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버너 후보 성추행 의혹으로 또 다시 곤경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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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 주장하는 포드(Ford) 교수 상원에서 ‘감동적’ 증언, 캐버너 ‘감정적’ 공격
- 상원 사법위원회 캐버너 후보에 대해 11 대 10, 완전한 ‘정파적’ 투표로 승인
- 공화당 Flake 상원의원 “FBI 재수사 전제로 찬성한 것”; 상원 본회의 표결 보류
- 트럼프,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이례적으로 FBI에 ‘제한된 재수사’ 지시
가뜩이나 수많은 국내 · 외 난제들에 부딪쳐 곤경에 처해 있는 美 트럼프 대통령이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자신이 대법원(Supreme Court) 판사 후보로 지명한 캐버너(Brett Kavanaugh) 지명자의 고교 및 대학 시절의 두 동료 여학생들이 캐버너(Kavanaugh) 후보가 과거 학생 시절에 자신들에게 ‘성추행(sexual assault)’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바람에 또 다시 엄청난 시련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캐버너(Kavanaugh) 항소법원(Court of Appeals) 판사를 대법원 판사 후보로 지명한 이후, 많은 미디어들이 연일 후보의 과거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역 각 주요 도시에서는 여성 단체들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가두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결국, 美 상원 사법위원회는, 미국 사회의 높은 관심 속에 캐버너(Kavanaugh) 후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포드(Christie Blasey Ford) 캘리포니아州 Palo Alto 대학 심리학 교수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고, 동 청문회 종료 다음날 전격적으로 표결을 강행하고 11 대 10, 공화당 찬성 다수로 가까스로 승인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화당 플레이크(Jeff Flake; 아리조나州 출신) 의원은 자신은 캐버너(Kavanaugh) 후보의 포드(Ford) 교수에 대한 성추행(sexual assault) 의혹에 대해 FBI가 재수사를 시작할 것을 전제 조건으로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고 밝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고, 백악관 및 공화당 지도부는 당혹감에 빠지고 말았다.
드디어, 트럼프 대통령은 켈리(John Kelly) 비서실장 및 맥간(Donald McGahn) 법률 고문 등의 황급한 진언을 받아들여 캐버너(Kavanaugh) 후보에 대한 성추문 의혹에 대해 FBI가 “1 주일 기한으로 이미 제기된 의혹에 국한하여” 수사를 다시 하도록 지시했고, 공화당 지도부는 상원 본회의 최종 표결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캐버너(Kavanaugh) 대법원 판사 후보에 대한 임명 여부는 FBI 재수사 이후 상원 본회의 표결로 최종 판가름날 상황이다. 그러나, 사법위원회 청문회 과정 및 표결 결과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대 및 저항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어 향후 사태의 추이를 예상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참고; 미국의 대법원 판사 구성 및 임명 절차>
미국 대법원 판사는 한 번 임명되면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종신(終身)으로 재임하게 되어 있다. 이는 4년 임기로 선출되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완전하고 독립적인 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현재 8명의 대법원 판사들은 43~60세 때 임명되었고, 모두 Ivy League Law School을 졸업했다. 캐버너(Kavanaugh; 53세) 후보도 Yale 대학 Law School 출신이다.
대법원 판사 후보로 지명된 자가 정식으로 임명되기 위해서는 사법위원회의 사전 조사(scrutiny), 배경 검증(background check), 관련 청문회, 상원에서 진술과 토론(testimony and senate debate) 및 상원 전체회의에서 최종 표결(단순 다수 51표 찬성 필요) 등 많은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51석 보유)
■ “대법원 판사 9명 중 ‘보수 우위(5명)’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
미국 대법원은 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한, 말하자면, 사법 시스템의 최고 기구다. 미국 사회의 정의를 확립한다는 의미에서 일반 판사들과 달리 대법원 판사들을 ‘Justice’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법원 판사들은 임기가 없는 종신제(終身制)이기 때문에 인적 순환이 대단히 느리고, 한 번 형성된 이념적 구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 사상적으로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사회적 정의 최후 보루의 장치인 것이다.
