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과 권불십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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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만 보고 그 뒤에 있는 국민을 보지 못하는 일, 되풀이 되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는 영원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 같다.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규방에 칩거하나. 그럴 거면 주위에 다양한 인물이라도 두어야 하지 않나. 주위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만 오가게 하고. 말 한 마디면 대한민국이 움직이고, 돈이 돌아다니니 보이는 것이 없었던 듯하다.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좁은 방 안에서 우주를 보기도 하고 그보다 좁은 무언가를 보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그릇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안 만나고 어떻게 국민의 생각을 알 수 있었겠는가. 왜 나라가 점점 이렇게 돼 가는지 모르겠다. 권력만 보고 그 뒤에 있는 국민을 보지 못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가졌던 기대를 잊지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홍콩에 있었다. 투표는 당연히 못했다. 그러나 그가 당선되기를 열렬히 바랐던 것을 기억한다. 투표가 있던 날, 같이 있던 교수 한 분이 서울로 떠나게 되어 환송 저녁을 마치고 집에 와서 컴퓨터를 열었을 때 지지를 철회한다는 정몽준의원의 뉴스를 보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때 느낀 분노는 아직도 생생하다. 예측이 어떻고 뭐 그런 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표의 계산이 다 끝날 때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기대 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 근본적인 원인은 이념과 현실의 혼동
그러나 노무현의 5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실망이 컸다.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념(理念)과 현실(現實)의 혼동이었다. 처음에는 이념에 따라 통치를 시도하다가 그것이 막히면 이념과는 상반된 길로 전환하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니 많은 정책이 지그재그가 되고, 되는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가 보여 주었듯이 이념으로 현실을 통치하려 하면 백전백패(百戰百敗)다. 당시에도 이런저런 지면을 통해 여러 번 피력하였다. 대통령은 노회하여야 한다고. 지도자는 현명하여야 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교활함이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지도자로서 대통령의 현명함은 목표와 수단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노회함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와 어울리지 않는 수단일지라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등소평이 어디 중국에만 있어야 하나?
소득주도성장은 성장정책 아니다…“문재인 정부 정책방향은 잘못됐다”
지금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 가지 슬로건으로 집약된다.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수현 씨도 이 세 가지가 하나의 패키지로 수정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전혀 성장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다시 말하고 싶지도 않다. 설령 그것이 성장을 일으킨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은 전혀 잘 못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최저임금이나 올리고 몇 개월짜리 공공근로나 늘리는 것을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한다. 내년 예산을 확대편성하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은 재정정책이지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 정도 되면 소득주도가 뭔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정책기조 固守’는 사람보다 이념 먼저인 탓에 가능한 만용(蠻勇)…권불십년 의미 되새길 때
왜 일본의 나쁜 경험을 되풀이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소위 잃어버린 20년 동안 장기불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는 확대예산을 편성하여 지출하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정부 빚이 국내총생산의 250%에 이르게 되었다. 내년에 일자리 예산을 20몇 조 편성했기 때문에 일자리를 낙관하고 경기가 살아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구상유취(口尙乳臭)이다. 일본을 보라. 이 나라의 위정자들의 경제에 대한 이해가 천박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주장이다. 그 정도로 경제가 살아나면 불황이 왜 일어날까? 그렇게 경제를 쉽게 보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이념이 먼저이기 때문에 가능한 만용인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주체할 수 없는 이념을 북핵으로 덮고 가고 있다. 그리고 덮개에 그려진 아름답지만 기만적인 포장이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소득재분배이다.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한 가지 한심한 것은 굳이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허구에 숨어 정책을 포장할 이유가 뭔가? 그것이 정책의 1순위라고 생각한다면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경제가 잘 굴러가야 정책의 명분도 서고, 소득재분배의 부작용도 완화할 수 있다. 선진국들이 결국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나.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말이 안 되는 정책으로 소득재분배를 추구하다 보니 정부가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고 삶은 팍팍해지는 것이다. 통계청이 그런 자료를 발표하니 자료 왜곡하는 인사로 통계청장을 갈아치웠다. 이는 아마 ‘두고두고 회자될 광기’라고 밖에 달리 말하기 어렵다.
심각한 정책 부작용보면서도 ‘그 밥에 그 나물 인사’, “참으로 걱정”
어려울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지극히 대증적인 정책이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계층에게 시원해 보일 수 있으나 결단코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지금 경제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내년에도 올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선 최저임금이 2년 동안 29%나 상승하는데 최저임금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비용 압박이 쉽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의 자금사정을 보고 이들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나 본데 대부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노동시간 강제적 단축의 효과도 폭발할 것이다. 비정규직의 비자발적 정규직화의 효과 또한 간단한 것이 아니다. 대기업에 주로 적용되겠지만 최고 법인소득세율 인상의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이런 와중에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사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앞에서 인용한 김수현 실장의 선언은 그런 면에서 상징적이다. 참으로 걱정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정책의 부작용을 보면서도 ‘그 밥에 그 나물인 인사’를 단행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 이맘 때 이런 글을 다시 쓰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경제의 측면에서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 나라의 서민생활은 더 팍팍해져 있을 것이다. 이념과 현실의 혼동이 낳은 또 하나의 참사가 될 것이다.
‘정부의 불통’, 박근혜 정부 넘어서…“운동권식 정부 운영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이 정부의 불통은 이미 박근혜의 그것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자기들의, 자기들에 의한, 자기들만을 위한 규방의, 그와 다르지 않은 운동권식 정부 운영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나라가 잘못 되라고 이런 글을 쓰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잘 못 된 길을 그냥 가겠다고 하는데 참으로 답답하다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시간은 그릇된 정책의 편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시간은 그릇된 정책 때문에 팍팍해지는 서민의 편도 아니다. 시간은 가진 것이 많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 세태에 아첨하는 사람들의 편이다. 불황이 오더러도 위기가 오더라도 그들에게는 피해 갈 수 있는 수단이 있다. 오히려 불황과 위기는 그들에게는 기회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있다.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이 땅의 서민, 나날이 팍팍해지는 삶의 대중에게는 무자비한 말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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