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 위기와 제도 개혁 필요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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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7년 기금 고갈을 예고하는 국민연금 제 4차 재정추계 결과 해석과 제도 개선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백가쟁명 식으로 쏟아져 나와 여러 주장들의 옥석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이렇게 되니 국민들에게 부담되는 대안들은 고개를 숙이고 당장 달콤한 주장만 기세가 더욱 올라가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사실 이번 재정추계에서 인구상황이 더 나빠진 것을 빼놓고는 지난 5년 전 3차 재정추계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게 설계된 국민연금 제도는 태생부터 적립기금 고갈을 전제하고 있었다. 1999년과 2007년에 연금개혁이 있었지만 수입과 지출을 균형시키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런 식의 불완전한 제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었던 전제는 적립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적립기금 없이 당년도 연금지출을 당년도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조달하는 유럽 국가들과 같이 부과방식 연금제도로 운영하면 된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었다. 현재에도 다수 유럽 국가들이 부과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다는 논리는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유럽과 우리나라의 인구 현실 차이를 간과한 것이다.
적립기금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부과방식 제도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인구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즉, 연금을 받는 노인인구 대비 보험료를 부담하는 근로인구 수가 많으면 제도를 운영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유럽국가도 평균수명 연장으로 연금위기에 봉착하자, 연금급여 삭감, 보험료 인상, 연금수급개시연령 상향 조정 등의 수단을 통하여 어렵사리 균형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수차례 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국가에 비해서 연금의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2차례의 연금개혁을 추진한 바 있지만, 연금개혁 강도가 유럽국가에 비해서 낮아서 추가적인 연금개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연금 재정적으로 볼 때 평균수명 연장만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저출산 이라는 부정적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제3차 재정추계 시에는 합계출산율이 1.7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가정했지만, 이번 제4차에서는 1.38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통계청 인구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합계출산율은 1.0 수준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05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대응을 시작한지 13년이 지났지만 ‘백약이 무용’하여 출산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한지 2주일도 안 되었지만 국민연금 재정 전망을 다시 해야 할 판이다.
국민연금을 현행대로 유지하여 2057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연금급여를 계속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금보험료율을 현재의 9%에서 27% 수준으로 3배 인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 가서는 정부가 재정으로 메우면 된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재정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고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낮으니 연금급여율을 올려야 한다는 대안도 제도개선위 안에 올라 있다.
현재의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재정위기 대책을 세워야 할 판에 연금급여를 올리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초저출산 초고령화 시대에는 모두 아껴 쓸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낮지만 우리 인구구조 상황에서는 그 당시 근로계층이 그 부담도 인내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정추계가 알려주고 있는 핵심 사항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제도가 후하게 설계되어 있었던 점은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들 특수직역연금은 4차례 연금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연금보험료 수준이 국민연금의 2배 수준인 18%로 높아지고 있다. 4차 개혁에서는 연금급여도 삭감되어 신규 공무원부터는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유리한 것도 없다는 것이 연금수리적 분석 결과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과 형평성이 맞추어졌지만, 이번에 국민연금이 개혁되면 공무원연금도 이에 맞추어 추가적인 개편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연금보다 별로 유리할 것이 없는 신규 공무원 군인 사학교원도 국민연금에게 가입토록 하여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될 때 신규 공무원 등의 연금보험료 수입이 국민연금제도 쪽으로 이전되면서 공무원연금 등 제도의 적자는 더 커지게 되어 향후 몇 십년간은 추가적인 재정부담이 요구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국민에게 부담 주는 연금개혁을 좋아할 국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정부도 정당도 선뜻 나서기 힘든 것은 이해되지만, 더 이상 국민의 눈치만 보다 개혁의 타이밍을 실기하면 미래 국민에게 큰 죄를 짓게 된다. 개별 가정 차원에서는 자녀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은 부모는 드물다. 그럼에도 국가 전체적으로 미래 자녀세대에게 엄청난 빚더미를 물려주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가계와 기업도 모두 어렵다. 그렇지만 조금 더 아껴서 미래를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노후소득보장 시스템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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