현재 대법원 판사 9명 중, 보수(공화당 정권 임명) · 진보(민주당 정권 임명) 성향 판사가 각각 4 대 4, 중도 성향 1명의 구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Swing Voter’로 알려진 중도 성향 케네디(Anthony Kennedy) 판사가 지난 7월 건강 상 이유로 사임하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 자리에 캐버너(Kavanaugh) 후보를 임명함으로써 대법원 구성에서 ‘보수 우위’ 구도를 형성, 보수 공화당 정권의 각종 정책들을 사법적으로 최종 판단할 원군(援軍)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또 하나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아직은 시야에 확실히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만일, 트럼프가 의회에서 탄핵 소추를 당하는 경우에, 상원에서 진행되는 이 ‘재판’ 절차는 대법원장이 주재한다. 하원 법사위원장이 ‘고발인’ 대표가 되고, 상원의원들은 전원 ‘배심원’ 역할을 한다. 이 “재판”에서 최종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지금 자신이 지명한 캐버너(Kavanaugh) 후보가 대법원 판사 대열에 합류해야만 다소 간의 ‘안전판(安全瓣)’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법한 것이다.
■ 피해 주장 포드 교수 ‘감동적 증언’ vs 캐버너 후보 ‘감정적 반격’
이날 열린 청문회에서, 현재 캘리포니아州 Palo Alto 대학 심리학 교수인 포드(Christie Blasey Ford) 교수가 먼저 증언에 나서, 1982년 고교 시절에 한 가정집에서 열렸던 파티에서 캐버너(Kavanaugh) 후보자가 자신에 대해 성추행한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차분히 증언했다. 포드(Ford) 교수는 캐버너(Kavanaugh) 후보가 자신을 “짓이겼고(grinding into me) 입을 틀어막고(covering mouth) 추행했으며, 자칫하면 자신을 죽일 것(was accidentally going to kill me) 같았다” 고 설명했다.
지난 몇 주일 동안, 추상적으로만 알려졌던 포드(Ford) 교수는 이날 증언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아무도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양극의 논쟁으로 갈라져 있는 수도(首都)의 한 복판에서, 자신이 캐버너(Kavanaugh) 후보로부터 당했던 끔찍한 사건에 대해 강력하게 이끄는 어조로 증언하여, 많은 여성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백악관도, 의회도, 공화당 내부도 절망했다. 심지어 캐버너(Kavanaugh) 후보 친구들도 그녀의 증언은 강력하고 믿을 만했다고 평했다.
한편, 캐버너(Kavanaugh) 후보자는 가끔 눈물을 흘리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은 전혀 성추행을 저지른 적이 없고, 지금 포드(Ford)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꾸며진 조작극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자신의 부인과 어린 딸들을 지목하면서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인격 살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 주 Fox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침착하고 잘 연습한 듯한 모습과 달리, 트럼프의 최근 암시에 격려를 받아서인지, 분노와 대결 자세를 역력히 드러냈다. 그는 당초 모두 발언 자세를 던져버리고, 마치 자기 진영의 지지를 호소하려는 듯이, 자신을 지명해 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을 적용하는 듯한 발언들로 일관했다.
그는 포드(Ford) 교수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때때로 의원들을 향해 소리를 치기도 하면서 청문회를 ‘서커스’, ‘국가적 명예 훼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표출” 이라거나, 심지어 “클린턴(Hillary Clinton)을 대신한 앙갚음” 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도중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거의 유일한 공화당 소속 그레이엄(Linsey Graham) 상원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당신들이 반대표를 던지면 내가 정치 인생에서 보아온 가장 야비한(despicable) 시도를 합법화하는 행위가 되는 것” 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레이엄(Graham) 의원의 메시지는, 그럴 리는 만무하지만, 포드(Ford) 교수의 증언을 듣고 지명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유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3, 4 명의 공화당 의원들을 향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가 끝나자, 미국 사회에는 ‘재앙(disaster)’ 이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캐버너(Kavanaugh) 지명이 철회되는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보 진영은 캐버너(Kavanaugh) 후보자는 현재 재직하고 있는 항소법원 판사직에서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 “두 증언은 양극으로 갈려, 상원의원들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
지난 주 목요일 청문회에서 캐버너(Kavanaugh) 후보자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포드(Ford) 교수는, 美 상원 사법위원회 위원이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0대 고교생 시절에 캐버너(Kavanaugh)가 자신을 성추행한 것이 사실인가? 라는 질문에 “100%” 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캐버너(Kavanaugh) 지명자는 자신이 성추행을 범하지 않은 것이 확실한가? 라는 질문에 “100%”라고 대답했다.
