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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는 사드(THAAD) 배치 시비말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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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11일 15시11분
  • 최종수정 2016년07월11일 15시11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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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8일 국방부가 드디어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결정했다.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방하면서 한국 대사와 미국 대사를 초치하여 항의했고, 북한은 “공화국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천추에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라며 펄쩍 뛰었으며, 그 틈에 러시아도 “동아사아에 공격미사일을 추가 배치할 수 있다”는 어름장을 놓으면서 중국 편을 들었 다. 한국으로서는 원인 제공자인 북한이 적반하장(賊反荷杖)식 주장을 하는 것에야 이골이 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대해서는 실망을 넘어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안을 내놓아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빙산과 충돌한 위험에 처한 선박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이 경우 선장은 유의미한 전문성을 가지지 않은 일반승객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여 대처방안을 결정할 것인가. 사드 문제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해,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최대 경제협력국이자 외교적으로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중국을 적대시하거나 군사적 적대관계에 있지 않은 러시아를 자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핵 위협에 노출된 스스로를 위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웬만한 지식인이라면 중국이 사드 문제에 그토록 민감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동아시아에는 현재 현상타파(現狀打破)를 원하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현상유지(現狀維持)를 지키기 위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이 상충하고 있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말 그대로 미‧중 해군력이 대치하는 대결장이 되고 있다. 중국이 정치적‧경제적‧군사적 부상을 바탕으로 센카쿠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남중국해의 80% 이상을 “앞마당”이라고 주장하는 등 팽창주의적 대외전략을 상황에서, 이와 같은 세력대결은 불가피한 현상이 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제휴하여 미일 동맹과 대치하고 있다. 이렇듯 아시아에서 ‘신냉전 구도’가 자리를 잡고 있는 중에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미국과의 게임으로 간주하고 있다. 러시아는 사드가 자국의 안보를 털끝만큼도 해치지 않음을 알면서도 사드 반대를 통해 중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재확인하고 역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안달이다. 하지만, 중‧러의 그런 입장이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북핵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한국의 생존 노력을 시비하는 것이 정당화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사드를 시비하기 전에 북핵을 만류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를 스스로에게 반문해봐야 한다. “북핵을 인정할 수 없다”와 “북한 정권과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의 메세지를 발하면서 사실상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말하자면,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북핵 제재 동참을 통해 신흥강대국으로서의 체면과 지도력을 과시하면서도 동시에 전통적인 혈맹이자 유일한 군사동맹국인 북한도 지켜내는 이중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 때에도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이 도발의 주체를 명시하지 못하도록 훼방하여 결국 애매모호한 성명이 나오도록 했는데,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의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했던 한국 국민에게는 큰 실망이었다. 이렇듯 결정적인 시기에는 북한 편을 드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군이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보완하고자 노력하는 한국을 비방하는 것은 정당하기도 않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인접국가가 중국에 대해 핵공격을 공언하고 ”베이징 불바다“를 위협한다면 중국은 어찌할 것인가.  

 

  당연히,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게 이런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안보를 침해할 의사도 없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끝내 한국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지 않고 주권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욱박지르기를 계속한다면 이는 한국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기술적으로 말해, 사드는 ‘반잔의 물’이다. 한국안보에 큰 도움이 되지만 모든 북핵 위협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만능 방어무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북한이 이동발사대(TEL)를 늘리고 잠수함발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게 되면 이를 방어할 수 있는 확률이 더욱 낮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목마른 사람에게는 반잔의 물도 소중한 법이다. 방어란 중첩적으로 시도할수록 성공확율이 높아지는 법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중국의 체면을 존중하여 2년 여동안 시간을 끌어왔지만, 북한이 수소탄 개발까지 욕심내는 상황에서 한국에게는 더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수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하는 것이며 주한미군은 한국방위를 위해 나와 있는 동맹군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사드 배치를 거부한다면 한미동맹의 건강성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 요컨대, 한국은 안보를 위해 여전히 동맹을 필요로 하며, 사드는 동맹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에 긴요한 수단이다. 이런 이치들을 감안한다면 지금은 국민이 국방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정치권도 국민투표를 하자는 엉뚱한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강대국들을 상대로 힘든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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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11일 15시11분
  • 최종수정 2016년07월11일 15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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