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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칩셋 지배력 남용 행위, 근원적 시정 필요하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04일 19시00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07일 11시36분

작성자

  • 이상승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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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필자는 “미국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의 역사는 곧 반독점소송의 역사(The history of a successful venture firm in the U.S. is its history of antitrust litigations)”라고 느껴왔다. MIT 교수 출신인 어윈 제이콥스( Irwin Jacobs)가 1985년 창업하여, 지난 20여 년간 무선통신 관련 표준필수특허 뿐 아니라 CDMA 통신칩셋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해 온 퀄컴도 예외가 아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이 경쟁사의 통신칩셋을 장착하는 휴대폰 업체에 대해 차별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부과하고, 자사의 통신칩셋을 사실상 배타적으로 구매하는 휴대폰 업체에 대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 등에 대해 약 2,6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같은 해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퀄컴이 일본의 휴대폰 업체를 대상으로 자신의 표준필수특허를 라이선스하는 대가로 해당 업체들이 보유한 특허권에 대해 무상(royalty free) 교차 라이선스를 강제했다는 등의 행위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작년 초에는 중국의 경쟁당국 중 하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퀄컴이 휴대폰 전체 가격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징수하고, 표준필수특허와 비표준필수특허를 끼워 라이선스한 행위 등에 대해 약 1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퀄컴에 대한 주요 경쟁당국의 조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작년 1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은 퀄컴이 2011년부터 “주요 스마트폰/태블릿 제조업체”—비록 그 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나, 애플임이 확실하다—가 자신의 칩셋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지불한 행위와 신생 경쟁업체인 아이세라(Icera)를 시장에서 배제할 의도로 자사의 칩셋을 “약탈적 수준”, 즉 자사의 비용 미만으로 책정한 행위에 대해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발부하였다. 퀄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9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퀄컴의 표준필수특허 관련 행위, 모뎀칩셋의 가격 책정과 계약 관련 문제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가장 주목할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퀄컴 2” 조사이다. 작년 11월 퀄컴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퀄컴이 경쟁 통신칩셋 업체에게는 자신의 표준필수특허에 대해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고 휴대폰 제조사에게만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행위 등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고 하는데, 동 보도 자료가 미국 주식시장에 알려지자, 퀄컴의 주가가 무려 9.4% 하락하였다. (Bloomberg, “Qualcomm Sinks as South Korea Says Chipmaker Is Breaking Law.” 2015년 11월 18일.)

그런데, 퀄컴의 행위는 특허법과 경쟁법의 교차 영역에 속해, 경쟁에 미치는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매우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출발하면, 퀄컴이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휴대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특허가 실질적으로 구현된 통신칩셋의 가격이 아니라 휴대폰 전체의 가격을 기준으로 로열티를 부과하는 행위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퀄컴의 현행 로열티율은 휴대폰 도매가격의 약 5% 수준이다.

 

왜 휴대폰 가격을 기준으로 한 로열티 책정이 문제가 되느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로열티 산정 기준을 부품 가격으로 하든 최종품 가격으로 하든 로열티율만 적절히 조정하면 되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예를 들어 통신칩셋 가격이 1만원이고 휴대폰 가격이 1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칩셋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할 때의 로열티율이 몇 %이든, 휴대폰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의 로열티율을 10분의 1로 하면 로열티 금액은 동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타당하려면 통신칩셋 가격과 휴대폰 가격의 비율이 일정해야 한다. 휴대폰마다 가격 비율이 다르면 휴대폰 별로 로열티율이 조정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퀄컴은 휴대폰 사양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동일한 로열티율을 부과한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6(iPhone 6)와 6플러스는 내장 메모리 용량이 16기가바이트(GB), 64GB, 128GB의 세 가지다. 통신사의 보조금이 없는 공기계를 기준으로 할 때, 아이폰6의 가격은 649달러, 749달러, 849달러이며, 아이폰6플러스의 가격은 749달러, 849달러, 949달러다. 또 아이폰6와 6플러스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에서 차이가 날 뿐 통신칩셋은 퀄컴의 ‘MDM9625M’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메모리 용량, 디스플레이, 배터리가 커짐에 따라 스마트폰의 가격이 오르는데 퀄컴은 자사의 통신칩셋에 기인하지 않은 이 가격 인상분에 대해서도 도매가격의 5%를 로열티로 수취하는 셈이다.

