는 (연간 300억원 내외의 예산, 대학 당 30억원 내외의 비용을 지원)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5월 대구대, 명지대, 부경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제주대 등 6곳이 선정됐고, 이달 초 이화여대를 비롯해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 등 4곳이 추가로 선정됐다. 이 중 이화여대는 뉴미디어 산업전공과 웰니스 산업전공 등의 미래라이프 대학을 설립 ·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 참조기사 [중앙일보] '시대적 흐름 VS. '학위장사'... 이대 미래라이프대 쟁점은? (글자클릭!)
학생들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이슈는
☞ 참조기사 [뉴시스] 이화여대 재학생 졸업생 "미래라이프 사업 즉각 철회하라" 촉구 (글자클릭!)
본 글에서는 비민주적 절차와 무리한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의 문제를 짚으려 한다.
먼저, 이 내용을 보도한 주요 언론은?
KBS "고졸 사회인 입학 반대, 이대생들 점거 농성.”
조선일보 "이화여대 학생들, 나흘째 점거농성 교수 등 5명 46시간 만에 나와.”
중앙일보 [사설] "대화와 타협보다 물리적 충돌로 치달은 이화여대.”
한국경제 "고졸 직장인 단과대 안 된다..." 이대생 농성 '논란’
본 내용을 보도한 주요 언론사들은, 이화여대 학생들이 고졸 직장인을 배척하며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다수의 숫자를 무기로 학교를 일방적으로 점거하고 교수들을 감금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이 아닌 (그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당한 물리적 충돌임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사용한 것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의 자료를 들여다보았을 때, 이 내용들은 사실과 다르다. 나아가 주요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은, 꼭 알고 넘어가야할 내용들이 있다. 이에 대해 하나하나, 자료를 바탕으로 점검해보려 한다.
Fact Check 1. 학생이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였는가?
이화여대 학생들은
☞ 참조동영상 (글자클릭!)
“저 분들도 공무집행 때문에 이곳에 온 거니까, 우리 질서유지하고 소란 피우지 않으면 연행될 일 없어요. 질서유지 합시다!” 하며 평화적인 시위를 주도했다.
나아가 “(선임한) 변호사 분과 통화를 했는데, 우리가 이 건물의 권리를 갖고 있고, 재학생이고 평화롭게 농성을 했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질서만 잘 지키면 아무런 죄가 성립하지 않아요, 대신에 질서를 꼭 지키면서 임해야 해요. 열 두시에 총장님이 오시니까, 그 때 까지만 기다려요." 하며 법 준수와 질서 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12시에 총장은 등장하지 않았고, 대신 나타난 경찰의 대처 방식은
이는 폭력을 수반한 강제적 진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Fact Check 2. 교수들을 일방적으로 감금하였는가?
왜?
학생들은 12명으로 이루어진 대학평의원회의체에서, 발언권을 가진 사람 중 과반 이상이 미래라이프 대학 안건에 동의를 하면, 일방적으로 사업 추진 결정의 방향으로 가결될 것을 우려하여 평의원 교수와 교직원 5명의 출입을 통제했다.
감금인가?
여러 언론들에 의해 다수에 의한 강압적 감금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이는 다시 바라봐야 할 문제다. 판단을 위해, 감금되어 있던 평의원 교수진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었는지,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첫 번째 사진은 통제된 교수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외부와 연락하는 모습이고, 두 번째 사진의 모습은 교직원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모습이다. 과연 이 두 개의 사진으로부터 ‘감금’ ‘폭력’ ‘불법’의 여부를 단정지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한 밝혀진 내용처럼, 농성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들을 최대한 배려했다. (공기청정기 배치, 기호 맞춤형 식사 제공, 생리현상 해결, 외부와의 연락 승인)
나아가 교수진들도 “어디 한 번 해보자.” 라며 맞대응했다. 따라서 이는 감금이라기 보단 상호 간의 경쟁적 대결에 의한 대치 상황으로 다시금 바라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가장 의문인 점이 있다. 이렇듯 심각하거나 응급적인 상황이 아니었는데, 왜 200명 내외의 여학생들을 진압하는 데에 경찰 1600명이 필요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Fact Check 3. 경찰 1600명 투입은 정당했는가?
