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5조원 ISD: 현재 진행형 국가적 비극의 전말(顚末)』 사상 최대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는 만약이 무효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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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스타 ISD 6년째 ‘깜깜이’로 진행, 의혹 연루자들이 소송 대응을 맡아와
* 매각할 필요가 없는 은행을, 취득할 자격도 없는 론스타에 팔아 넘긴 게 原罪
* 당시 “헐값” 매각 공방으로 연막을 쳤으나, 사안의 본질은 “불법” 매각 의혹
* ‘적폐’ 청산을 외치며 이를 방치하면 ‘적폐’ 세력과 스스로 한 통속이 되는 것
얼마전 한 일간지 (조선일보; 2018. 05.12) 사회 면에 오랜 만에 눈에 띄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가고 있는 『론스타 ISD 소송』 (엄격히 말하면 ‘투자자 • 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에 관한 것이었다. 요지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 ISD’ 소송에서 우리 측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마련해 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의 불법성을 제기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내용이었다.
론스타(Lone Star). 미국 남부 Texas주(州)의 별칭이다. 주의 상징 깃발의 흰 바탕은 ‘순수함(purity)’을 표상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기억 속의 ‘론스타’는 ‘순수함’이나 ‘정의(正義)’와는 거리가 먼 약탈적 투자를 일삼던 일개 헤지 펀드일 뿐이다. 굳이 되새겨 기억하자면, 론스타는 우리나라가 ‘IMF 환란(換亂)’을 아직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2003년 무렵, 한국에 음흉한 마수를 뻗어와 결국, 치밀한 ‘모략’과 ‘결탁’ 하에 당시 국가 소유이던 외환은행을 손에 넣었던 것이다.
그 후, 2012년에 다시 하나금융에 거액을 챙기며 넘기고 떠나갈 때까지 매 결산기마다 엄청난 배당금을 가져간 것을 합치면 무려 4조7천억원이라는 가히 천문학적 규모의 수익을 거두며 표표히 떠나간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이에 더해, 론스타는,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지, 도중에 HSBC에 매각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가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승인을 지체하여 HSBC가 계약을 파기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ISD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한 마디로 우리나라 주권(主權)을 통째로 업수이 보는 오만 • 방자함의 극치라고 해도 모자랄 일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대응 자세는 참으로 희한하고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정부는 이 론스타 ISD 소송 대응팀을 바로 그 ‘불법’ 매각 의혹을 받는 당시 관련자들을 주축으로 구성했던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정부는 무슨 꿍꿍이 속인지, 이미 변론이 종결됐다는 지금까지도 국민들에게 단 차례도 진행 경과를 보고한 적도 없다. 一金 5,000,000,000,000원也라. 대한민국 인구를 5천만으로 치면, 지금 갓 태어나 강보(襁褓)에 싸인 젖먹이로부터 이제 일생을 마감하려는 노인 인구까지, 빠짐없이 1인 당 10만원씩은 물어내야 하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저간의 돌아가는 기막힌 사정을 보아하니, 지금 정부가 서둘러 나서지 않으면, 국민들이라도 힘을 모아 가려진 ‘흑막(黑幕)’을 걷어내고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야 할 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천문학적 규모의 거금을 그것도 먹튀의 대명사인 론스타에, 국민들 혈세로 속절없이 물어주어야 할 지도 모르는 절박한 시점에 당도한 것이다. 이 참에, 다시 한번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 의혹의 전말(顚末)을 되새겨보고, 이에 대한 대응 방향을 고심해 본다.
■ 다시 한번, “당시 외환은행은 팔아 넘길 대상이었는가?”
때는 2003년 초로 거슬러 올라가 만 15년 전의 일이다. 당시 우리 은행들은 나라 경제가 통째로 흔들렸던 ‘IMF 위기’ 충격에서 막 벗어나 이제 겨우 회생의 기미를 찾아가던 시기였다. 그 중에도, 외환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앞서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당국의 ‘경영개선권고’도 해제되어 전 구성원들이 자진해서 더욱 큰 인내와 고통을 감수하며 자발적인 구조 조정에 합심 매진하던 무렵이었다.
