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빙하기,봄은 올 수 있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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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라도 겨울이 올듯한 기온이다. 절기상으로도 머지않아 입동(立冬)이지만 설악산엔 벌써 첫눈이 내렸다. 올 겨울은 더 빨리 오는 걸까,몸과 마음은 점점 움츠러 들지만 아무리 길고 추운 겨울이 온다해도 봄을 기약할수 있다는것이 계절의 순환이치다. 그러나 보수와 자유한국당은 이 질서에서 비껴서 있다. 대통령 탄핵이후부터 그들의 시간은 멈춰있다. 오늘의 현실도 내일의 희망도 빙하기(氷河期)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했다. 앞으로 20년은 진보정권이 계속 잡을거라고. 최근들어 더 보탰다.50년도 가능할것 같다고. 남한 집권당을 대표하는 그는 북한에 까지 가서도 이 의지를 확인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보수세력에 정권을 뺏기지 않겠노라고.오만,자신감,적대감이 모두 배여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보수는 긴긴 세월 냉장상태로 있다가 소멸된다는 거다. 정말 한국당이 지금대로 라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 보수 정치인이 이미 갈파하지 않았는가? 한국당은 소멸을 앞둔 공룡같다고.
공룡처럼 지구에서 사라진 인류의 한 줄기가 있다. 네안델타르인이다. 후기 빙하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4만5천년전에 소멸했다. 반면 그들과 몇만년을 공존하다가 빙하기를 이겨낸 또 하나의 줄기가 있다. 현생인류(現生人類)다. 바로 우리의 조상 크로마뇽인이다. 인류진화의 최종단계부터 오늘까지 인간 DNA의 역사를 잇고 있는 이들을 후세는 호모사피언스(Homo sapiens sapiens)라고 부른다. <지혜로운 자들>이다. 네안델타르인과 크로마뇽인의 소멸과 생존을 가른것은 결국 지혜(智慧)였다.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정확히 대처하는 능력이다. 그들의 후예로 정치적 빙하기를 맞은 오늘의 보수에게 시사하는 점이다.
크로마뇽인은 치명적인 기후변화에 창의와 소통으로 대응했다. 동물의 가죽을 그저 몸에 걸친 네안델타르인과 다르게 실을 꿸수있는 바늘귀를 창안해 매듭이 촘촘한 방한복을 만들어 추위를 견뎠다. 바늘구멍은 불의 발견에 비견되는 인류 문명사적 발명이라 한다. 순록의 고기를 말려 보관해 사냥이 힘든 긴 겨울을 날수 있었다. 뼈와 돌을 갈아 날카롭고 가벼운 화살촉을 만들고 창을 멀리 던지기 위해 투창기도 개발했다. 도구의 달인들이었다. 언어를 쓸수 있었던것은 네안델타르인과 가장 대비되는 능력이었다. 소통이 되면서 조직과 협동생활이 가능해졌고 매머드와도 싸워 이길수 있는 집단의 힘이 생겼다. 여기에 생존을 뛰어넘는 영혼의 세계에 까지 상상력을 키웠다. 인류 최초의 예술가들이다. 알타미라와 라스코의 동굴에 새겨진 신비로운 벽화들은 왜 이들이 호모사피언스로 불려지는지를 말해준다.
오늘의 보수는 얼마나 지혜롭게 빙하기를 이겨낼까? 보수를 대표하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살아남기위해 변신을 하는 중이다. 힘에 부치니 외부에서 구원투수까지 불렀다. 김병준 비상대책 위원장에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이 두축이다. 국민들은 그들을 칼 잡이로 여겼다. 대수술이 필요한 한국당이기 때문이다. 하청에 재하청이란 비판도 있지만 국민들은 이들이 한국당을 살릴수 있을까 비상한 눈으로 지켜본다. 병든 보수의 환부를 도려내고 심장을 뛰게해야 대한민국 정치도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중환자실은커녕 응급실의 긴장감과 긴박감에도 못 미친다. 시작은 창대했다. “한줌 남짓의 지지세력에 기대어 안주하려는 부끄러운 모습을 언제까지 국민들에게 보이겠는가”스스로 반문하며 반성과 성찰을 보여주자 외쳤다. 지극히 마땅한 출발 이었다. 한명의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또 한명의 전직대통령까지 함께 감옥에 보내놓고도 아무 변화가 없는 보수의 대표 정당이라면 차라리 없는게 낫다는게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호응해야 되겠는가? 버리고 없애는 결단,사즉생(死卽生)을 목표로 예리한 칼을 써야 맞는것이다. 우선은 사람의 문제,수혈의 문제다. 인적쇄신,세대교체는 그 첫걸음이고 전부 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그 쪽으로 직진하고 있는가? 물갈이를 아예 건너뛰고 도리어 몸집을 키우는 이른바 빅텐트 보수통합에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황교안도 유승민도 오세훈도 다 오라는 거다. 공룡들이 싸우는 춘추전국시대를 만들겠다는 거다.
