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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양평고속도로 계획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와 정책개선의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7월25일 17시10분

작성자

  • 임강원
  • 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전 대한교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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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노선결정 과정에서 야당이 크게 반발함으로써 여야간 첨예한 정치쟁점이 되고 있다. 야당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이미 결정한 노선(양서면 종점, 호칭상 1안 노선)이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 해서 변경해 다른 노선(강상면 종점, 호칭상 2안 노선)으로 갑자기 바뀐 데 대해 정치적 배후를 의심해 정쟁화한 것이 발단이다. 수도권 광역교통망 체계를 위한 고속도로 노선 결정이 노선 대안 간 효율성 측면이 아니고 부차적인 변경 절차나 정치적 측면에서 여 야간 정치공방으로 쟁점화 대립되고 있는 것이다.

 

양평고속도로는 수도권 교통이 서울시를 중심으로 크게 방사 환상형을 구성하는데, 환상형으로 서울 외곽의 제 1순환고속도로에 더하여 수도권 제 2순환고속도로망을 형성하고, 이들과 서울의 동쪽 방향 교통을 방사선으로 연결하는 고속도로이다. 그리고 전 정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윤석열 정권이 사업추진을 위해 본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로 이전의 노선이 잘 못 되었음을 알고 강상면 종점의 새 노선으로 바꿈과 아울러 양평군 강하면에 나들목을 설치하는 것으로 변경한 노선 계획안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사업의 진행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속도로의 건설과 같은 대형 투자사업은 사업계획의 수립과 정부의 예산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비 타당성조사(예타조사)는 어떤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사업이 정부예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첫 관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형투자사업은 기본 구상에서부터 시작하여 기본계획 수립, 사업계획, 세부계획 등의 단계적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정부는 대형 투자사업을 추진할 때 법정으로 사전 타당성조사, 예타조사, 그리고 본 타당성조사(본타조사)의 3 단계로 나누어 진행하여 계획안을 확정한다.

 

계획안이 결정되는 전체적 과정에서 보면 예타조사는 한 부분에 불과하지만 그 결과는 정부예산의 반영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다른 두 과정보다 훨씬 더 중시되는 게 현실이다. 예산당국은 정부의 다른 많은 부처가 요구하는 수많은 투자사업 중에서, 무리한 사업추진을 방지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상이 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정책적,경제적,타당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예타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예산을 배정하는 데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국가의 미래와 사업계획의 완전성을 위해서는 선택된 사업계획안이, 소요예산의 규모와 목적에 비추어 과연 최고 최선의 계획안(최적안) 이냐의 문제가, 예산을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대형투자사업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절차는 예타조사 이외에 사전 타당성조사와 본타조사가 2단계나 더 있다. 정부가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치도록 세심한 것은 사업예산의 확보 문제에 더하여 최적안을 작성하는 문제가 그만큼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업안이 정부계획안으로 확정이다고 말할 있기 위해서는 이상 3가지 조사결과가 모두 다 일관되게 완결되었을 때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전까지는 어떤 안이나 대안도 확정 계획안이라고 부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계획과정의 이론상 심대한 사유가 중간에 나타난다면 뒷 단계의 조사연구 과정에서는 그 전 단계의 조사연구 결과를 충분한 논거를 대고 뒤집거나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양평고속도로의 노선문제에 관해 일반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의문은, 처음부터 원안 하나만 존재했는가, 아니면 두 가지 이상의 대안이 있었는가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최적안을 찾아서 고속도로노선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러 대안을 놓고 여러 측면에서 비교분석후 결정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타분석을 관장한 KDI/한맥의 설명에 의하면 그들은 한 대안(원안)에 대해서만 예타조사를 했고 개선안과 같은 타 대안을 비교 분석하는 것은 계획의 분야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업무 소관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여러 대안을 두고 최적안을 찾는 계획분석의 과정은 그 전 단계인 사전 타당성조사 단계밖에 없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관장하는 국토부는 추진하는 모든 대형사업에 대해 사전타당성 조사를 의무적으로 다 시행하지는 않는다. 양평고속의 경우에 아직까지 원안과 다른 대안의 존재에 관해 아무 언급이 없는 걸 보면 사전 타당성조사 작업을 분명히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설혹 사전 타당성조사 작업을 수행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부 참고용이고, 국민을 향해 공식적으로 그리고 최초로 드러난 양평고속도로 노선에 관한 정부안은 예타조사 보고서 안인 셈이다. 따라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예타조사의 결과가 계획안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최종계획안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예타조사의 현행제도는 사전 타당성조사 연구를 충실히 마친 사업이 아니면 예타조사에서 결정된 계획안이 과연 최고의 안인가, 아니면 그저 최저 기준에 근접한 합격 수준에 불과한 것인가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예타조사는 단일 안에 대해서만 타당성 분석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번의 양평고속도로 문제에서 드러난 사실은 국가가 대형시설을 (간단한예타조사를 활용하여)임의대로 건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인은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 할지라도 착수하기 전에 사업안의 완전성을 검증 재검증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부는 대형 국가사업에서 그러한 종합계획의 과정(노력) 없이 결정할 수도 있는 사례를 목격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예타조사는 공식적 계획과정의 첫 단계이다. 따라서 계획과정의 기본부터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양평의 경우는 그것을 생략한 체 원안(단일)에 국한하여 타당성 분석을 시행한 것이다. 교통계획의 핵심은 투자에 앞서 최적안을 찾아내어 계획하는 것이다. 최적안을 찾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좋은 대안을 발굴하여 그들 대안 간 비교분석을 통해 가장 우수한 대안을 찾는 것이고 유능한 계획가란 발굴한 대안 중에 반드시 최적안이 존재하게 만드는 통찰력이다. 양평의 사례는 이것이 생략된 현 예타조사의 제도적 결함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쩌면 양평고속도로 계획안은 처음부터 원안의 그림 하나만 그려서 예타조사에 내놓고 그 길로 계획을 몰고 간 것일 수도 있다. 

