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통합의 방향과 미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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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보수 통합 논의가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치욕의 트리플 패배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에 맞서려면 보수 결집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선임된 전원책 변호사가 그 기치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초에 치러질 전당대회를 보수통합의 대전환점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 같다.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가 꿈꾸는 것은 보수 단일대오"라고 포부를 밝혔다.
보수 통합은 크게 세 방향으로 전개 될 수 있다.
첫째, 바른 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자유 한국당에 합류하는 소(小)통합이다.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해 구 바른정당계 인사들이 동참하느냐가 핵심이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바른정당 출신들이 국민의당 출신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어서, 충분한 명분만 주어진다면 이들이 보수대통합 움직임에 동참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둘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하는 중(中)통합이다. 전망은 회의적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쇄신도 없이 바른미래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막말로 웃기는 얘기"라며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다면 수구·보수로 가라"고 했다. 그는 한국당을 '다음 총선에서 없어질 정당' '촛불 혁명의 청산 대상이자 적폐 청산 대상' '수구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셋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해체한 다음 빅 텐트로 모이는 대(大)통합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물이 필요하다. 지난 2011년 9월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같은 사람이 다시 등장해야 빅 텐트 보수 대통합이 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시기도 문제다. 내년 초 한국당 전당대회 때는 힘들고 2020년 총선이 가까워져야 가능할지 모른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오직 당선 가능성만을 보면서 서로 뛰쳐나오고 이합집산이 이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0년 총선 전에 사면복권되어 한국당 친박 인사들과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TK당을 만들 경우, 보수는 사분오열되고 보수 대통합은 물 건너간다. 이중 어떤 통합이 어느 시점에서 가능할지 백가쟁명식 논쟁이 치열하다.
직관이나 정치 평론의 수준을 넘어 과학의 기초인 ‘논리적 일관성’과 ‘경험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보수 통합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몇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 보수는 몰락했는가? 이념 지형이 진보로 기울어졌는가? 보수 세력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치욕의 트리플 패배를 당했다. 따라서 보수 몰락은 현상적으론 참이다. 그러나 내용적으론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범진보 후보(문재인 후보 41.1%, 심상정 후보 6.2%)의 득표율은 47.3%, 반면, 범보수 후보(홍준표 24.0%, 안철수 후보 21.4%, 유승민 후보 6.8%)의 득표율은 52.2%였다. 여전히 한국 선거에선 ‘48대 52 구도’가 존재한다.
더구나, 2017년 대선직후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진보 27.7%, 중도 38.4%, 보수 27.1%였다. 그런데,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가 전례 없는 압승을 거뒀지만 이념 지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진보 29.2%(+1.5%p), 중도 39.8%(+1.4%p), 보수 24.9%(-2.2%p)였다.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크게 보면 ‘진보 30%-중도 40%-보수 30%’의 이념 지형이 지속되고 있다.
둘째, 한국당 지도부는 보수 통합을 추진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가? 김병준 위원장과 전원책 변호사는 정치력, 치밀함, 치열함이 부족하다. 한국당 4선 중진인 신상진 의원은 최근 "보수재건에 중요한 이 가을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비대위는 하루 빨리 전당대회 준비나 마치고 활동 종결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빅 데이터 분석 기관인 타파크로스는 지난 5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온라인 담론 분석을 통해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매스 미디어(Mass Media)와 트위터, 페이스 북, 인스터그램, 블로그, 커뮤니티 등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자유한국당과 관련해 언급된 총 4백84만7,664건을 분석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월별 언급량을 비교하면 6월 지방선거이후 7월 한 달 언급량(227,974)은 6월 언급량(468,740)과 비교해 절반이하로 감소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7월 17일에 출범했지만 한국당의 8월 언급량(191,130)은 6월과 비교해 무려 59.2%가 감소했다.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한국당에 대한 부정 반응은 긍정 반응의 약 4배에 달했다. 더구나 타파크로스가 2018년 7월 17일부터 10월 16일까지 김 위원장과 관련 총 6만8천778건의 소셜미디어 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정(45%)이 긍정(16%)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중립은 39%였다. 같은 기간 보수 대통합에 대해선 언급량이 1,000건에도 미치지 못했다(매스 미디어 316건 +소셜 미디어 581건). 전체 16만8천283건 중 오직 .5%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 인물 자체와 보수 통합에 대해 국민들이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 비대위가 보수 통합을 제기하는 것은 성과보다는 오직 정치적 생존과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셋째, 기존의 보수 가치는 잘못된 것인가? 성장, 효율, 경쟁, 체제 등과 같은 보수의 가치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기존 보수 정치인의 인물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진보의 가치든 보수의 가치든 다 소중하다. 다만 보수 세력은 기본적으로 시대정신의 큰 흐름을 놓쳤기 때문에 실패했다. 보수가 소통합을 하든, 중통합을 하든, 대통합의 꿈을 꾸든 현실은 녹녹치 않다.
체계적인 분석을 토대로 향후 보수 통합의 방향과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무엇보다 한국당은 지금 통합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참회와 쇄신이 우선이다. 참회와 쇄신이 없는 통합은 허구이고 기만이다. 이념지형이 진보로 기울어지지 않았는데도 보수가 참패한 것은 박근혜 국정 농단에 대해 참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박은 황교안 전 총리를 만나 후사를 도모할 때가 아니다. 진정 보수를 재건하려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보수참회록을 쓰고 폐족 선언을 해야 한다.
둘째, 보수는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보수 우파에서 진보 우파로 길을 걸어야 한다. 한국당 비대위 산하 좌표와 가치 재정립을 위한 소위원회'는 지난 10월 8일 ▲큰 국민-작은 국가 ▲힘찬 성장-공정 분배 ▲튼튼한 안보-당당한 평화 ▲ 따뜻한 공동체-준비된 미래 등 4가지 기조 아래 새롭게 정립한 당의 좌표와 가치를 발표했다. 이런 가치는 과거 보수 우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이제 한국당은 평등, 평화, 분권, 복지, 민족 등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시각에서 포용하고 배려하는 제3의 길을 걸어야 한다.
셋째,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처럼 보수 잠룡들이 빅 텐트에 다 모여 무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2011년 9월 정치판에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와 같은 사람이 재등장하기를 고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 누구는 배제하고 누구는 영입하는 전략은 하책이다.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황교안, 김무성, 홍준표, 김태호, 오세훈, 나경원 등 최소 보수 7룡이 공정하고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일 수 있어야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래야만 보수 통합과 미래가 보인다. 여기에 안철수 전 대표가 참여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유승민 의원과 안 전 대표는 1990년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는 심정으로 3당 합당(민정+통민+공화)을 단행하고 정권을 잡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과학이고 현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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