국민들의 눈엔 이것이 한국당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일 리가 없다. 허세로 보일것이다. 그래서 공감과 감동이 없다.실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조강특위 위원장 입에서 친박과 태극기 부대 옹호론까지 나온다.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을 우리 보수세력에서 제외하면 안된다고 대놓고 말하면 보수정당은 과연 어떤 변화를 시작할수 있다는 것인가? 인적쇄신은 고사하고 어떤 정체성의 보수통합으로 가자는 것인가? 한국당이 새롭게 정립했다는 보수의 가치 ‘보수주의의 본질은 높은 도덕성과 개혁성에 있다’고 천명한것은 그저 말뿐이라는 것인가? 이게 ‘뿌리부터 바꾸겠다’는 비대위원장의 의지에 부합하는 것인가?
모두가 혼돈이다. 한국당은 결국 장애물을 피해 안전한 우회로로 가겠다는 거다. 피 흘리지 않고 누구도 희생하지 않고 가겠다는 거다. 이길은 결국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일뿐 생명의 길,회생의 길이 아닐것이다. 절대위기속에서도 절박성과 비장감이 없는 이 모습은 혹시나 한국당은 이 겨울뒤에 당연히 봄날이 올거라는 꿈에 취해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이 추위를 적당히 넘기기만 하면 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그 1년뒤 2020총선에서 승리의 계절을 맞을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는것은 아닐까? 확증편향 인지도 모른다.현 정권의 경제는 내년이라 해서 좋아질리 없고 오히려 더 나빠지고 남북관계도 결국 핵을 포기할리 없는 김정은의 속셈이 드러나 원래보다 못한 냉전으로 되돌아가고 그래서 미국과의 동맹도 파탄나면 21대 총선은 지난 지방선거의 대패를 완전히 뒤집는 보수의 대승으로 귀결될거란 선입관을 믿고 있을지 모른다.
결국은 죽을 각오로 겨울을 이겨내려는 게 아니고 현 정권의 실패와 그 반사이득으로 찾아오는 봄을 기대하고 있다면 보수와 한국당의 미래는 이보다 더 암담할 수가 없다. 심판은 국민들이 내리는 일이다. 그리고 ‘보수는 이렇게 완전히 변했습니다’를 보여주지 않고 표를 얻으려는건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고 그래도 희망을 걸어온 민심을 배반하는 일이다. 지금 당장도 민심은 보수의 봄 보다는 한반도의 봄을 더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정부의 경제실정에도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10%대를 겨우 넘나드는 한국당의 지지율과 60%대를 다시 회복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비교해 보면 이 흐름을 알수있다. 문대통령의 중재대로 프란체스코 교황이 북한까지 방문하게 된다면 한반도의 봄은 일대전환을 맞게될거고 냉전사고에 묶여있는 보수의 봄은 더 아득해질지도 모른다.
한국당의 겨울나기는 그래서 더 치열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보수가 빼앗겼다고 여기는 들판에 봄이 올지말지다. 지금 한국당은 야생으로 나갈 용기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크로마뇽인들은 동굴 안식처에서 위험한 들판으로 나와 농경(農耕)의 기반을 만들어 가면서 삶의방식과 문화를 획기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끊임없는 도전,지칠줄 모르는 이동은 그들의 생존기록이고 그들을 인류의 조상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한국당이 당당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우선은 우물안 개구리같은 동굴의 우상으로부터 뛰쳐나와라. 수구적 권위를 맹신하는 극장의 허상에서 탈출하라. 내년초 전당대회까지 한국당이 어떤 도전의 역사를 만들어 내느냐가 보수의 미래를 좌우할것이다. 소멸이냐 생존이냐의 선택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아니라 이번기회가 아니면 끝이라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보수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버크는 “보수주의의 기준은 제도와 관습을 지키고/그것이 역사속에서 배양돼 왔음을 중요하게 여기고/특히 자유를 유지함을 소중히 하고/질서있는 개혁을 추구하는것이다”라고 설파했다. 보수는 역사를 통해 성숙시켜온 지혜를 갖고 있다. 개혁을 포기하지 않는다. 크로마뇽인은 기후변화에 슬기롭게 적응해서 살아남았다. 자유한국당이여, 지혜로운 자가 되라. 보수의 진화를 보여줘라. 호모사피엔스의 진정한 용사가 되라.<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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