당시 외환은행 경영 상황을 좀 상세히 살펴보면, 금융감독원이 그 해 7월 실시한 종합검사에서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은행 경영 관련 거의 모든 핵심 부문에서, 당시 상황에서는 준수한 수준인 “보통” 평가를 받았고, 은행 여신의 부실 정도를 나타내는 ‘고정(固定)이하 여신 비율’도 시중은행 평균 3.3%를 훨씬 밑도는 3.0%로 낮았다. 즉, 당시 외환은행 경영지표 어디를 보아도 당장 자본 확충이 필요할 만큼 부실하다는 징후를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정부 당국이 그토록 전가의 보도로 삼아오고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BIS 비율”)도 타 은행에 비해 월등히 개선된 9.6%를 기록하여 BIS가 제시한 기준비율 8%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해 연말 기준으로 추산한 BIS 비율도 중립적 시나리오에서 9.3% ~ 11.7%로 예상됐었다.
이렇게, 그 당시 경영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기만 해도, 국가 재산이던 외환은행을 일개 사적 투자 조합 형태의 헤지 펀드에 불과한 ‘론스타’에 기필코 팔아 넘길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외환은행을 돌연 론스타에 팔아 넘긴 배후에는 여태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는 무슨 엄청난 흑막이 숨어 있다는 원천적인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당시 외환은행 매각을 발표하는 정부 관리들은 구차하게 선진 금융기법을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능청스러운 변명을 했을까?
원래 ‘헤지 펀드’란 몇 사람의 개인 및 기관들이 사적(私的)으로 (감독기관의 규제 밖에서) 결성하여 활동하는 투자 조합이라서 경영 행태가 지극히 불투명하고, 대개의 경우, 거대 은행 조직을 제대로 경영할 능력도, 인력도 태무하다. 자연히 ‘헤지 펀드’의 투자 결정 및 자금 운영 과정은 장막에 가리워져 있고, 내밀한 업무 관행이 태생적으로 체화(體化)되어 있는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속성을 가진 부류의 집단이다 보니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계획에, 이미 자신들이 인수하면 곧바로 국민은행에 되팔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는 것도 오히려 당연하다 할 것이다. 여기다 대고, 우리 정부는 장래의 금융 산업에 대해 무슨 비전을 가지고, 이런 일개 사적 집단을 상대로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傳受) 받겠다는 등, 운위하는 등 치졸한 노름을 벌였는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 의혹의 핵심 “조선호텔 9인 회의”; 누가, 무엇을, 어떻게 결정했나?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서야 밝혀진 일이지만,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정부 부처 인사 등이 은밀하게 만나며 실무 협의를 해왔던 모종의 그룹 모임이 있었던 모양이다. 소위 ‘조선호텔 9인 회의’ 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관련 부처 관료들, 전문 조언자들, 그리고 일부 외환은행 인사들이 참여했다고 알려진다.
이 ‘조선호텔 9인 회의’와 관련하여 아직도 최대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이 모임이 입수하여 매각 결정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는 의문의 5 장 짜리의 ‘외환은행 BIS 비율 추정’ 팩스 문건이다. 이 문건은 외환은행의 경영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과장하여 BIS 비율을 추정해서 외환은행을 ‘부실 징후가 있는’ 은행으로 둔갑시켜 매각 결정의 결정적 근거로 활용됐다고 뒤늦게 밝혀졌다.
누군가 고의로 최악의 시나리오로 과장해서 작성한 이 ‘BIS 비율 문건’은 팩스로 전달됐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까지도 누가 작성했는지, 어디서 보내왔는지, 어떻게 산출했는지 등,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기관 간 공문 수발에 필수적이며 최소한의 정당성과 효력을 부여하는 문서번호조차 아예 없었다고 알려진다.
치자면, 참으로 담대한 일단의 국장급 공무원들이 문건의 진위 확인이나 상세한 산출 근거도 없이 팩스로 보내온 몇 장의 怪 문건에 근거하여, 수 조원 대 국가 재산을 알량한 헤지 펀드에 덜컥 팔아 넘겼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 자신들도 참으로 어려운 일을 감행했다는 생각에 속으로는 많은 땀을 흘렸을 법한 일이다.
