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67) 바톤 이어가며 꽃피우는 꿀풀과 식물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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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풀을 기억하시는지요? 이 꽃을 SNS에 올렸더니, 어릴 때 이 녀석들이 쏙 내민 꽃을 통째로 따내서 조금 좁아지는 꽃의 꼬리 부분을 빨면서 느꼈던 달콤한 꿀맛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 꽃은 식물 전체가 제법 통통하고 꽃도 소담스럽게 피어서 매우 건강한 이미지를 주는 사랑스러운 풀꽃입니다. 그 작은 풀꽃 식물이 제법 큰 식물 가족의 대표가 되어서 큰 풀꽃 가족을 이루었으니 대단하지요. 꿀풀과 식물들이 그들입니다. 꿀풀과 식물들은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바톤을 이어가면서 계속 피어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풀꽃도 있고, 조금 낯선 이름들도 있습니다.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은 꿀풀이 줄기와 잎의 꼭대기에 몇 층으로 꽃을 피우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 줄기를 따라 층층으로 다는 잎들 주변에 (식물학자들은 ‘잎겨드랑이’라고 부르네요.) 꽃을 피워서 꽃도 층층으로 피운다는 것인데, 각각의 꽃들이 잎들 사이로 쏙 고개를 내민 모습들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각 식물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참으로 묘하게도 바톤을 이어가면서 이들 풀꽃들이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이 풀꽃들이 피는 시기를 정확하게 알면 이 꽃들을 구분하기도 쉽지요. 이번 주에는 필자가 이른 봄부터 더운 여름철까지 만났던 꿀풀과 식물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장 이른 봄에 만나는 조개나물은 4월 초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4월 중순 쯤 한창 꽃을 만개하니 봄꽃 중에서도 매우 빠른 편이지요. 처음 보았을 때 필자는 이 녀석을 어릴 때 보았던 꿀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힘없어 보이는 점을 빼고는 대표선수인 꿀풀을 가장 많이 닮은 녀석입니다. 올해는 용인 고기리에 있는 낙생저수지에서 4월1일 처음 발견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양지바른 곳에서 잘 피어나는 꽃입니다. 조개나물은 그 줄기와 잎을 고혈압, 감기, 이뇨제 등의 약재로 쓴다고 합니다.
조개나물과 비슷한 시기인 4월 중순, 하순 경에 식물 전체의 크기는 매우 작고 가냘프지만 잎과 꽃 모양 모두 앙증맞은 모습의 광대나물도 꽃을 피웁니다. 광대나물은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톱니를 만들어 마치 인상파 화가 드가가 그린 발레리나의 치마가 연상되는 잎들을 줄기 위쪽으로 매단 다음 그 잎들 사이로 가늘고 긴 꽃을 내밉니다. 꽃의 가늘고 긴 모습이 광대를 연상하게 해서 그 이름을 얻은 것 같습니다. 과거 이 풀 전체를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는 데 썼다고 합니다. 광대나물이 제법 날렵한 모습의 광대를 연상시킨다면, 이 꽃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을 얻은 자주광대나물은 잎들이 전체 식물을 뒤덮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상당히 투박하게 보입니다. ‘자주’라는 접두어는 이 풀꽃이 줄기 맨 위에 달고 있는 잎들이 자줏빛을 띠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같습니다.
5월 하순부터 꽃을 피우는 벌깨덩굴도 매력적인 풀꽃입니다. 이름에 붙은 ‘깨’는 이 녀석이 내민 잎의 모양이 깻잎을 연상시켜서 붙은 것 같고, ‘벌’이라는 말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매다는 꽃들이 마치 벌을 연상시켜서 붙여진 것 같습니다. ‘덩굴’이라는 표현은 우리 조상들이 이 식물을 매우 세밀하게 관찰해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녀석의 꽃이 지고 나면 긴 줄기가 덩굴처럼 나와서 땅위를 기다가 뿌리를 내려서 다음 봄에 새로운 개체가 된다고 합니다. 역시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쳐 피우는 꽃모양이 매력적이라서 관상용으로도 심고 있고, 어린 순은 식용한다고 합니다.
