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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상자산시장과 ‘펌프앤덤프’ 현상에 대한 고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7월17일 16시49분
  • 최종수정 2023년07월17일 12시02분

작성자

  • 백연주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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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전 세계적으로 SNS를 이용한 가상자산시장의 시세조종 및 가격 급등락 (펌프앤덤프; Pump-and-Dump)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와 SEC는 이와 관련된 혐의자들을 기소한 바 있음. 우리나라 가상자산시장은 단독상장 종목의 비율이 높고, 한국 중심으로 거래되는 코인들의 비중도 높기에 시세조종의 타깃이 되기 쉬움. 분석 결과 김치코인들의 시간별 관측치의 최대 4.7%에 해당하는 거래가 ‘펌프앤덤프’의 경향성을 보였음. 이 같은 경향이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시세조종의 위험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

 

■ 2020년도부터 2022년까지 가상자산시장이 급성장한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SNS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시세조종 및 불공정거래 양상이 자주 관찰됨.

 

 - 가상자산시장에서 자주 관찰되는 시세조종의 양상은 가격이 급등한 후에 급락하는 패턴을 보이는 ‘펌프앤덤프(Pump & Dump)’ 방식으로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킨 후, 작전세력은 오른 가격에서 자산을 매도함으로써 가격이 급락하는 패턴임.

 - 체인애널리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상장된 후 10회 이상 거래된 신규 토큰 중 상장 후 첫 번째 주에 90% 이상 가격이 급락한 토큰이 약 24%로 신규 코인들 중심으로 ‘펌프앤덤프’ 패턴이 관찰됨.1)

 - 미국상품거래위원회(CFTC) 는 이러한 ‘펌프앤덤프’ 방식의 시세조종을 조심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2021년 3월 ‘펌프앤덤프’ 방식으로 Doge coin, Verge coin 등 여러 알트코인을 이용하여 시세조종행위를 한 투자자들을 뉴욕법원에 기소하였음. 

 - SEC도 2022년 10월 DIG라고 하는 가상자산을 ‘펌프앤덤프’시킨 혐의를 받고 있는 두 회사를 기소하였음. 

 

■ 여러 실증논문들은 ‘펌프앤덤프’가 여러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자주 관찰되는 현상으로 약 10분간 지속되는 경향성을 보이며, 유동성이 낮고 시가총액(market capitalization)이 작은 가상자산일수록 ‘펌프앤덤프’의 타깃이 되기 쉽다는 것을 밝힘. 

 

 - Dhawan and Putnins(2020)2)은 2개의 가상자산 거래소의 7개월간 데이터를 통해 355건의 ‘펌프앤덤프’ 사건을 식별하였고, 비정상적인 거래량 증가와 가격상승 및 급락이 있었음을 보여주며, 시가총액이 작은 코인들이 더 쉽게 타깃이 됨을 밝힘. 

 - Li, Shin and Wang(2019)3)은 SNS와 여러 거래소의 가상자산 시세 자료를 이용해 가상자산 시장의 ‘펌프앤덤프’가 약 10여분간 짧게 지속됨을 이상 거래량과 가격을 통해 식별하는 한편, 외부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주고, 가상자산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거래량을 축소시켜 시장의 건전성에 해가 될 수 있음을 밝힘. 

 

■ 우리나라 가상자산시장은 전체 종목 수 대비 단독상장 종목의 비율이 높고, 한국 중심으로 거래 되는 김치코인* 비중도 높은 한편, 글로벌 상위 10대 가상자산 외의 자산 거래비중이 41%에 달하고 있어 시세조종의 타깃이 되기 쉬운 특성을 지니고 있음. 

 

 - 금융위원회의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복상장을 제외한 전체 상장코인 수는 625개이고, 이중 389개(62.24%)가 하나의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상장 가상자산임. 

 - 단독상장된 코인의 경우 한국인이 발행하거나 국내 사업자에서 주로 거래되는 김치코인*이 223종으로 57%를 차지하고 있음. 

   * 김치코인이란 국내 업체가 발행하거나 국내에서 주로 거래되는 코인을 가리킴 

 - 코인별 투자비중을 살펴보면 글로벌 상위 10대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59%로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약 41%의 투자가 비 메이저 코인들에 집중됨. 

  *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시가총액(Market Capitalization)기준 상위 10대 코인에 대한 투자 비중은 84.9%로 우리나라의 상위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알 수 있음. 

 -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은 단독상장 코인의 비중이 높고, 거래되는 알트코인들의 시가총액도 작아 ‘펌프앤덤프’ 현상의 쉬운 타깃이 될 수 있음. 

