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5년차 청와대, 그리고 지금은....(11)대한민국, 문제는 ‘국정운영시스템 실패’다. 이번에 확 뜯어 고쳐야한다(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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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나를 탄핵하라”
지난 11월 19일 밤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에서는 100만에 가까운 촛불이 다시 켜졌고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20일 검찰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기밀누설 등 국정농단의 죄로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박통’)도 공범으로 적시하고 입건했다. 그러나 헌법 제84조의 현직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불소추 원칙’에 따라 기소는 하지 못하지만 수사는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박통은 재직 중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이 되었다. 박통에게도 국민과 나라에도 오욕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 ‘배신의 정치’에 허탈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그런데 박통측은 “어느 것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발표를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오히려 “(모든 것은) 검찰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 사실관계를 따져보지도 않고 상상과 추측으로 지은 환상의 집”이라고 비웃으며 “중립적인 특검의 엄격한 수사와 증거를 따지는 법정에서는 한 줄기 바람에 무너질 사상누각”을 지었다고 검찰을 힐난했다. 그리고 ‘앞으로 검찰의 직접조사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비 하겠다“고 했다. 한 술 더 떠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며 ‘차라리 나를 탄핵하라’고 역공을 펼쳤다. 그리고 앞으로는 ‘국정에 소홀함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을 다 하겠다’고 덧 부쳤다. 성난 국민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며 국민과 정면대결을 선언하고 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참으로 대통령답지 못한 대응으로 대통령은 물론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린 것 같아 안타깝고 부끄럽기기만 하다. 이런 수준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모셔왔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그동안 낮은 자세를 취해오던 여당의 친박 세력들도 때맞추어 일제히 공세모드로 전환했다. 박통과 그 측근들은 아직도 국민이 왜 분노하는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판단도 못하는 것 같다.
헌법학자들은 검찰수사결과에 대해 박통이 ‘직접 공권력을 오·남용해서 위법 행위를 한 것’과 ‘대통령을 더 이상 우리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국민적 촛불저항’만으로도 헌법 제65조 1항에 의한 탄핵소추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지고 그것이 박통의 사건으로 발전하는 동안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하며 제 각각 기회주의적 행보를 보여 온 소위 차기 대권후보라는 야당인사들 (국민의당의 안철수, 정의당의 심상정과 더불어당의 김부겸, 문재인, 박원순 등)은 20일 모임을 갖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국회주도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을 동시에 추진하자며 한 목소리를 냈다. 여당의 비주류의원들도 비상시국회의를 갖고 탄핵추진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조만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절차를 밟게 될 것 같다. 이와는 별도로 국회는 이미 지난 17일 ‘특검법 (박근혜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했고, 국회차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도 설치했다. 21일에는 여야 3당 합의로 ‘60일+30일’간의 국정조사계획을 확정하고 국회청문회를 4차례(12월 5-6, 13-14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연말까지의 국정은 일단 검찰조사와 특검, 그리고 국회차원의 국정조사(2016. 11.17-2017. 1.15)와 탄핵, 그리고 국민의 촛불저항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나갈 것 같다.
이제 우리 국민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적 절차와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퇴진을 질서 있게 추진하는 ‘민주적, 법적 절차에 승복하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역사가 가르쳐 준대로 ‘민심은 천심’이고 ‘민심을 이기는 제왕은 없다’는 진리에 따라 시간은 결국 국민의 편이 되어 줄 것이다. 이래저래 전국의 광장에서는 박통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촛불이 계속 타오고 함성도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벌써부터 이번 주말(26일)로 예고된 서울 집회는 우리 역사에서, 어쩌면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가장 많은 촛불이 타오르고, 가장 큰 함성이 울려 퍼지는 국민저항의 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통의 역공’과 불안한 탄핵정국
그런데 한 가지가 여전히 궁금하다. 박통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되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 현재 상태라면 헌법 제65조 3항에 따라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헌법 제 71조에 따라 박통이 임명한 현재의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정운영을 책임지게 된다. 이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야권은 탄핵과 함께 ‘국회주도 총리선출과 과도내각 구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성사가능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나라와 국민보다도 다가오는 대선 전략에 미칠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는 당리당략 때문에 여야는 물론 야당 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박통은 새 총리후보자로 김병준을 내정하고 국회동의를 구했지만 야권이 거부했다. 그러자 박통은 다시 국회의장을 찾아가 국회에서 새로운 총리를 선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 역시 꼼수라고 거부하면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성난 민심을 관망했다. 그러다 민심의 목소리가 커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촛불대열에 합류하며 즉각 퇴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대통령 하야 후 2개월 이내 대통령선거(헌법 68조2항)를 의식한 문재인 등 차기 야권대선주자들과 야권지도자들이 정권교체와 집권의 결정적 기회가 왔다고 성급한 판단(?)을 한 것 아니냐’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야권의 행보는 중대한 판단착오였음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러한 야권의 상황오판과 사려 깊지 못한 대응이 결국 ‘박통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이제 와서 다시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고 과도내각구성을 박통에게 요청한다고 선뜻 받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그런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치권의 잘못된 정략적 현실인식은 결국 국민을 계속적으로 광장으로 불러내고 촛불을 들게 할 것 같다. 국민들의 분노는 스트레스가 되어 쌓여갈 것이고 언젠가는 폭발할 지도 모른다. 야권의 대권주자들은 그 때를 앞당기기 위해 광장에서 대통령하야를 계속 외치겠다는 뜻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탄핵과 그 이후 대한민국, 어디로 가는가?