또 하나의 의혹은, 당시 실무 주역이던 김 모 국장이 했다는 ‘도장 값’ 발언의 묘한 암시다. 그는 그렇게도 떳떳한 일을 하면서 왜, 도장 값은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괴이한 발언을 했을까? 혹시, 자신들이 무슨 범상한 음모라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암시한 것은 아니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정부 측에서 매각 실무를 주도했던 인사들, 외부에서 전문적 조력을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진 기관들, 그리고 외환은행 내부에서 이들과 내통하며 협력했던 인사들, 특히, 은행 매각을 승인하는 내부 의사결정을 했던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 멤버들은 아직 대부분 건재해 있다. 그러하니, 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언제라도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가 있다.
■ 왜, “헐값” 매각 시비로 “불법” 매각의 본질을 흐려야만 했나?
우리나라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나, 산업 자본이 금융[은행] 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엄격한 차단(遮斷)벽을 마련하고 있다. 소위 ‘은산(銀産) 분리’ 원칙이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은행법에는 은행을 소유하려는 자가 ‘비금융(非金融)’ 부문 자산이 자본 합계의 25%를 초과하거나, 동 자산이 2조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산업 자본’[비금융 주력자]으로 간주되어 원칙적으로 은행 지분을 10%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고, 의결권도 4%로 제한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당시 론스타의 보유 자산 현황은 어떠했을까?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당시에 이미 한국에 극동건설 등 다수의 기업들을 소유한 외에 일본에 수 많은 골프장을 소유하고, 음숙업(飮宿業) 등을 영위하는 사업체 PGM Holdings를 소유한 ‘산업 자본’ 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마디로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당시에 이미 우리나라 은행법 상 은행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할 자격이 아예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사실이 사후에 백일하에 드러났던 것이다.
당시 도하 언론 보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마자, 각계 각층 인사들이 들고 일어나 론스타의 정체를 밝혀 외환은행 인수 자격 여부 및 적법성을 따져야 한다고 거세게 주장했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환은행 매각을 밀어 부쳤고, 이후 논쟁은 교묘하게도, 엉뚱한 매각 가격의 타당성 시비로 옮겨져 ‘헐값’ 시비로 변질되고 말았다.
더욱 기가 찰 일은, 이런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우리나라 금융 감독 당국은 법령 상 정기적으로 대주주의 적격성을 판정하게 되어 있는 의무를 저버리고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판정을 계속 해태(懈怠)해 오다가 시민단체 등이 항의 • 고발을 거듭하자, 마지 못해 시늉만 내다가 흐지부지해 버린 경위도 있다. 이것 또한 당시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에 대해 지극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론스타 게이트’의 원천적인 의혹의 핵심이고 앞으로 더욱 철저히 밝혀내서 처단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연유로 당시 관련자들은 그토록 온갖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 후 벌어진 수사, 감사에서도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않?)하고 지금까지 흘러온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 검찰도 감사원도 할 말을 다 못한 채 세월에 묻혀가는 진상
‘론스타 게이트’ 진상을 알아보려고 조금이라도 시도했던 사람들은 이를 두고 단군 이래 최대 • 최악의 ‘적폐(積弊)’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멀쩡한 국가 소유 은행을 일개 헤지 펀드에 덜컥 팔아 넘겼다는 게 수상한 일이기도 하고, 그 거래 금액도 가히 천문학적 규모라서 그러하다. 이런 미증유의 황당 그 자체인 ‘불법’ 매각 의혹인 ‘론스타 게이트’는 그 간 두 차례 정부 사정 기관의 수사 및 감사를 받았다.
