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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창업생태계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5월22일 19시42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27일 20시36분

작성자

  • 박희준
  •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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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 돈이 천원이라도 들어가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산업 경쟁력 저하로 조선과 해운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과잉 투자와 누적되어 온 실적 부진으로 인해 관련 업계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지난 수년 간 제기되어 왔지만, 대상 기업은 여전히 방만한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대상기업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주 채권단인 국책은행과 금융당국의 무능함은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주 채권단인 국책은행들은 문제해결 의지도 역량도 없어 보인다. 지난 수년간 국책은행 경영진과 금융당국은 폭탄돌리기 게임을 해 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설 수 밖에는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세계 11위권 규모의 경제를 가진 국가에서 대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국책은행이 지원하는 행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조선과 해운 업계가 필요한 자금을 민간에서 조달했더라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관리 감독이 이렇게까지 허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돈을 빌려주었다면 빌려준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빌려준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선과 해운업을 일으키기 위해 수십 년 전에 국책은행에 의해 투입되었던 자금은 조선과 해운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을 이끌어 가던 십 수년 전에` 이미 회수되어야 했다.

 

국책은행과 정책금융의 역할… 조정되어야

경제개발을 위해 수십 년 전에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의 역할과 정책금융의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국책은행의 역할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가의 기간 산업을 일으키고 수출을 장려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는 것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대기업의 자금 조달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이제는 대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자금 지원과 불성실한 관리 감독으로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제, 국책은행의 역할은 다양한 영역에서 벤처 중소기업이 성장해가고 그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는 것에 중심축을 두어야 한다. 혁신적이지만 리스크가 높아 민간 벤처캐피털이 투자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구조조정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국책은행의 중요한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국책은행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운영하느냐의 문제에 앞서 국책은행의 지배구조부터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은 곤란하다.

 

구조조정이 벤처창업의 씨앗이 되는 토양이 마련돼야…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국책은행의 무능함을 탓만하고 있을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이번 구조조정을 또 다른 성장의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 혁신과 도전정신의 상징이었던 국내 조선해운업계 기업들의 문화는 성장을 거듭해 가면서 관료적이고 안정을 지향하는 문화로 바뀌었고, 결국 도덕적으로 해이해진 구성원들의 방만경영 속에 업계의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몰락과 노키아의 폐허 위에 만들어진 핀란드 벤처창업의 붐을 기억하자.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IT업계가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노키아를 통해서 축적된 기술은 4백여 개의 유망한 벤처창업의 밑거름이 되었다.

구조조정의 폭풍이 벤처창업을 위축시키는 장애물이 아닌 벤처창업의 붐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혁신의 상징이던 기업이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리고 기업가정신은 실종되어 가는 현실이 예비 창업자들의 꿈을 꺾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정부도 벤처창업이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도구임을 인식하고 구조조정과 더불어 벤처창업 생태계의 구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 바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민관이 협력하여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기술이 해외 경쟁 업체로 유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국내 조선 업계가 키워낸 핵심 인재들이 벤처창업 시장에 뛰어들어 또 다른 성장을 견인하는 그림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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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5월22일 19시42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27일 20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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