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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2월06일 17시10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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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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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 작심하고 영화관을 찾았다. 첫 개봉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관람하기 위해서이다. 97년 대통령 선거와 더불어 폭발한 당시의 IMF 상황을 어떻게 그렸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이른 아침이라 극장가에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먼저 영화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국가부도의 날’의 영화 팜플렛을 한 장 꺼내 들었다. 절망의 역사적 순간을 그린 영화여서인지 짙은 회색과 검은색을 배경으로 한 영화배우들의 심각한 표정이 매우 우울해 보였다. 영화 전단지 상단에는 ‘1997년 모두의 운명을 바꾼 그 날’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었다. 한국은행 정문 앞 계단에서 촬영한 사진 한 장은 ‘아무도 예고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를 그려내려는 영화배우들의 침울하게 굳은 표정이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은행통화정책팀장역을 맡은 김혜수, 회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가장과 중소기업 사장으로 나온 허준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위기에 투자를 하겠다며 다니던 투자회사를 그만 둔 금융맨 유아인, IMF가 닥친 이 순간을 이용해서 나라를 한 방에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 재정국 차관역의 조우진....한결같이 이들의 연기는 당시의 상황을 극적으로 그려내려 최선을 다한 모습들이었다. 

 

필자가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 기다리게 된 배경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IMF상황이라는 국가부도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이런 전대미문의 국가적 재난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심초사 긴장하고 가슴 졸이며 이 위기의 시간들을 보냈던 한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당시의 상황을 얼마나 절박하고도 극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지를 보고 싶었다. 필자는 IMF 직후 정권 교체된 청와대 초대 국정상황실장이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은 미국의 백악관 상황실을 벤치마킹해서 필자가 최초로 만든 청와대 비서실 기구이다. 필자가 국정상황실을 만든 목적은 전적으로 IMF라는 ‘국가부도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다. 미국의 백악관 상황실은 케네디 대통령 당시, 61년 쿠바 미사일 위기사태를 겪으면서 맥조디 번디 비서실장의 제안으로 창설됐다. 이때 백악관 상황실의 창설 목적은 미국의 안보와 안전을 위협하는 국내외적인 모든 재난과 재앙을 통제 분석하고, 감시 감독하여 미국의 대내외적인 위협을 완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일종의 대통령 직속하의 성공적 위기관리극복을 위한 전략본부인 셈이다. 당시 청와대와 모든 내각은 분초를 다투는 활동을 펼친 끝에 마침내 2년 만에 IMF라는 ‘국가 부도의 사태’를 극복해 낼 수 있었다. 

 

이 영화가 97년 IMF,‘국가부도의 날’을 맞이한 당시의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배경으로 한 점은 매우 좋은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들면서 ‘국가부도의 날’을 맞았던 당시의 관련 인사들과 국가부도사태를 극복하는데 매진했던 인물들의 현실 상황 이야기를 좀 더 반영했더라면 훨씬 사실에 가까운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둘째, 이 영화를 기다렸던 또 다른 이유는 과연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은 앞으로 ‘국가 부도의 날’을 맞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정되어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경제정책의 평가는 당시 ‘국가부도의 날’을 맞고 있을 때, 그때의 시장이 경고했던 부분과 흡사한 부분이 매우 많아 보인다. 시장경기로부터 들려오는 밑바닥소리는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경고음이었고,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 또한 실물경제의 지표를 내밀면서 경제경보를 울렸으나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실내에서 골프연습을 하며 무사태평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태국 바트화의 폭락으로 동남아시아발 금융 쓰나미가 몰려오고, 이에 따른 경제위기의 신호음이 미국 월가로부터 들려오면서 우리 시장에 투자한 해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이어서 주가가 하락하면서 환율까지 출렁이는 국가부도의 전조를 보고서도 결코 ‘국가 부도의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며 믿고 있었던 무능하고 무지한 관료들이 지금은 없을까? 

지금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통해 서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겠다고 시작한 문재인 정부는 일명 ‘소주정책’의 결과가 서민들을 살찌게 하는 정책인지 아니면 부자들의 소득만을 더 높여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차이를 더 키우는 정책인지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만일 문 정권의 ‘소주정책’의 결과가 우리 경제를 악화시켜 또 하나의 ‘국가 부도의 날’을 예약하는 정책이라면 이는 모두의 불행을 예비한 비극의 경제정책이다. 그래서 지금 즉각 폐지해야 한다. 