2006년 1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국회 재경위, 시민 단체, 국세청 등의 고발에 따라 진행한 ‘외환은행 매각 비리’ 수사의 중간 수사 결과를 공개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 보고서에서, BIS 비율의 임의 조작, 매각 과정의 불법 행위,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없음 등을 분명한 사실로 적시하고 있다. 론스타 게이트의 진실은 이미 대부분이 파악되어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어서, 2007년 3월 감사원은 ‘론스타 게이트’ 의혹에 대한 오랜 감사를 펼친 뒤에 “한국외환은행 매각 추진 실태” 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에서도 검찰의 수사 결과와 대동소이 하게 ‘불법’ 매각 의혹을 적시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매각 과정에는 정부의 금융 감독당국, 외환은행의 당시 최고경영층 등, 각종 전문기관 및 관련 인사들이 개입 내지 공조한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한편, 대검 수사에서는 심지어 론스타가 ‘인수 자격을 승인해 달라고’ 정부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펼쳤던 정황을 찾아내고도 이에 대해 아무런 법의 심판은 내려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유야무야 흘러오고 있는 것이다. 로비를 직접 지시한 ‘Steven Lee’ (한국명 이정환)가 해외로 도피한 때문에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로비 대상으로 떠오른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를 계속한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소식을 들어본 적은 없다.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은 몇 해가 더 흐른 뒤에 일어났다. 론스타 게이트가 일어난 지 10 수년이 지난 작년 8월, 우리 검찰이 ‘론스타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했던 바로 그 ‘스티븐 리’가 이탈리아에서 체포됐다고 보도됐으나, 우리 정부는 그로부터 2 주일이나 지난 뒤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고 알려졌다.
그 때 그 ‘스티븐 리’는 이미 수일 전에 풀려나 자취를 감춘 뒤였고, 그 뒤로 우리 정부가 여태까지 무슨 조치를 취했다는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혹시, 조그만 불법 행위를 저지른 범죄 혐의인이 해외로 도피해도 득달같이 국제 사법 공조를 요구하느니,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느니, 야단 법석인 정부가 이 무슨 해괴 망측한 일인가? 이러니 “이게 나라냐?” 하는 자조가 나올 만도 한 게 아닌가?
■ “실무급에서 국가 은행을 팔아 넘겼는 데 그 이상 책임은 없다?”
가장 의혹의 시선이 가는 점은, 이들 최고 사정기관들이 엄정한 수사 및 감사를 통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각종 조작, 불법 ∙ 부당한 업무 처리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외환은행 매각을 마치 한 줌의 국장급 중간 관료들이 외환은행 경영진과 공모하여 주도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 이상의 책임이 있는 라인의 고위 인사들은 이들의 사주와 거짓 보고에 근거하여 승인한 소극적인 책임 밖에 없는 것인 양 둔갑되어 있음을 엄중하게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앞서 간략히 소개한 바와 같이, 당시 외환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경영정상화를 모범적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경영 실적도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던 터였다. 당시 은행 내외의 거의 모든 추산 결과에서 문제의 BIS 비율 전망치는 기준치 8.0%를 훨씬 상회하는 9%대로 나오고 있었고, 가장 양호한 시나리오 상으로는 무려 11.14%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누군가의 주도로 돌연 부실자산 가치를 과장 계상하는 방법으로 ‘6.16%라는 의문의 비율’을 산정하여 정부의 매각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론스타 측 ‘스티븐 리’의 요청으로, 당시 외환은행장 이강원은 외환은행 매각에 극력 반대하던 외국인 경영 파트너였던 독일 코메르츠(Commerz)은행에 동 BIS 비율이 비관적인 경우에는 무려 2.88%로 떨어질 것이라고 속여서 외환은행이 ‘절망적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여주며, 지분 매각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다. 결국, 정부 당국의 예외 승인의 빌미를 마련했고, 더욱 가관인 것은 가격도 고의로 낮게 만들었던 것이다.