30분 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이들의 증언 내용은 양극으로 갈린다. 그리고, 두 증언 내용을 조정할 여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반드시 한 사람은 맞고, 다른 쪽은 분명히 틀린 내용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나타난 정황으로 보아, 같은 사실을 달리 기억할 수도 없고, 혼동했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상원 의원들에게 한 가지 사실만을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NYT).
Washington Post 및 New York Times는 상원 사법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캐버너(Kavanaugh) 후보가 오도(誤導)하거나 잘못된(‘misleading or wrong’) 발언을 했던 반면, 포드(Ford) 교수는 신뢰할 만한(‘believable’) 증언을 했다고 평가했다. 두 신문은 다른 대부분의 미디어들과 마찬가지로, 이날 포드(Ford) 교수의 증언은 전 국민의 눈이 쏠려 있는 가운데 엄청나게 ‘파괴적(devastating)’ 이었다고 평했다.
반면, 캐버너(Kavanaugh) 후보는 자신의 사법적 행동 태도를 전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해야 하는 입장임에도,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증명하고 말았다고 평했다. 그가 보여준 가장 큰 문제는 ‘태도(態度)’ 문제가 아니라 신뢰성 문제였다. 그는 자신의 고교 시절 문집에 나타난, 분명히 성적 풍자를 의미하는 것들을 포함하여 포드(Ford) 교수가 주장하는 그날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이름 등, 그날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모두 否認으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하여, Washington Post는 美변호사협회(ABA; American Bar Association)가 이미 12년 전에 캐버너(Kavanaugh) 당시 항소법원 판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나, 이를 공화당이 무시한 적이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3년, 부시(George Bush 子) 정권은 민주당 측이 캐버너(Kavanaugh) 당시 항소법원 판사 임명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하자, ABA가 당시 발표한 성명을 부분적으로 인용하여 무시한 적이 있다. ABA는 당시 성명에서 그의 우수한 법률적 능력과 대조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표하는 내용을 함께 밝혔었다. ABA는 목요일, 지극히 이례적으로 FBI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처럼, 청문회 및 사법위원회 표결이 끝난 뒤에, 상원의원들은 자신들의 소속 정당에 따라 입장이 확연히 갈라졌고, 대세를 이루는 견해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차분하고 감동적인 설득을 한 포드(Ford) 교수의 증언과 때로는 얼굴을 붉혀가며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이런 성추행 주장은 자신의 인생을 파괴하려는 ‘조작된 음모(orchestrated campaign)’라고 주장하는 양 극단의 주장 사이에서 어려운 입장을 정해야 하는 “냉엄한 선택(stark choice)”에 직면해 있다.
■ CNN 앵커 “미국은 지금 ‘역사적으로 중대한 순간’에 서 있다”
청문회에 이어 다음 날 상원 사법위원회의 표결이 끝나고, ‘Swing Voter’로 여겨졌던 공화당 플레이크(Flake) 상원의원이 (조건부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자, 이전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두 여성이 플레이크(Flake) 의원이 타려던 엘리베이터 문을 가로막고 “나를 똑바로 보라! 당신은 캐버너(Kavanaugh)가 정의를 실천할 것으로 믿느냐? 당신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냐!”고 외치며 울부짖는 장면이 중계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지금 큰 파문을 일으키며 퍼져 나가고 있다.
CNN 유명 여성 앵커 볼드윈(Brooke Baldwin)의 감동적인 멘트도 커다란 감동을 불러오고 있다. 볼드윈(Baldwin) 앵커는 우선, 이날 청문회를 미국 전역 각지에서 수 많은 국민들이 청취했다고 전하면서, 이날은 ‘미국 역사에 중대한 순간(pivotal moment in history)’이라고 규정했다. 이어서, 지금까지 침묵과, 부끄러움과, 불신 속에 묻혀져 왔던 미국 사회에 횡행해 온 성추행 양상이 이제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중대한 문제다(It really matters)” 라고 정의했다.
동 앵커는 성추행과 관련한 미국 사회의 충격적인 사실도 전했다. 한 관련 단체의 추산으로는 지금도 미국에서는 每 98초에 한 건 꼴로 성추행 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전체 여성 인구의 1/6이 일생 동안 성범죄 기도 혹은 완전한 성추행 피해를 입고 있으나, 이 중 겨우 수 천 분의 1 정도만 처벌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 음성 출연한 76세 노년의 여성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당한 성추행으로 지금도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여 남성 진행자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다.