그러나 적어도 나라경영을 꿈꾸는 지도자들이라면 광장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는 ‘박통 탄핵과 그 이후의 대한민국’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에 대한 국정운영로드맵을 국민 앞에 제시하고 국민과 나라를 안심시키는 것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마치 대통령이라도 다 된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면서도 의미 있는 국정운영로드맵하나 내놓지 못하는 정치지도자들의 지도자답지 못한 행보가 국민과 나라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탄핵소추를 해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다면 국정운영은 결국 황 총리가 책임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헌법재판소가 6개월의 시간을 단축해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할 경우 황 총리는 대통령 선거도 관리하게 된다. 그런데 만일 헌재가 탄핵을 부결이라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결국은 앞으로 일 년 후 있을 대선에서 새 대통령을 뽑고 박통이 남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그런 상황이 만일 발생한다면 국민의 민주적 인내, 전략적 인내도 바닥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언제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앞이 안 보이는 나라의 미래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고 경제와 외교안보정책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시대의 개막과 맞물려 국익을 건 경제 및 안보외교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차대한 시점에서 우리가 대통령부재로 국정공백사태를 일 년 넘게 끌고 간다면 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라의 장래가 심히 불안하기만 하다. 벌써부터 청와대가 무너지고 청와대만 바라보던 관료사회가 중대한 결정들을 내리지 못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국정운영시스템 실패’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만일 앞으로 야당이 바라고 국민이 바라는 대로 순조롭게 박통이 하야하고 2개월 안에 새 대통령을 뽑으면 모든 문제가 다 끝나는 것인가? 아니면 내년 상반기까지 바라는 대로 헌재가 탄핵결정을 내려 대통령이 물러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 국정을 정상화 시키면 역시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되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국민적 촛불항쟁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11월의 ‘국민 촛불항쟁’은 4.19민주학생혁명과 6.10민주항쟁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차원이 다른 민주항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은 4.19나 6.10과 같이 쿠데타 등으로 헌정을 유린하고 장기 집권하려는 독재정부에 맞서 이 땅에 평화적 정부/정권교체가 가능한 민주주의 시대를 열고자 했던 반독재 민주항쟁과는 다르다. 이번 ‘11월 민주항쟁’은 ‘민주시대에도 계속되고 있는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이고, 무책임한 권력을 행사하는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식’을 요구하는 민주항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과 측근 실세들이 대통령과 권력을 나누고 사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면서 법률마저 무시한 권력남용과 이를 방조하거나 적극적으로 공모한 참모들의 직무유기라는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으로 헌법적 가치와 질서를 짓밟고 민주적 국정운영을 파괴한 데 대한 국민적 분노이며 저항이다.
