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의장에 공화당 존슨 후보 선출, ‘공화당 더욱 우경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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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의회 하원은 25일, 공화당 후보 존슨(Mike Johnson; 51세, Louisiana주 출신) 의원을 새로운 의장으로 정식 선출했다. 이로써, 미 하원은 매카시(Kevin McCarthy) 전임 의장이 공화당 내부 분쟁에서 불거진 축출 결의로 해임된 이후 3주일 이상 이어져 온 의장 공백 상태를 해소하게 됐다. 이날 표결에서는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존슨 후보와 민주당 후보인 제프리스(Hakeem Jeffries) 의원이 대결을 벌였으나 220 vs. 209, 찬성 다수로 공화당 존슨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새로운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존슨 의원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출신으로, 변호사를 거쳐 2016년에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현재 4번째 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미디어들의 보도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성향을 가졌고,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조기 의결을 요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위한 예산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공화당, 4명째 후보로 겨우 의장 선출에 성공, 해결할 난제 산적”
한편,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지난 3일, 극렬 보수 성향 의원들 주도로 전임 매카시 의장을 해임 결의로 축출한 이후, 공화당 소속 의원들 간의 투표로 이번에 당선된 존슨 의원을 포함해서 도합 4명의 의장 후보를 선출했으나, 이번에 겨우 최종 결착을 본 것이다. 직전에는 에마(Tom Emmer) 의원이 후보로 지명됐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SNS에 반대 메시지를 올리자 곧바로 후보를 사퇴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의장 선출을 위한 표결이 진행되기 직전에 자신이 운영하는 SNS에 메시지를 올리고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마이크 존슨과 함께 걸어가 기필코 성공을 거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고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기능 부전에 빠져 있는 미 의회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당장 11월 17일로 다가오고 있는 임시 예산의 기한을 앞두고 연방 정부 예산안의 처리가 발등에 떨어져 있는 불이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 이미 몇 주일이 지나고 있으나, 현재 연방 정부는 양당이 9월 말 회계연도 종료 직전에 정부 파탄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합의했던 임시 예산에 의존해 연명해 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이제 임시 예산 시한이 불과 몇 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위한 예산도 계류되어 있고, 여기에 최근 불거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대응하는 對 이스라엘 지원 추가 예산도 시급한 안건으로 돌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미국 하원의장은 법률에 정해진 바에 따라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력 승계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요직이다. 의회 내에서의 권한으로는 ① 하원의원들의 소속 위원회 배치, ② 결의할 의안의 위원회로의 송부, ③ 가결된 법안 혹은 의안에 서명, 하는 등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행정부 혹은 상원과의 협상을 주도하거나, 의회에서 우선 처리할 법안을 정하는 등의 실질적 권한도 가지고 있다. (Nikkei)
■ “공화당 내부 계파 간 대립으로 긴급 현안 처리가 저해되고 있어”
미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천신만고 끝에 비교적 약관의 존슨 의원을 새로운 의장으로 선출하는데 성공했으나, 새로 선출된 존슨 의장의 의회 운영의 전도는 그리 명쾌하게 밝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중평이다. 미국 하원의 의장 선출 과정은 과반 찬성을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한다는 룰이 정해져 있다. 금년 초 전임 매카시 의장이 선출될 당시에는 공화당 당내 강경 보수파 의원들의 투쟁이 이어져 15 차례 투표 끝에 가까스로 과반 찬성을 획득해서 당선됐었다.
이번에도, 비록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의장으로 당선되기는 했어도 존슨 의장에게는 당장에 공화당 당 내부 파벌 간 대립, 그리고 집권당인 민주당과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내외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지가 커다란 중압감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캠페인이 격렬해짐에 따라서 민주 · 공화 양당 간에는 정치적 긴장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존슨 의장 선출 직후, 새로 선출된 존슨 의장에 대해 ‘정치적 인지도도 낮고 트럼프 지지 일원’ 이라고 존슨 의장 성향을 설명하고 있다. 동시에, 존슨 의장 선출에 따라 후임 선출을 둘러싼 투쟁으로 벌어졌던 의회 기능 마비는 해소됐으나, 결과적으로 공화당은 더욱 우측 방향으로 기울어졌다고 평했다. 동 통신은, 매카시 의장 축출로 촉발된 공화당 내부 계파 간의 역사적인 투쟁이 이스라엘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급 지원을 위한 추가 예산 및 연방 정부 폐쇄를 막기 위한 새로운 예산 성립을 저해해 왔음을 지적하며 앞날을 우려하고 있다.