New York Times는 이번 청문회 및 상원 사법위원회 표결을 계기로 미국 사회는 종족(tribe)에 따라 두 갈래로 선명하게 갈라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NYT는 이날 보도한 분석 기사에서 “이 두 개의 ‘100%’ 사실(두 증언의 극단적 차이)은 미국 사회를 마치 한 울타리 내에 두 나라가 존재하는 것처럼 갈라놓았다” 고 표현했다.
■ “FBI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트럼프 리더십에 큰 타격 예상”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청문회 전날인 26일 기자회견에서 캐버너(Kavanaugh) 후보에 대한 성추행 주장들을 민주당이 조작해 낸 것으로 “전적으로 거짓으로 보인다(all false for me)” 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동시에, 청문회에서 두 사람은 국민들과 시청자들 앞에 솔직하게 사실을 말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증언을 보고 나서 자신이 설득되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캐버너(Kavanaugh) 지명자 및 공화당 지도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여 제기되는 의혹들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후에서 진행 상황을 통솔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청문회가 끝난 뒤에,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너(Kavanaugh) 지명자의 ‘성추행(sexual assault)’을 주장한 포드(Ford) 교수에 대해 ”대단히 신뢰할 증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버너(Kavanaugh) 지명자에 대신해서 다른 후보를 지명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후,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여론 및 사태 진전 상황을 파악한 백악관 켈리(John Kelly) 비서실장 및 맥간(Robert McGahn) 법률고문을 비롯한 측근 참모들이 황급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언하여, FBI에 재수사를 지시했다. 이와 동시에 의회 공화당 지도부는 상원 본회의 표결을 연기했다. 그러나, 이번 재수사는 수사 시간도, 범위도 지극히 제한되어 있어 이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가 캐버너(Kavanaugh) 후보의 배경 수사 재개를 지시한 것은 지금 상원을 뒤흔들며 미국 사회에 파장이 크게 번지고 있는 사태의 ‘놀라운 반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WP). 이런 반전은 트럼프의 강력한 비판자인 공화당 플레이크(Jeff Flake) 의원이, 처음에는 캐버너(Kavanaugh) 후보 지지를 표명했으나, 청문회 도중에 민주당 쿤스(Coons) 의원 등과 만난 다음 FBI 재수사를 주장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재수사 지시 후, FBI는 이미 Yale 대학 시절 캐버너(Kavanaugh) 후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라미레즈(Deborah Ramirez)와 접촉하고 있다. 포드(Ford) 교수의 성추행 의혹 제기와 다른 이 여성 피해자는 FBI 수사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백악관이 재수사를 지시하면서도 1 주일로 시한을 못박고 수사 범위 확대를 제한한 것은, 시간을 끌수록 새로운 의혹들이 튀어나올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FBI가 이제 막 시작한 재수사의 향방은 지극히 유동적이고, 수사 과정에서 무슨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지는 아무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일부 공화당 의원들 이탈 우려, 최종 승인은 장담 못하는 상황”
이날 상원 사법위원회의 표결에서 공화당 소속 플레이크(Flake) 상원의원은 줄곧 찬 · 반 태도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가 금요일 오전 표결 개시 직전에 동 후보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면서 “나는 그러한 상황(FBI 수사 개시)을 이해하면서 이 법안이 본회의에 부쳐지도록 투표한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잠시 관망하면서 FBI가 수사를 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공화당 측이 깊은 고심에 빠진 것은, 공화당 소속 콜린스(Susan Collins) 및 머코우스키(Lisa Murkowski) 두 여성 의원이 아직 캐버너(Kavanaugh)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의원은 캐버너(Kavanaugh) 후보에 대한 성추행 주장이 불거지기 전부터 동 후보의 낙태(落胎; abortion) 허용에 관한 견해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어, 확실한 찬성이 유동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었다.
