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이제 믿어도 되는가? - 정권의 전리품,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났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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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 달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산업은행과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정부의 연이은 조치로 일단락되어 가는 만큼 이제 정리해 볼 시점이 되었다.
6월 8일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산업경쟁력 강화관계 장관회의.
6월 15일, 감사원,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6월 23일, 산업은행,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KDB 혁신추진방안”.
7월 1일, 한국은행,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관련 자금지원 방향 결정”
핵심내용을 정리해 보면,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에 대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여신을 반영할 경우, 발생할 자본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10조원을 중소기업은행에 대출하고, 중소기업은행은 자산관리공사가 설립한 SPC에 10조원을 대출해서 SPC로 하여금 필요한 자본을 보충하도록 함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추진으로 인하여 금융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전성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15일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관리 실태를 발표하여 국민들에게 산업은행이 왜 밑 빠진 독이었는지 그 민낯을 보여 주었다. 23일 산업은행은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KDB 혁신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외부인사들을 포함한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것이다. 마무리 수순으로 7월 1일 한국은행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관련 자금지원 방향 결정’을 발표하여 2017년 말까지 10조원을 대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국민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안겨 주었던 문제를 일사천리로 정리해 가는 것을 보니 정말 유능한 정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딱 하나! 국민들이 잊어 주는 것만 남았다. 그러면 과연 국민들이 믿고 잊어 줘도 좋은지 살펴보자.
언론에서 이렇고 저렇고 하는 단편적인 기사들은 다 잊어 주고, 감사원의 보고서만 살펴보자.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경영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2011년 10월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지적된 것으로 되어 있다.
한편 조선과 건설 등 장기 수주산업에서 총예정원가를 과소 추정하고 공사진행률을 실제보다 높게 잡는 등의 방식을 이용한 회계분식 사례가 2013년 들어 언론을 통해 빈번하게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은 대우해양조선에 대한 산업은행과 정부의 합계 지분이 50% 미만으로 낮아진 2013년 2월 이후 동사에 대하여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활용한 재무상태 분석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의 ‘지적 사항’ 공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4년 12월 31일 이후 2016년 1월 14일 간에는 금융위원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일체의 지적사항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2016년 6월 30일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사항을 통보 받기까지 대우조선해양에 관하여 단 1건도 감사원이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적 받은 바가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금감원으로부터 2013년 6월 이후 3차례(‘13. 6.17~7.26, 8.21~9. 6, 2014. 5.15~ 5.28)의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검사들은 대우해양조선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6월말 현재 대우조선해양계열사에 가장 많은 여신을 공급한 수출입은행의 경우 2014년 4월 감사원으로부터 ‘금융공공기관 경영관리 실태 감사’를 받았지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에 대해서는 일체 지적사항이 없었다.
즉 2015년 5월 대우조선해양의 CEO가 교체되어 이전 경영진 기간의 숨겨진 부실을 털어 내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여 7월 대우조선해양의 상반기 영업이익을 31,999억원 적자로 발표되기 전까지 최대 여신공급기관인 수출입은행(‘15년 6월 말 현재 여신잔액 123,923억원)은 물론 3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실상에 대해 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 대하여 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위는 두 정부 은행의 부실한 여신관리와 자회사 관리 실태에 대하여 알지 못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는 2013년 3,341억원, 2014년 8,299억원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검찰은 2012년에서 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CEO였던 고재호 전 사장에 대하여 총 5조4천억원의 회계사기 혐의를 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의 규모가 감사원이 지적한 11,640억원이든 검찰이 제기한 5조4천억이든 이 엄청난 분식회계가 대주주로서 자신의 수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은 알지 못했으며, 그 산업은행을 감독하는 금융위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정도도 무능한 산업은행에 대하여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2013년과 2014년 공히 A등급을 부여했다는 사실은 금융위가 산업은행의 자회사 관리 실태에 대하여 사실상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래도 금융위는 책임이 없는가? 독에 밑이 빠진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또 국민들에게 독을 채우자고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산업은행은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감사원의 감사와 금감원의 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의 검사는 건전성의 핵심을 검사하지 못했고, 감사원은 다 터지고 난 뒤에 죄의 증거를 찾는 부관참시나 다를 바 없었다.
작년 10월 소위 ‘서별관회의’ 결정에 따라 단행되었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유동성 지원(최대 4.2조원, 산은 2.6조원, 수은 1.6조원)에 대하여 정부 당국자 누구도 어떤 근거에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한 단 한마디의 설명도 없이 불과 8개월이 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라는 이름으로 1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소위 정무적 판단이기 때문에 이래도 된다는 것인가? 밑 빠진 독에 다시 물을 붙자면, 최소한 구멍을 어떻게 메웠는지는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상식에 맞는 것이 아닌가?
정무적 판단이라는 결정의 정당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결정의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해서 결과의 정당성도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무적 판단은 그야말로 그 결과에 대하여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에게 어떤 부담을 가져온 잘못된 결정도 정무적 판단이라는 방패 뒤에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국민들이 과연 이런 정무적 판단을 용납할지 의문이다.
산업은행을 왜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이런 부실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금융 당국은 한 마디의 설명도 하지 않고 어떻게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이란 이름으로 10조원을 투입하겠으니 국민들은 그렇게 알라고 통보할 수 있는가? 또 산업은행은 외부 자문위원을 초빙하여 혁신을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니, 더 할 말이 없다.
정책금융기관과 자회사 관리 문제의 핵심은 다음 두 가지에 있다고 본다. 최소한 이 두 가지 근본 문제에 대하여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10조원 투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금융기관들이 지난 정권들의 전리품으로 장악되고, 이에 따라 정권 핵심 - 금융위 – 산업은행·수출입은행 – 대우조선해양으로 연결되는 ‘패거리 지배구조’에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CEO들은 정권의 실세에 연줄을 달고 CEO 자리에 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자금담당 CFO는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 가서 CEO와 분식회계를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영진을 감시해야할 이사회 역시 낙하산이 주류를 이루었다. 2000년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사 30명 중 18명은 관료와 정치인으로 이른바 낙하산에 해당한다. 누가 감히 이 막강한 패거리의 경영성과를 감독할 수 있겠는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19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가서 2001년 2월 워크아웃을 졸업하고도 지난 15년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서 국부 유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매각을 지연하면서 패거리의 지배를 받은 결과가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정부가 새로 투입하겠다는 10조원의 자본금 수혈을 받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절대로 더 이상 패거리 지배의 희생물이 되는 일을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방침을 국민들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정책금융기관의 존립 자체에 대하여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산업은행의 기능이 망가지고 부실화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금융감독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금융감독이 무력화되었된 이유는 금융정책이 금융감독의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금융위 체제하에서는 금융감독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산업은행 문제는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차제에 금융감독기능을 어떻게 제대로 세울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감독기관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하등의 제도적 개선 없이 밑 빠진 독에 10조원을 더 넣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정부의 오만과 몰염치가 아닐 수 없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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