왜?
논란 초기엔 이화여대 측이 “갇혀 있던 사람들이 구조 요청을 위해 개인적으로 112에 신고했다.” 라며 교수, 교직원들이 구조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대문경찰서가 “이대 쪽은 총무처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는 등 모두 23차례에 걸쳐 경찰에 구조 신청을 했다. 특히 경찰이 투입되기 직전인 30일 오전 11시15분께는 최경희 총장이 직접 서대문서 정보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병력 투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라고 반박하면서 대학 측의 과잉 대응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당했는가?
먼저 1천명이 넘는 대규모 경찰력이 교내에 진입한 것은 1999년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의 서울대 농성 이후 17년 만이다. 7, 80년대 독재 정권 시기에도 학생들이 학내 본관을 점거한 일이 있었지만, 정치문제가 아닌 학내 문제로 점거한 경우 경찰력이 투입된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발언 인용)
따라서 학교 측에서 직접 경찰에 병력을 요청하고, 이에 경찰이 필요 이상의 병력을 투입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평화적 시위 노력에 강제적 진압을 택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며 다른 어떤 사유가 있는 것인지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만든다.
물론 학교 측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이화여대 모 교수의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 아니다.” 발언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지만, 잠시 감정적 동요를 가라앉히고 바라보았을 때 학생이 학교의 주체인 것은 맞지만 학생만 학교의 주인은 아니라는 점을 되짚어봐야 한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수요인원이 줄어들고 있고, 대학과 산업 간의 미스매치로 인해 사상 최대의 청년 실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 학교는 재정적 여유와 변화된 대학의 형태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에서 주도하는 사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본 대학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또한 그러한 과정의 중심엔, 학교 정책을 기획하고 관할하는 교수 * 교직원들의 책임이 수반되기 때문에, 이들의 판단과 결정도 일정 부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 양상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제 아무리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들, 그 사안에 직 ·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정교하지 못한 선은, 악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보통의 그것과 다른 것이, 모든 절차에서 소통의 부재를 넘어 민주주의를 역행한 독재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교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할 교수 * 교직원들은 가장 주체가 되어야할 학생들의 의견을 외면했고, 학생을 위해 한 발 다가가야 할 총장은 대화를 거절한 채 공권력을 동원해 학생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나아가 학생들을 보호하고 책임있게 행동했어야 할 경찰은 ‘학내’에 ‘진입’하고 ‘진압’하면서 윤리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이 사회의 주류 언론은 학생들의 의견과 행동을 충분히 대변하지 않은 채 ‘갈등양상’과 ‘자극성’에 만 매몰되며 ‘약자’인 학생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제발. 진정한 대화와 타협의 길을.
본 사태를 “학교도 잘못했고, 학생도 잘못했다.” 라는 식의 양비론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이번 문제는 ‘학벌주의’ ‘이화여대’ ‘학생들의 반란’ 등의 키워드에 관련한 논쟁이 아닌, ‘대학 교육의 향방’ ‘민주주의의 기본’ ‘언론이 약자를 대하는 자세’와 같은 사태의 본질로서 다시 해석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알려져야 한다.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여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진정한 대화를 거쳐야만 가능해질 수 있다. 지난 번 이화여대 프라임 코어 사업 추진 과정 때처럼 한 발 물러서는 척 하다 날치기로 통과시키려는 시도, 현재와 같이 학생들의 진정성 어린 대화 요구에 비민주적 행태로 대응하는 모습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서로가 지치고 힘든 농성이 이제 그만 멈추길 바란다면, 최경희 총장 역시 회피 행위를 멈추고 학생들 앞에 서야 한다. 오직 대화만을 본질로 삼은 채, 치열하게 토론하고 또 토론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나아가, 대학 · 공권력 · 언론 · 지도자 모두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와 같은 사태가 없도록 대오각성 해야 함을 주장하며, 본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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