 

이는 퀄컴이 자신의 표준필수특허를 남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휴대폰 제조사가 상당한 연구개발 및 투자비용을 들여 지문인식, 홍채인식, 지불결제 등 혁신적인 기능을 도입하거나 소비자 기호에 부응하는 디자인을 출시하거나(예: 애플이 아이폰의 사이즈를 3.5인치·4인치로 고수할 때 5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스마트폰의 두께를 줄임), 대용량 메모리와 고화소 카메라를 장착함에 따른 스마트폰의 성능 향상은 퀄컴의 특허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컴이 휴대폰 가격을 기준으로 로열티를 징수하는 현행 비즈니스 모델은 퀄컴이 휴대폰·부품·운영체제·애플리케이션 업체의 투자 및 연구 개발의 과실에 대해 부당한 세금을 징수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그 결과 휴대폰 가격이 인상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스마트폰 생태계 참여 기업들의 투자 및 혁신 의욕을 꺾는 경쟁제한적 결과를 낳는다.

 

퀄컴이 통신칩셋의 가격이 아니라 휴대폰 가격을 기준으로 로열티를 수취하는 구조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카메라폰이 등장했을 때부터 발생해 왔다. 하지만 당시 신문보도에 따르면,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통신칩셋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커녕, 국내 벤처기업인 이오넥스가 개발한 칩셋을 장착한 휴대폰 출시의 홍보조차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

퀄컴의 시장 지배력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Verizon이나 Sprint와 같은 CDMA 통신서비스 사업자 향으로 LTE 스마트폰을 출시하려면 CDMA 망에 대한 호환성이 필요한데, 이러한 칩셋은 사실상 퀄컴이 독점해 왔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퀄컴이 지배적 지위에 있는 칩셋(과거에는 CDMA 칩셋, 2016년 현재도 CDMA 호환 LTE 칩셋)을 제 때 공급받지 않고서는 치열한 적시 출시 경쟁(time-to-market competition)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퀄컴이 요구하는 부당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뿌리는 퀄컴이 경쟁 통신칩셋 업체에게 자신의 표준필수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는데 있다. 만약 퀄컴이 경쟁 통신칩셋 업체에게 라이선스를 제공한다면, 로열티는 칩셋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거나 아니면 칩셋 1개당 일정 금액이 돼 더 이상 퀄컴이 스마트폰·부품·운영체제·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의 투자 및 혁신 노력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가 사라지게 된다.  

 

퀄컴이 지난 20여년 간 누려온 시장지배적 지위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 표준선정기구가 퀄컴의 특허 기술을 표준에 포함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휴대폰·장비·네트워크 사업자들의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 산업전체가 퀄컴의 기술에 종속됐기 때문이다. 표준선정기구는 표준에 포함된 특허 보유권자의 사후적 독점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신청업체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표준필수특허를 라이선스하라는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ion) 확약을 요구한다. 실제로 퀄컴은 1999년 자신의 특허 기술이 3G 표준으로 채택되게 할 목적으로 ‘모든 산업 참여자(to the rest of the industry)’에게 FRAND 조건으로 자신의 표준필수특허를 라이선스하겠다는 확약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퀄컴은 이런 확약을 어기고 경쟁 통신칩셋 업체에게 라이선스의 제공을 거절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으로 하여금 자신의 확약을 준수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를 내려야,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인한 경쟁제한적 폐해가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ifs POST> 

<본 원고의 일부 내용은 2015년 6월 24일자 한국경제신문 기고문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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