세상에 어느 제정신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사람이, 자기가 팔려고 내놓고 흥정하는 물건의 가치를 애써 낮게 조작하여 상대방이 마구 값을 깎아 내리도록 도와준다는 말인가? 똑똑하기로 소문난 재경부 관료들이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도 없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를 수 있었다는 말인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대검 중수부 수사 보고서에도 “변양호(당시 금융정책국장)와 이강원(당시 외환은행장)은 공모하여 매각 대상이 아니었던 외환은행의 부실여신을 고의로 과장하여 은행의 자산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론스타에게 불법적으로 인수 자격을 부여하도록 하는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것” 이라고 명시하면서도, 외환은행 불법 매각 책임의 한계가 이들 선에서 그친다는 것으로 암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외환은행 매각은 당시 우리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기본 구조조정 방향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는 IMF 직후와 달리 긴급히 외화를 조달해야 할 상황도 아니었고, 오히려 국내 우량은행 간 합병을 통해 은행 대형화를 유도하여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우리 정부는 2002년부터는 경제도 어느 정도 회복되어 금융 여건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판단 하에 공적자금 투입 은행들을 우선적으로 매각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던 때였다.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외환은행은 국민은행과 함께 전략적 투자자가 있을 경우에만 지분 매각을 검토할 대상으로 정해 놓고 있었다.
■ “모든 사안은 론스타 인수의 예외 승인으로 통하듯이 진행”
결국, 앞서 소개한 대검 중수부의 중간 수사 보고서나, 감사원의 관련 감사보고서 내용을 훑어 보면, 당시에 일련의 진행 과정을 꿰뚫는 아주 기묘한 시나리오를 감지할 수가 있다. 즉, 모든 사안들이 오직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것을 예외 승인” 한다는 틀에 짜맞춰서 진행한 듯한 감이 짙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첫째; 론스타 스스로 은행을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이번 ISD 소송 변론에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론스타는 관계 인사들에 로비를 시도했다는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금까지 수사에서는 주역으로 지목된 ‘스티븐 리’가 외국으로 도주했다는 이유로 더 이상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고 실토한다.
둘째;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부실을 과장해서 억지로 낮게 산출한 것은, 재경부의 한 국장급 공무원이 정부가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해서 인수 자격 (결격)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이에 필요한 근거 자료로 BIS 비율을 외환은행에서 책임지고 제공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부실자산 규모를 부풀려 2003년 말 기준 BIS 비율이 6.16%가 될 것이라는 허위 산출 결과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산출 비율은 외환은행의 모든 부실자산이 한꺼번에 실현될 것이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은행 경영에 대한 상식이 조금만 있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허황된 가정이다. 참고로, 론스타와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인 2003년 초에 은행 내부 경영 자료로 만들었던 은행 경영 현황과 전망을 비교하여 객관적으로 산출한 전망치는 9.53% 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셋째;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외환은행은 은행법 시행령 제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매각의 예외 승인 대상이 아닌 데도, 외환은행의 부실 정도를 심각하게 과장 왜곡하여 작성된 BIS 비율 전망치 6.16% 등을 근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 취득을 예외 승인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은행 검사1국은 2003년 6월 외환은행 현장 점검 후 2003년 말 BIS 비율을 최악의 경우 9.14%로 전망했었다.
이상의 모든 경과를 종합해 보면,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수의(隨意) 계약으로 매각한 것은, 외환은행 경영책임자들은 물론이고, 일부 재경부 관료들, 회계 법인, 법무 자문 기관 등, 거의 모든 관련 기관의 책임자들이 모의하여 당초에 인수할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매각을 할 수도 없는 외환은행을 불법한 방법으로 넘기기로 작당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 “불법 매각” 진상 규명 및 단죄가 ISD에 대응하는 올바른 길
그렇다면, 이토록 용감 무쌍하고 담대한 일단의 중간 급 정부 관료 등이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거스르면서까지 국가 은행을 불법 매각하는 행위를 버젓이 자행하는 것을 보면서도, 국가 재산을 관리 감독하고, 검토하고 승인해야 할 그 이상의 상위 인사들은 ‘무엇을 고려하여’ 장기간 지속된 이들의 왜곡, 조작 등 행위를 방관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게다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사정을 애써 외면했던(?) 아니면, 공모했던(?) 이들 상위 인사들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지나왔는지 그저 괴이(怪異)할 뿐이다.
앞서 소개한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을 보면, 정부 관련자들을 주축으로 해서 구성된 정부 론스타 ISD 소송 대응팀은 변론 과정에서 론스타의 은행 인수 적격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마치 무슨 소송 전략인 듯한 변명을 하는 모양인데, 이는 정말로 자기 방어를 위한 가당(可當)치도 않은 얕은 꾀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어찌 보면, 당초에 외환은행 불법 매각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을 내세워 대책반이라고 꾸려 놓았으니 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상정할 수도 있을 것이니 재론이 불요하다.