 

현재 양평고속도로의 노선에 관해 양 대안을 두고 여야 양 진영 간 정치공방이 격렬한데 그 배경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예타조사 제도의 이러한 허점에도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현 정권이 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본 타탕성조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에 따라 예타조사에서 원안으로 제시된 계획노선안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다른 노선으로 바꾼 것이다. 새로운 노선으로 변경한 개선안은 양평지역 주민이 강력히 요구하는가하면 나들목을 지나는 노선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원안 노선에서 나들목을 설치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우수한 방법이다. 건설공사비가 수 조원이나 소요되고 내구연한이 반 영구적인 국책사업을 착공이전에 그 계획안이 잘 못 된 것을 알았다면 그것을 즉각 백지화하고 최적안으로 변경하는 것이 의당 옳을 것이다. 

 

이러한 백지화 변경 과정에서 법체계 절차상의 하자가 설혹 있었다 손 치더라도, 그것은 시급한 변경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절차상의 마찰로 계획법 정신에서는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흔히 계획가의 자세를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직에 비유하는데 의사는 설혹 관행적 수칙을 어기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위험에서 구했다면 그런 행위를 불법으로 단죄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획가가 대형국책 사업을 되는 대로가 아니고 최선을 다해 최적안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은, 의사가 한 개인의 생명을 구하려고 최선을 다한 것 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 계획가가 막대한 국가사회자본이 효율성을 갖도록 지키는 사명은 어쩌면 한 개인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의 사명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여론이 많다. 

 

그렇지만 한편, 엄밀히 계획법 체계에서 보면 양평고속도로 계획안은 결코 변경된 적이 없고 주무장관이 가장 최근 발표한 (마지막)안이 바로 원안 계획안인 것이다. 현재는 새로운 양평도로를 건설하지 말고 현재의 도로상태 그대로 놔두자는(즉 백지화) 계획인데, 이것은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계획 결정 이상으로 아주 중요한 정상적 계획행위에 속한다. 그럼에도 1안 과 2안 간의 타당성이나 효율성을 검증하는 본질적 문제는 뒷전이고 부차 문제인 변경 절차상의 문제만을 시비하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전문가로서 개탄을 운위할 정도로 감정을 표출하는 이유는, ‘2안은 유력인사의 처갓 집에 대한 선물 노선이다’​ ‘백지화는 의도대로 못 먹게 되니까 아예 깨뜨려 버리려는 심보’ 등의 비난 구호가 우리나라 유력층의 일부가 정부 대형사업을 보는 시각을 그대로 웅변하기 때문이다.  