목요일 열린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크게 목소리를 높였던 그레이엄(Linsey Graham) 공화당 의원은 플레이크(Flake) 의원은 “미국을 통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 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코넬(McConnell) 원내총무가 한 주일 동안 표결을 연기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마지막으로 추산해 보기에는 50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을 해야 하나, 내 생각으로는 그 일을 내가 해야 할 것 같다” 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 쿤스(Chris Coons) 의원은 공화당 플레이크(Flake) 의원을 상대로 표결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설득했다. 그는 플레이크(Flake) 의원을 포함, FBI 수사를 지지해 준 공화당 의원들에 “깊이 감사한다(deeply grateful)” 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표결에 앞서 가진 막후 접촉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플레이크(Flake) 의원에게 표결 연기를 주장하지 말도록 ‘격렬하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1 주일 간으로 정해진 FBI 재수사 기간은 사태를 관망하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이 동안에 트럼프에 맞서고 있는 FBI가 정치적 분위기가 충만한 ‘MeToo’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될 수도 있다. 여기에 공화당 소속 머코우스키(Lisa Murkowski) · 콜린스(Susan Collins) 두 여성 상원 의원들의 향배도 주목을 받고 있다.
■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를 차지하면 트럼프는 '절망적인 곤경(terminal trouble)'에 빠질 것”
지난 금요일 실시된 상원 사법위원회의 캐버너(Kavanaugh) 후보 승인에 대한 표결 결과는 11 대 10, 공화 · 민주 양당 의원들의 소속 정당 비율대로 정확하게 ‘정파적(partisan)’으로 투표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날 표결은 승인안을 상원 본회의에 상정할 것을 가결한 것이다. 당초 공화당 지도부는 이 결정에 이어서 이번 주 화요일 상원 본회의 최종 표결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어쩔 수 없이 FBI에 ‘제한적’ 재조사를 하도록 양보하며 일단 연기했다.
그러나, 맥코널(Mitch McConnell) 원내총무가, FBI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상원 본회의 표결을 결행해도, 현 상황에서 최종 승인에 충분한 지지를 모을 수 있을지는 대단히 유동적이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51 대 49로 미세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자당 소속 여성 상원의원들 및 내심 캐버너(Kavanaugh) 후보 지지를 꺼리는 공화당 의원들의 숫자가 얼마가 될 것인지가 첨예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한편, 비록, 상원 본회의 표결이 중간선거 이전에 이루어져서 캐버너(Kavanaugh) 후보가 정식 임명된다 해도, 연신 터져 나오는 성추행 의혹 폭로로, 여성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표심이 크게 요동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번 상황이 거기서 끝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유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후보를 임명한 ‘정치적 부채(political liabilities)’가 중간선거로 연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상원의원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들에게 불어 닥칠 엄청난 후폭풍을 심각하게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군색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향후 며칠 간은 양측 모두 FBI 수사 결과를 기다리며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나, 언론 등에서는 공방전이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결국, 유권자들은 판단할 것이고, 한 쪽 진영은 승자가 되고, 다른 한 쪽은 반드시 패자가 된다. 양측이 중간 지점에서 만날 방도는 없다. 지금, 상원을 무대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긴박 속에서, 아마도 무대 뒤의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가슴 졸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또한 결국 자신을 덮칠 쓰나미의 전조는 아닌가 해서 말이다.
오래 전에 ‘워터게이트’ 사건 및 닉슨(Nixon) 대통령 사임을 보도했던 경험이 있는 드류(Elizabeth Drew) The New Republic 편집자는 ‘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트럼프의 가장 어두운 날들(Trump’s Darkest Days)” 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트럼프가 캐버너(Kavanaugh) 판사를 대법원 판사 후보로 지명한 것은, 그가 ‘대통령은 재임 중에 수사 대상이 되거나 기소되지 않는다’는 저서를 발표하는 등, 대통령은 법 위에 존재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보수적 견해를 가진 것이 어필했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캐버너(Kavanaugh) 후보는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과 상원 청문회에서의 거짓 증언 가능성 등으로 지명이 백척간두에 걸려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WSJ/NBC News 연론 조사 결과,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선거에서 12%라는 경이적인 차이로 공화당을 앞서고 있다고 전하면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수 많은 조사 및 탄핵 절차의 개시 등으로 인해 트럼프의 운명은 대단히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 상 · 하원 모두 민주당에 빼앗기게 되는 날이면, 트럼프에 대한 탄핵 절차를 개시할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그에게는 ‘절망적인 곤경(terminal trouble)’에 빠질 수 있는, 악몽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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