당초부터 이와 관련하여 수 많은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 오고 있는 이 사회의 양심 세력들, 관심을 가진 선량한 학자들을 포함한 수 많은 인사들은 론스타 ISD 소송 과정에서 전적으로 배제 당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 사안에 완전히 자유로운 현 정부 책임자들은 이들 정의로운 세력들의 충실한 고견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면 이 엄청난 ‘적폐’ 사건의 진상에 신속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에 설명한 바와 같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순수함의 상징이라는 ‘론스타’가 인수 자격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거대한 음모와 책략으로 외환은행을 손에 넣었었는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대충 짐작하고 있다. 직접 수사 혹은 수사에 임하며 수고했던 인사들은 진실에 더욱 가까운 내막을 지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당시 사회적 공분을 배경으로 각고의 노력으로 진실 파악에 임했던 수 많은 인사들도 아직 대부분 기억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증언을 듣고, 당면한 론스타 ISD에 가장 효율적인 방도로 대응하는 것은 이 정권이 짊어진 막중한 책무라는 것은 명백한 당위(當爲)이다.
■ 『론스타 게이트』 처단 없이는 ‘적폐 청산’도 ‘금융 개혁’도 공염불
이제, ‘론스타 게이트’는 단순히 ‘금융 산업’에 국한된 것이기보다는 정부의 금융 행정, 감독 제도, 정치계, 조야 법조계 등 우리 사회 거의 전반에 걸쳐, 누대의 정권에 맥이 닿아 있는 지극히 전형적인 거대 ‘적폐(積弊)’ 일뿐이다. 이에 연유하여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소송에서 변론은 대체로 종결됐고, 이제, 일반 소송에서 최종 판결에 해당하는 최종 중재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은, 이런 위중한 상황에 처해서도 가장 유효한 방도로 대응하는 데에도 비상하고 결연한 의지가 없이는 다른 방도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어느 부처, 어느 누구 한 사람 나서서 이 거대한 과제에 부딪쳐서 처결해 보려는 결의가 도무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전 세계 현대 민주 국가의 역사 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민 촛불 혁명 정신을 바탕으로 국가 재건의 엄숙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정권이다. 당연히, 과거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적폐(積弊)’ 청산을 국정의 ‘제일의(第一義)’로 내걸고 있는 현 정권이야 말로, 공정하고 단호한 자세로, 오랜 세월을 두고 장막 뒤에 가려진 채로 흘러오고 있는 ‘론스타 게이트’의 배후를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공명정대한 명분과 비장한 사명감을 가지고 준엄한 쾌도난마의 자세로 관련 세력들을 처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선, 당장에 상상도 못한 엄청난 국민 혈세를 약탈적 투자 집단인 론스타에 의해 허망하게 빼앗기는 참상을 막을 수가 있다. 그리고, 단군 이래 최대 의혹 사건이라는 ‘론스타 게이트’의 어두운 흑막을 과감히 걷어내서 또 다시 이 땅에 썩어빠진 추악한 무리들의 준동을 근절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탄생한 정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과업인 것이다.
그것이 현 정권이 내걸고 있는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는 첩경이고, 그렇지 않으면 ‘적폐 청산’도, ‘금융 개혁’도 한 갖 허황된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는, 일반 국민들도 자신들의 막대한 혈세를 지킨다는 자경심을 북돋우고 결연한 기세로 불같이 일어나 ‘국민청원’ 이라도 벌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근자에 듣자 하니 우리와 기연을 가진 또 하나의 헤지 펀드 엘리엇이 삼성 합병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의 잘못된 처사로 손실을 봤다며 8천수백억원대의 ISD를 제소했다고 한다. 이럴 때 마다, 나라의 체면을 조금이라도 자각하는 민족이라면, 이렇게 무심하게 행동을 하는 군상들이 이 지구 상에 어디에 또 있을까, 하는 한탄이 앞설 뿐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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