 

1안(일부 주장 원안)을 변경해 선택한 2안(일부 주장 계획안)이 과연 최적 안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타당성 연구로 금방 검증하면 알 수 있다. 현 정치권의 공방이 노선 변경으로 특정인이 지가 상승으로 이득을 본다면 이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 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영향지역 내 모든 토지에 대해서는 초과이익의 환수를 차제에 법제화하기 바란다. 앞으로 국토의 토지자원을 국가계획에서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위해서는 개발행위로 인해 영향받는 모든 토지에 대해 초과이익의 환수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주택에 대해서는 무리할 정도로 온갖 증세를 주장해 온 야당 측이 이러한 도로 건설에 따른 개발이익의 환수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본 주제와 관련하여 드러난 문제점에 관해 정책적 시사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나라는 국가가 수행하는 대형투자사업을 올바르게 선정하고, 올바른 사업계획안을 만들고 또 올바른 예산규모를 결정하는 데에 가장 효율적인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 과제이다. 그 목표의 달성 정도가 바로 선진국 행정의 척도이다. 우리나라도 행정을 선진화시켜 사회 발전이 가속되었고, 국가사업에 대한 예산관리의 효율성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예타조사 제도를 지금부터 4반세기 전인 1999년도에 도입하였다. 그리고 처음에는 제도 도입의 원래 목적에 맡게 대상 사업이 비록 사전 타당성조사 과정을 마쳤다 하더라도, 예타조사 단계에서 기본계획의 핵심을 검증 확인해 보는 목적에서, 다른 유력 대안과의 비교 분석을 다시 수행토록 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20년간 예타제도를 잘 운영해 온 기획재정부가 2019년 4월에, 예타조사 수행 총괄지침을 제정해 원안(단일)에 대해서만 작업하도록 연구범위를 축소해버린 것이다. 예산만을 다루는 기재부 입장에서는 예산 문제와는 별 관계가 없이 다른 대안들 때문에 추후 혹시 나타날 수 있는 계획 측면의 다른 문제와 얽혀서 기재부의 행정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목적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을 위한 예산 문제와 함께 그 사업계획안이 과연 최고 등급의 최적안이냐의 문제를 예산배정 이전에 다시 한번 검증해보는 이중장치가 없어진 것이다. 예타조사의 안이 만일 최적안이 아니었다면 그것을 모르고 예산 관문을 통과시킴으로서 잘못된 사업을 잘못 선정하여 국가예산을 낭비하는 위험이 더 커진 것이다. 복잡한 행정체계에서 이처럼 안전장치를 제거한 것은 분명히 행정의 후퇴이다.

 

그러한 부분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예타조사가 우리나라 국가재정 관리에 기여한 공로는 절대적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해서는 안될' 사업계획이나 '열등한' 사업대안 들이 무더기로 정부계획에 포함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예타조사를 통과할 수 없는 그런 류의 사업들이 이제는 예타조사를 면제받고 곧장 정부사업으로 직행해 예산을 배정 받는 통로가 넓어지고 있다. 예타조사를 면제받고 추진하는 사업의 수혜 대상이 사회 취약계층에 속해 경제적 편익/비용 측면에서는 그 사업의 타당성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성격이라면 모를까,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정치적 타협이나 선심성 공약으로 예타조사 면제 사업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는 최근의 동향은 큰 문제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방공항 개발 사업이다. 예타조사를  면제하고 무조건 추진하는 사업의 건수나 예산의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는 것은 다시 수 십년 전의 주먹구구 예산제도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특정의 사업을 예타조사를 면제함으로서, 만약 그런 조치가 없었다면 절대로 정부사업에 선정될 수 없는 사업이 정부사업으로 선택되는 정책 결정은, 다른데 더 유용하게 써야 할 국민세금을 갈취함으로서, 국가전체의 성장기반과 잠재력을 갉아먹는 행위이다. 앞으로 예타조사 면제를 정치권이 무원칙하게 선심성으로 남발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방공항 건설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국제선 수요는 일정한데 허브공항 수요의 일부를 분산시켜 지방공항으로 돌리면 지방도시간 경쟁력으로 총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일부 주장은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로는 허구이다.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과열되고 있는 문제의 예로 지방 국제선 공항의 예를 들었는데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부작용은 수 십년 또는 반 영구적으로 지속된다. 비록 예타조사 면제에 의해 건설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추후 관리비용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해당 지방정부의 책임을 전가 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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