이름도 다소 생소한 석잠풀은 필자의 집 주변을 흐르는 탄천의 지류 야탑천에서 큰 군락을 이루며 피어납니다.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물론 탄천 곳곳에도 피어나지요. 그래서 필자는 이 녀석의 사진을 선명하게 찍느라 애쓰곤 합니다. 비교적 길게 벋은 줄기에 일정 간격으로 매우 길고 뾰족한 잎들을 매단 후에 그 잎 주변에 역시 자주색 꽃을 피웁니다. 사진을 보면 5월 중순의 날씬한 모습부터 6월의 풍성한 모습까지 다양하지요. 이 녀석도 어린 새순을 식용으로 쓴다고 합니다. 이 석잠풀은 곧이어 탄천에서 피는 익모초와 곧잘 혼동을 일으키게 만드는 풀꽃이기도 합니다.
지난 7월 초 익모초를 SNS에 올렸을 때에 역시 반응이 많았습니다. 어릴 때 이름도 많이 듣고 직접 그 강한 쓴맛의 한약을 마셔 본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지요. 심지어는 소에게도 달인 물을 먹였다고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한자 이름인 익모초(益母草) 자체가 어미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 풀을 말려서 산후의 지혈과 복통에 썼다고 합니다. 그만큼 여성들의 원기 회복에 좋다는 뜻이겠지요. 위의 석잠풀과 이미지가 매우 비슷하지만 익모초는 7월 초부터 피기 시작하니 시기적으로 구분이 됩니다. 게다가 익모초의 잎은 몇 가닥으로 길게 갈라지는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꽃이 없어도 구분이 쉬운 편입니다.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맺어서 그 씨앗이 떨어지면 가을에 싹이 트고 조금 자란 풀이 월동을 하고 나서 봄이 되어 빨리 자란 후에 이렇게 다시 꽃을 피우는 두해살이풀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꽃이 너무 작아서 잘 눈에 띄지 않는 두 가지 꿀풀과 소속 꽃이 요즈음 많이 피고 있습니다. 하나는 산층층이라고 불립니다. 잎은 벌깨덩굴과 비슷하게 깻잎 모양으로 달리는데, 그 잎들 위로 꽃대를 세우고 내민 꽃의 크기가 참으로 작아서 잘 눈에 띄지 않지요. 그래도 꽃을 층층으로 피우기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었습니다. 어린 순은 식용으로 썼다고 하지만 맛은 그다지 없다고 합니다.
필자가 작년에 SNS에 ‘쉽사리 만날 수 없는 쉽싸리’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 쉽싸리도 꿀풀과 식물입니다. 역시 이맘때 꽃을 피웁니다. 쉽싸리는 1m 전후로 자라는 제법 큰 키에 10개가 넘는 마디 같은 층을 만들고 그 층마다 빙 둘러 내미는 길고 뾰족한 잎도 씩씩하게 보이는 식물입니다. 그런데, 그 마디마다 다는 꽃은 의외로 작아서 정말 쉽사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 꽃을 자세하 보면 꿀풀과 꽃들과 궤를 같이 하는 모양이지요. 어린 순은 식용으로 쓰고 자라면 약재로 쓰였다고 하는데, 필자는 작년에 이 꽃을 태봉산 아래쪽 밭에서 이 식물을 재배하는 모습도 발견했습니다.
이 밖에도 여름 시즌에 꽃을 피우지만 정말로 발견하기 어려운 송장풀, 골무꽃, 용머리 등의 꽃들은 금년에는 필자의 눈에 띄지 않아서 생략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향기를 머금고 피는 배초향, 향유, 꽃향유, 박하 및 산박하 등의 꽃들이 한창일 때 이들과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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