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살아난다? 주목할 점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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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머리속에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단어로 각인된 일본경제가 근자에 되살아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 지표인 225종 기업의 ‘일경평균주가’가 7월 3일 3만 3,753엔을 기록하여 1989년 12월 29일의 3만 8,915엔 이후 가장 높았다. 33년 6개월만의 고주가 후 3만엔 대가 유지되고 있다.
미래 경제 전망 지표 성격이 강한 주가는 2012년 7월의 8,695엔 이래 11년째 추세적 증가세를 보인다. 배경에는 8년 가까운 자민당의 아베 정권과 뒤이은 스가, 기시다 정권의 정책 기조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와 기업의 신뢰, 그리고 미중 관계의 갈등 증폭으로 일본과 일본 기업의 역할 증대에 대한 미국 및 서방 측의 기대와 지원이 깔려 있다.
일본 주가, 2012년 이후 추세적 상승세
주가 상승은 가계의 금융자산잔고를 3월말 기준 2,043조엔의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려 가계의 소비여력을 키웠다. 다만 구성비는 현금·예금이 54.3%로 주식·투자신탁 14.7%의 3.7배(2022.3)나 되어 주가 상승이 금융자산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21년 기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을 포함한 가계순자산은 한 해 순가처분소득의 6.5배로 OECD 주요국 중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미국, 벨기에 다음의 6번째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4.3배로 17번째다.
주가 외 일본 경제의 호조세를 보여주는 거시적 지표로 8년만의 2% 대 물가상승률과 31년만의 3% 대 임금상승률이 있다.
2022년의 물가상승률 2.5%는 1991년 3.3%와 2014년 2.8% 이래의 고수준으로 디플레 기조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물가는 지난 35년 사이에 고작 21% 올랐다. 바람직한 수준으로 인식되는 100~150%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소비자물가는 1987년을100으로 놓으면 2022년에 121로 이탈리아, 미국, 영국의 250이상, 프랑스와 독일의 170~180, 캐나다의 220과 비교된다.
연 2~3%대 물가상승이 경제를 선순환 시켜
물가가 안오른게 왜 문제냐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신상품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지속적 성장 등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연 2~3%대 물가상승이 바람직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통화당국이 주요국이 보여주는 근간의 고금리 기조와 상반되게 통화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물가상승 즉 디플레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기록적인 엔저에 따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2~3%대 물가상승세 지속이 더 중하다고 보는 것이다.
임금은 2022년에 3.0% 늘어 1991년의 3.9%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후생노동성의 매월근로통계조사에 나타난 ‘서비스업 포함 30인 이상 사업장의 월간 현금급여총액’으로 본 것이다. 규모가 작은 5인 이상 사업장을 포함하면 2.0% 증가하여 1992년의 2.0% 이래로 높은 수준이다.
실질임금, 25년(1997~2022년) 사이 11~14% 감소
시계열로 본 임금은1998년부터 2020년까지 사이에11차례나 낮아져 2022년의 379,732엔은 하락 전인 1997년 421,384엔의 90.1%에 불과하다.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보면 하락 회수가 13회로 늘지만2022년의 267,461엔은 1997년 288,641엔의 92.7%로 높아진다. 2022년의 소비자물가가 1997년 대비 4.7% 올랐는데 임금이 7~10% 감소했으니 실질 임금은 25년 사이에11~14% 줄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연 3% 임금 증가가 근로자들에게 반갑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임금 증가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달라 임금 감소율이 작았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수준이 낮다. 피용자보수(임금)와 영업잉여(기업수익) 등으로 구성되는 부가가치 대비 피용자보수 비율인 ‘노동분배율’은 5인 미만에서 가장 높고 중소, 중견, 대 규모로 갈수록 낮다. 이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다른 사업장 보다 임금의 감소폭과 증가폭이 작다는 것을 시사한다.
노동분배율 높은 소규모 사업장, 임금 상승과 하락 폭 작아
2019년의 노동분배율은 자본금 기준 1천만엔 미만 소기업 82.3%, 1억엔 미만 중소기업 77.1%, 10억엔 미만 중견기업 67.8%, 10억엔 이상 대기업 54.9%이다(임금・인적자본 관련 자료집 5쪽, 내각관방 신자본주의 실현본부 사무국 2021.11). 전 사업장의 노동분배율은 추세적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지만 노사 협의에서 근로자측 요구가 반영되어 근자에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저성장의 일본 경제지만 경제 수준 자체가 뒷걸음친 것은 아니다. 임금 비교시 사용한 1997년과 2022년의 1인당 GDP를 보면 낮게 나마 성장해 왔다. 명목 기준으로 431.3만엔과 444.8만엔이고 물가 변동을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 378.8만엔과 436.2만엔이며 기간 중 각 3.1%와 15.2% 늘었다.
늘어난 부가가치, 임금보다 기업수익으로 더 많이 배분
주목할 점은 이같은 부가가치 증가분 중 좀더 많은 부분이 임금보다 기업수익 등으로 배분된 사실이다. <그림 1>에서 보듯 ‘1인당 구매력평가 GDP’는 1991년 후반의 자산 거품 붕괴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왔으며 최근 증가세가 가파르다. 우리나라의 1인당 ppp GDP는2018년 43,021달러로 일본의 42,762달러를 앞섰으며 그 배경에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수준이 있다.
<그림 1> 1인당 구매력평가(ppp) GDP(달러) 추이(1980-2023)
위에서 주가와 물가, 임금, ppp GDP 등의 지표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일본 경제가 지난 2년여 달라진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장기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지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은 확인했다. 거시경제 지표 중 고용, 금리, 환율, 경상수지, 생산성 등은 고려하지 못했다. 기록적인 엔저, 주요국 기조와 다른 초저금리 유지, 높은 정부 채무 비율과 사회보장비 부담 증대, 초고령국가의 특성과 한계 등 일본이 직면한 많은 문제도 다루지 못했다.
노동 개혁, 조직 혁신과 디지털화 등 선도기업 변신이 과제
일본 경제의 재생 논의를 거시경제 아닌 개인과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개인에서도 청장년과 노년 등 세대간의 상황이 다르고 기업에서는 중소, 대 기업과 산업에 따라 그 시점이 상이할 것이다. 크게 보아 경제가 호전되더라도 세부적으로 보면 양상과 파급효과는 제각각일 수 있다.
기득권 등 여건의 제약을 뚫고 개혁과 혁신을 통해 각 분야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해당국 경제의 선순환 해법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게 말같이 쉽지 않다. 일본의 경우 장기고용, 연공서열, 강한 노동시장 규제 등의 고용 관행을 바꾸는 노동시장 개혁, 조직의 혁신과 디지털화에 의한 생산성 제고 등 ‘선도기업’으로의 변신이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가 높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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