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인상, 필요한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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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의 문제는 증가되는 복지지출에 대응되는 세수확보와 맞물려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최근 조세일보에서 주관하는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에서 이와 관련한 발표를 통하여 법인세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을 살펴보고 이시기에 법인세율 인상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검토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법인세율 인상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총국세 세수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 명목법인세율, 실효법인세율 등의 기준을 가지고 찬성과 반대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총국세 세수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한국이 OECD국가 중 매우 높은 편(2015년 기준 2위)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으로도 OECD 평균보다 높다는 사실은 법인세율 인상을 반대하는 논거로 사용되고 있으며 명목법인세율이나 실효법인세율 측면에서는 주요국가와 비교하여 높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인상하자는 주장의 논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찬반 양 측은 자기들의 주장에 유리한 자료만을 가지고 찬성하거나 반대하여 대체 어느 주장이 맞는지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듯하다.
이에 필자는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에 대하여 검토함으로써 법인세율인상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법인세율의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법인세율을 인상함으로써 법인세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법인세는 법인의 과세소득에 대하여 부과하는 세금이다. 그러므로 법인의 과세소득이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서는 법인세율의 인상은 당연히 법인세수의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만약 법인세율의 인상으로 인하여 법인의 과세소득이 줄어든다면 법인세율을 인상하더라도 법인세수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법인세율의 인상은 내국기업의 경쟁력을 외국기업과 그것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약화시킨다.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만약 법인세율의 인상을 통하여 법인세수가 감소하는 상황이 된다면 법인세율의 인상으로 세수를 증가시키려는 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둘째,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은 각 국가에 분산된 계열기업의 총세금납부액이 최소화될 수 있는 조세전략을 구사하며 이는 어느 국가에 법인을 설립할 것인지가 중요한 의사결정요인이다.
그러므로 특정국가가 법인세율을 인상한다는 것은 내국기업의 경우 본사를 외국으로 옮길 가능성과 외국기업이 국내진출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4년 세계적인 햄버거 회사인 버거킹이 본사를 미국에서 캐나다로 옮긴 것과 브렉시트(Brexit)이후 영국이 20%인 법인세율을 15%이하로 인하하기로 한 것은 내·외국 기업의 각 국가 간 이동이 법인세율의 높고 낮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셋째, 한국에서의 법인세율 인상주장은 인하해 주었던 법인세율을 인하해 주기 전단계로 다시 복귀한다는 의미에서 “법인세율의 정상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2000년 기준 30.8%의 법인세율(surtax포함)은 2005년 27.5%, 2009년 24.2%로 인하한 이래로 현재까지 24.2%이다.
이러한 인하추세는 법인세율 인하의 세계적인 추세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최근의 정상화라는 용어는 법인세율을 인하하여 쌓인 현금으로 소위 말하는 낙수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기업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최근의 기업소득환류과세는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된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얘기하자면 세계적인 법인세율의 인하추세는 자국기업의 경쟁력과 타국기업의 자국진출에 대한 장애를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지 소위 말하는 낙수효과가 주된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투자와 임금, 배당이라는 기업경영의 고유한 의사결정영역을 법인세율을 통하여 통제해보겠다는 것은 무리한 논리의 확장이다.
넷째, 혹자(或者)는 2016년 기준 미국(38.92%)이나 독일(30.18%), 프랑스(34.43%)의 법인세율이 30%를 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면서 우리의 법인세율도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가 있다고 해서 우리의 법인세율을 따라서 높일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법인세율은 기업이 그 국가에 진출할 때 중요한 변수이지만 기업이 활동하기에 좋은 인프라(infrastructure)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기업이 활동하기에 좋은 인프라를 가진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의 법인세율이 우리 보다 높다고 단순하게 보아서 우리도 법인세율을 올릴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이 국가들도 2000년부터 2016년까지의 법인세율의 변화추세를 보면 예외 없이 인하하는 추세이다. 2000년과 2016년의 법인세율을 비교해 보면 캐나다(42.43%에서 26.7%), 프랑스(37.76%에서 34.43%), 독일(52.03%에서 30.18%), 일본(40.97%에서 29.97%), 미국(39.34%에서 38.92%)로 인하되어 왔다. 해외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의 법인세율이 16.5%~17%인 것만 보더라도 우리의 법인세율 24.2%가 상대적으로 쉽게 인상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다섯째, 최근 정치권에서 유독 법인세율 인상에 대하여 적극적인 것은 법인세율의 정상화라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법인세율 인상의 경우 소득세나, 부가가치세와 달리 직접적으로 유권자의 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소득세율의 인상이나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은 유권자 측면에서 당연히 반가울리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에서 선뜻 추진하기가 어려워 그렇지 않은 법인세율의 인상에 적극적이지만 이러한 포퓰리즘(populism)은 세수확보의 우선순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OECD는 ‘2016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GDP성장률을 작년 11월에 전망한 3.1%에서 2.7%로 하향 조정 했으며,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5월24일 내놓은 ‘2016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GDP성장률을 작년 12월에 제시한 3.0%에서 2.6%로 내려잡았다. 국내·외연구기관의 2016년 GDP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2.4%~2.8%로 향후 한국경제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기에 법인세율 인상은 내국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법인세율 인상이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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