이는 ‘국정운영시스템의 실패’를 의미하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민주적 대통령제’로 바꾸라는 ‘국정운영시스템의 민주화와 투명화, 개방화’를 요구하는 민주항쟁으로 과거의 반독재 민주항쟁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11월 민주항쟁’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 ‘더 나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성장통’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사실 박통의 국정농단은 과거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정부에서나 가능했던 정말 말도 안 되는 초법적 일들이 민주체제하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87체제 확립 이후 지난 30여 년간 6차례의 평화적 정부/정권교체를 이룩한 것에 자만했고, 국정운영시스템도 민주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착각을 해왔음을 이번 사건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국정운영시스템이 박통처럼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해도 이를 제도적으로 견제하는 감시 및 통제 장치가 내부적으로 구조화 되어 있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그야말로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제왕적 국정운영시스템’ 이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들어났다. 심지어 박통은 대통령으로서 스스로 법을 어기고 최순실이란 민간인과 사실상 대통령 권력마저 공유하는 국정운영의 기본원칙과 질서마저 무너뜨렸다.
그런데 박통과 박통의 권력을 나누어가진 최순실이 초법적인 결정을 하고 행동하는 데도 이를 견제하는 국가기관, 예를 들면 대통령실의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수석비서관들, 정부의 장차관들, 국회와 여야당들, 심지어 국정원과 언론, 시민단체 등 어느 곳도 제왕적 대통령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에 포획되었고, 대통령의 권위를 등에 업은 최순실의 권위에 관료조직들이 무릎을 꿇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검찰조사에서 들어났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87체제의 국정운영시스템이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무책임하고 투명하지 못하고 폐쇄적인가를 박통이 실증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어온 대한민국의 국정운영시스템이 사실은 권위적으로 독재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은 우리 국정운영시스템에 중대한 구조적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통사건은 우리의 ‘국정운영시스템의 실패’를 국민에게 일 깨워준,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서는 매우 교훈적인 사건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확 뜯어 고칠 것인가?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남용 등 국정농단으로 무너진 국정운영시스템을 어떻게 확 뜯어 고쳐야 하는가?‘ 라는 국가적 과제를 던져주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 과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87체제 성립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아래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무소불위의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국정운영시스템 개조를 위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오늘에 이르도록 이 문제를 해결 짓지 못해왔을 뿐이다. 우리는 5년 주기로 정부(정권)가 6번 바뀌는 동안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꿀지, 아니면 ‘내각책임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로 할지 무성한 말잔치만 벌리다가 그만 두곤 했다. 심도 있는 논의와 국민적 의견통합을 위한 진지한 노력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떠들기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박통에 의한 국정농단이란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기회에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확 뜯어 고치고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제’를 ‘민주적 대통령제’로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87체제가 만들어 논 ‘1987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헌의 불가피성을 말하고 있지만 의견은 여전히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제각각이어서 지난 30여 년간 떠들어온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박통탄핵이후 대한민국의 무너진 국정운영시스템을 어떻게 바로 잡아 세워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어 국민은 앞날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의 장래보다는 자신들의 대권욕에 사로잡혀 상황을 정치적으로만 계산하며 헌법 개정을 지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문제해결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흩어진 국민들의 생각을 모우고 통합하는 노력을 하는 ‘더 나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걱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지도자가 없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온 국민에게 국정운영시스템의 결함을 깨닫게 하고 이를 뜯어 고치기 위한 헌법 개정을 추진할 호기를 만들었다. 더욱이 개헌에 민감한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여야 대권후보자들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이 시점이 역설적으로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은 개헌작업을 해 나가기에는 최적기가 아닌가 싶다. 오로지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정파적이 아닌 전문가 중심의 ‘범국가적 헌법개정특별기구’를 국회발의로 구성하여 헌법개정작업에 나서라는 것이 우리시대의 요구라는 생각이다.
20년 전인 1997년 말 대한민국이 환란으로 결딴이 나는 것을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에서 몸으로 부딪치면서 갖게 된 의문은 87체제이후 우리나라가 열린 민주국가가 되었지만 국정운영시스템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것 말고는 여전히 독재시대의 권위주의적인 국정운영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특히 국정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지도자들의 의식과 행태가 여전히 권위주의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997년의 환란도 결국은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내재된 국정운영시스템실패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헌법에 애매모호하게 규정되어있는 5년 단임 대통령제,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비서실장과 수석들과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들과의 관계, 그리고 국회와 여야 정당, 자치단체, 언론, 기업, 시민단체에 이르는 국정운영참여기구들의 상호협력과 견제가 제도적으로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들의 관계를 민주적인 관계로 새롭게 재구조화 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2016년의 박통사건도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국영운영시스템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가를 좀 더 비판적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무엇이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국정운영시스템인지, 무엇을 어떻게 확 뜯어 고쳐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찾아볼 때가 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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