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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혁명사회에서의 통계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7월25일 16시03분

작성자

  • 최승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행정법, 금융경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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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일상에서 대화를 나눌 때 혹은 업무와 관련된 논의를 할 때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강력하다. 주장의 논리적 근거로 숫자를 사용하였을 때 상대방의 신뢰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수 자체가 정말로 신뢰할만한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논쟁의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변론의 과정에서도 종종 숫자를 사용하기도 하며, 반대편에서는 효과적인 변론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주장의 근거로 사용했던 숫자를 공격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숫자들은 통계에서 나온다. 통계는 민간에서 필요에 따라 단발성으로 만들어낸 것에서부터 정교한 관리 절차를 거친 국가통계까지 다양하다. 정부를 포함하여 공공성을 가진 기관들로부터 나오는 통계만 해도 1,022개에 달하며, 국가승인통계는 466개이다. 신뢰할만한 통계들로는 국가지표라고 부르는 통계들과 각 분야별 기관에서 해당 분야에 특화되어 편제하는 전문통계들을 들 수 있다. 통계 중에서도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은 각종 인·허가 등 행정자료를 이용한 전수통계이다. 자료 자체를 합하여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표본통계는 그 설계와 응답률에 따라 신뢰수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표본통계에서는 통계의 작성방식에 대한 관리가 특히 중요해진다. 

 

통계는 다양한 곳에서 사용된다. 조달사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입찰을 할 때도 기업통계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입찰요건으로 활용된다.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배상액을 산정할 때도 피해자의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평균임금통계가 활용된다. 그러나 가장 사용이 빈번한 곳은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과정이다. 오늘날은 행정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어떠한 선택을 해도 갈등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수용성을 증가시키거나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대립하는 이익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통계이며, 따라서 통계는 공행정의 수행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통계에 필요한 요소로 독립성, 투명성, 신뢰성, 활용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계의 독립성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활용성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것들은 투명성과 신뢰성으로 이 두 가지 사항은 통계의 가장 본질적·숙명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가끔 가십성 뉴스기사에서 사용하는 통계들의 일부는 통계의 작성방법 및 모집단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하지 않는다. 공개하는 경우라도 모집단이 매우 적거나 조사응답률도 현저히 떨어져 있다. 투명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이다. 

 

새로운 기술혁명 사회에서 들어서면서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나타낼 만한 새로운 통계가 필요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통계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통계의 편제방식 및 환경 또한 달라지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통계수요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4차산업혁명의 열풍 속에서 통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으며, 편제 및 생산에 대한 지원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      

 

새로운 기술사회에서 통계의 편제방식은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통계를 만들어 낼 경우 통계의 작성주기는 현저히 단축될 수 있다. 적어도 완전한 통계는 아니겠지만 -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통계는 분기별로 공식적으로 발표된다고 해도 - 인공지능을 거친 통계는 한 달 단위로 활용이 가능할 수 있다. 정확한 통계를 보다 짧은 주기로 편제해야 할 필요성은 오늘날 기술혁명의 속도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기술주기에 따라 통계 역시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료들은 정책당국자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민간의 대응 또한 빨라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새로운 통계는 기술변화속도에 따른 데이터의 부족, 편제기준의 변경으로 인한 시계열의 단층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몇몇의 민간기관들은 제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통계를 작성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문제들로 인해 외부적으로 공개하지 못하고 ‘대내한’의 내부 자료로만 활용하고 있다. 사회전반에서 통계 자체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상태에서 활용만을 강조하다보니 작은 통계적 오류라도 용납하지 않는 것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통계를 양성화할 수 있는 적극적 지원과 함께 다소 불안정한 통계라도 공개하여 참고로 할 수 있도록 일종의 ‘그레이존’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레이존’ 에 속한 통계는 경미한 오류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공개하는 것이며, 공개된 통계에 대해서는 각 이해관계자들이 분석과 활용과정에서 개선책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완벽한 통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통계와 관련하여, 빅데이터에서 나오는 개인정보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통계법에도 금융기관 및 사법행정기관 등을 포함하여 통계작성에 필요한 기관들의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 을 제정한 바 있다. 그렇다고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데이터를 자유롭게 제공·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정보라고 부르는 것들의 최초의 출처는 모두 다 개인의 삶이다. 따라서 통계를 비롯한 모든 정보의 원데이터(raw data)는 개인정보이다. 여기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공의 이익 간 충돌이 발생한다. 여기에서 비식별화기술과 개인의 동의라는 굵직한 요소를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이는 통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기술혁명사회에서의 큰 화두 중 하나이다.

 

현대 행정이 처한 환경은 매우 복잡하고 이해관계 역시 첨예하다. 하나의 정책에 수개의 이해가 충돌하고, 지금은 표출되지 않지만 언젠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침묵하는 갈등도 존재한다. 따라서 행정은 명확하게 현재의 사실에 기초하여 일반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결정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정확한 통계이며, 새삼 통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이유이다. 새로운 기술혁명사회에 즈음하여 보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기초로서 통계에 대한 관심 역시 함께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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