■ “존슨 의장은 공화당 내의 정통 보수 세력과 선동 세력 간에 벌어진 투쟁의 산물”
이번에 51세 약관의 존슨 의장을 선출한 것은 분명히 정통적 보수 가치를 추구하는 기성 공화당 세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축으로 한 선동적(populist) 극우 세력 간의 대립이 노정되는 가운데 탄생된 산물이다 (Bloomberg). 존슨 의장은 2016년 트럼프가 미국 사회를 휩쓸며 백악관에 입성했던 시기에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된, 치자면 워싱턴 분위기에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신출내기 정치인이다.
즉, 존슨 의장이 탄생한 것은 공화당이 당내 서열 2, 3위였던 후보들을 옹립하는 데 실패한 결과물로 얻어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지난 화요일에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뒤 “민주주의는 때로는 혼란스러워도 그것이 우리 시스템이다. 지금 보여준 것처럼 공화당은 단합돼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출 과정에서 트럼프 지지 세력이 배후라는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 이상, 워싱턴에 미숙한 의장이 트럼프와 대립해 온 정통 보수 세력과 어떻게 대응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 존슨 의장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회의적이나 협상에는 열려 있어”
실제로 존슨 의장은 전례 없이 많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의장으로 취임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그의 유별난 정치적 성향도 크게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이전에 한 지방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연방 정부를 두고 “굶겨야 할 괴물(a monster that should starve)” 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지난 달 말 회계연도 종료를 앞두고 연방 정부 폐쇄를 방지하기 위해 제출된 단기 예산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존슨 의장은 과거에 2020 대선 결과와 관련해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부정하고 의회에서의 결과 인증을 거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심지어, 몇 개 주에서 선거 결과를 번복하기 위한 지지 서명을 모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트럼프 전대통령은 이번 존슨 의장 선출의 배후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존슨 의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가 3 번째 후보였던 트럼프 강경 지지자 조던(Jim Jordan) 의원에 비해서는 다소 ‘온건한’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던 의원이 강경한 자세로 인해 당 내에 많은 거부 세력을 만들어 온 것에 비해, 존슨 의원은 당내 파벌 내에서는 거의 적(敵)을 만들지 않았고, 불필요한 분란을 피해오는 등, 파벌 내에서는 화합을 이끌어 온 몇 안 되는 전형적인 보수 성향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는 공화당 내에서 ‘자유를 지키는 연합’ 및 ‘정통 가정의 가치를 지향하는’ 보수 성향 그룹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 민주당 “존슨 의장이 이끄는 공화당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기대”
이런 배경에서, 존슨 의원은 이번 주에 공화당 의원들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자신은 다가오는 11월 17일 임시 예산 시한을 넘겨서 다음 회계연도 이후로도 연방 정부가 계속 작동하게 하는 동시에, 예산 협상 기간을 확보하기 위한 임시 지출안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전에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최근에는 자신은 러시아와 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추가 지원한다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협상에도 열려 있다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블룸버그 통신이 ‘경제 안건’ 및 ‘기타 안건’에 대한 투표 성향을 XY 도표로 나타낸 ‘의회 투표 성향(Roll-Call)’ 분석 결과에서 존슨 의장은 전임 매카시 의장 및 에마(Emmer) 의원이 속한 그룹과 극단적인 보수 성향으로 잘 알려진 조던 의원과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보수 성향 의원들 중에서는 월등히 중립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자신도 원치 않은 임신으로 태어난 과거를 고백하면서 ‘자신이 임신 중절되지 않았던 것이 영광스럽다’ 말하는 등, 임신 중절에는 강력하게 반대하는(anti-abortion)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일부 민주당 의원은 존슨 의장 선출과 관련해서, 존슨 의장의 새로운 리더십 하에서 공화당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맥거번(Jim McGovern) 하원의원은 “웨이터가 바뀌기는 했으나 메뉴는, 좀 더 보수적으로 됐다는 것 외에, 마찬가지” 라며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한, CNN은 존슨 의장 후보 지명 결정 직후, 공화당 내부에서 존슨 의장에 대한 지지도를 나타내는 별도의 투표를 실시한 결과, 20여명의 의원들이 이 투표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존슨 의장을 선출한 본투표에서는 단 4명의 투표만을 잃었을 뿐이다. 아직도 공화당 내부에서는 계파 간 알력(軋轢)이 내연하는 상황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파국은 벗어났으나, 아직도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는 깊은 우려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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