 

오늘 상영된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가 현 정권에 주고 있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정권담지자들의 잘못된 정책 하나가 얼마나 많은 국민과 국가를 재난의 쑥대밭으로 내몰고, 고통의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비극의 통찰’이다.  

    

한국 정부는 1996년에 OECD 에 가입하면서 148개 자유화 규약 항목 가운데서 97개 항목의 자유화를 수락했다. 당시 문민정부는 93년 4월에 기업의 외화증권발행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했고, 이로 인해서 정부는 더 이상 해외 차입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해외에서 시설재를 도입할 때, 소요자금의 90%까지 외화차입을 허용했다. 그로인해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부터 자금을 빌려서 시설투자를 했다. 게다가 30대 대기업의 경우 2-3개의 주력업종은 여신한도관리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는 ‘업종전문화정책’을 실시함으로써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싼 이자로 돈을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도 신고제로 바꿔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해 20% 미만이었던 외국인주식보유비율이 40%가 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문민정부는 96-97년 사이에 24개의 종합금융사를 인가해 주었다. 당시에 종금사들은 단자사와 달리 해외 차입이 허락되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다. 그리고 그들은 해외로부터 이자가 싼 단기로 빌려서 국내 기업들에게 빌려줄 때는 고리의 장기로 빌려 주어 큰 이윤을 남겼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우리 경제의 능력 이상으로 원화가 절상되어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발생했고, 96년에는 무려 23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김승욱, 금융시장개방과 외환위기) 이러한 상황인데도 당시 한국의 경제 사령탑에서는 한국의 거시지표가 튼튼하므로 외환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연쇄도산에도 안이하게 대처했다. 정부는 이미 내부로부터 ‘국가부도의 날’이 도래했음에도 이를 숨기는데 급급했다. 나라 경제가 부도나는 것보다도 자신들의 입지와 자리를 걱정했고, 국민의 위기보다도 정권의 위기를  먼저 걱정하는데 몰입했다. 

 

결국 국민들에게 거짓말만 하는 위정자들, 무능하고 무지한 정치인들 때문에 마침내 한국은 “국가 부도의 날”를 맞고 말았다. 이로써 모든 경제 주권이 IMF로 넘어가는 국치일(國恥日)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기업이 부도가 나고 도산하고 무려 13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속출하고 전년에 비해 자살률은 40%나 증가하는 고통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영화의 대사에서도 이 비극적인 수치를 놓치지 않았다.

 

21년이 지난 오늘 ‘국가 부도의 날’이라는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준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수출경제로 성장한 한국경제는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라는 점이다. 

둘째, 위정자들의 안이한 시장읽기와 오도된 경제현장읽기는 잘못된 경제정책의 시작이자 그들의 무능과 무지가 곧 ‘국가부도의 날’의 예비 초청장이라는 점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형성된 한국경제구조에 대한 끊임없는 개혁 없이는 결코 경쟁력 있는 경제발전을 유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1997년 ‘국가부도의 날’을 맞게 된 원인은 과도한 외환유출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단기적인 경제 정책의 실패라는 거시운용의 문제점 때문에 발생했으나, 이것이 금융위기와 경제전반적인 총체적 위기로 발전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개혁 없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 외환위기의 원인이 외국자본의 갑작스러운 철수와 단기성 부채 상환 요구 등의 외부적 상황요인으로 빚어진 측면이 크다고 한다면, 지금은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똑 같은 위기상황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유사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없을까? 국가와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이 ‘국가부도의 날’을 초래했다면 앞으로 이런 경제적폐는 더 이상 발생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더 큰 것일까?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나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 영화는 그 누구보다도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뛰어가서 봐야 할 영화로 생각되었다. 왜? 잘못된 경제정책이 얼마나 국가와 국민에게 큰 재앙인가를 직접 목격해 보라는 말을 건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지금 현 정권에서 집행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폐지하지 않는 한, 이 잘못된 정책은 분명 또 한 번의 ‘국가부도의 날’을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의 대사 한 마디는 오늘의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는 화두로 우리국민 모두의 가슴에 새겨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또 한 번의 “국가부도의 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반복 된다.” 문 대통령에게 북한 핵 폭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경제폭탄이라는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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