  * 김치코인중 하나인 P코인은 2021년 10월 30일-11월 1일 사이에 가격이 폭등하였다가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는데(<그림 1>), 이 기간 중 코인 가치에 영향을 줄 새로운 정보나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다는 점에서 ‘‘펌프앤덤프’가 의심되는 사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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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mps and Kleinberg (2018)4)의 방식으로 2021년 10월의 김치 코인들의 시간별 OHLCV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상시세 패턴을 분석해 보면 총 16,560건의 시간별 가격, 거래량 중 최대 약 4.7 %에 해당하는 관찰치가 ‘펌프앤덤프’ 사례로 분류할 수 있음 

 

 - Kamps와 Klenberg(2018)은 가상자산시장의 가격과 거래량이 추세로부터 비정상적으로 이탈할 경우 ‘펌프앤덤프’로 식별하는 방식을 채택하였음. 

 - 가격과 거래량의 추세는 특정일 전까지의 종가와 거래량의 이동 평균으로 구하고, 이동평균*보다 일정수준 이상(ℯ)으로 가격과 거래량이 증가할 시 펌프 전략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 

 - 펌프전략의 측정기준값이라고 할 수 있는 ℯ의 값의 크기를 달리하여 살펴본 결과 약 60~ 80%에 해당하는 펌프 과정이 이후에 가격이 하락하는 덤프의 과정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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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코인의 91.3%에서 ‘펌프앤덤프’로 추정되는 양상이 관찰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펌프앤덤프’ 의 강도는 감소 추세를 보임. 

 

 - 가장 엄격한 기준(기준3)을 바탕으로 가격과 거래량의 이상점을 식별하게 되면 펌프 사건의 약 80.39%가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김치코인 23개 중 21개(91.3%)의 코인들이 유사한 가격 행보를 보여 시가총액이 작고 유동성이 작은 김치코인이 쉬운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함. 

 - 다만, <표 3>에서 알 수 있듯이 P코인의 거래 내역 중 ‘펌프앤덤프’로 분류되는 비중이 감소 추세를 보임에 따라 전반적인 ‘펌프앤덤프’의 강도는 잦아드는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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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가상자산시장은 SNS를 이용하여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심리를 조작하기 용이한데다, 입법 미비로 인해 불공정거래를 규율하기 어려우며, 거래소의 상장 심사 절차가 불투명하고 투자자와 프로젝트 업체 간의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여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취약함. 

 

 - 가상자산의 본원적 가치(fundamental value)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가상자산투자자들이 코인 리딩방 등 SNS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이용한 작전세력의 시세조종이 쉽게 일어날 수 있음. 

 - 시세조종 및 자전거래 등의 불공정거래를 기소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데, 가상자산을 투자계약증권 등의 금융투자상품으로 적용한 선례가 없어 기소하기 어렵고, 형법상 사기죄의 성립도 어려움.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 상장 심사 절차가 불투명하고 부실한 가상자산을 상장시키는 경우가 빈번함. 

 - 거래소 상장 후 투자자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투자자와 프로젝트 업체 간의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투기적 거래가 일어나기 좋은 환경임. 

 

■ 향후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통해 투자자 및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한편,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기법의 개발도 필요할 것임. 

 

 - 현재 가상자산 관련 입법단계의 첫 번째 시도로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 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는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서는 향후 정책적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됨. 

  *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상 거래 감시의무 부과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금융위 및 금감원의 조사 · 조치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가상자산거래소의 감시 의무 이행을 모니터링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 검사 및 조사 인력과 기술적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 제출 대상 자료가 금융거래정보 및 개인정보에 해당할 경우 현행 금융실명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향후 과제로 남겨짐. 

 - 많은 알트코인의 경우 프로젝트에 대한 검증과정 및 거래소 상장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에서 문제가 있음에 따라 2단계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 발행 · 공시에 대한 보완 규정을 만들어야 함. 

 - 입법에 앞서 현 문제를 진단하고 객관적이고 수치적인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 거래를 탐지하고 포착하기 위한 연구도 중요할 것임.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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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hainalysis (2023), The 2023 Crypto Crime Report 

2) Dhawan, A., & Putniņš, T. J. (2023). A new wolf in town? Pump-and-dump manipulation in cryptocurrency markets. Review of Fi-nance, 27(3), 935-975. 

3) Li, T., Shin, D., & Wang, B. (2021). Cryptocurrency pump-and-dump schemes. Available at SSRN 3267041. 

4) Kamps, J. & Kleinberg, B. (2018). To the moon: defining and detecting cryptocurrency pump-and-dumps. Crime Science, 7(1), 1-18. ​ 

 

​※이 자료는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2권 13호](2023.7.7) '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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