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노력의 성과, 어느 정도일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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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발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감을 표명한 지 2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 달초 발표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2년 성과 대국민 보고’를 접하고 깨닫게 되었다. 당시 우리 산업 전체를 흔들어놓을 만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3개에 대한 (불화수소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EUV 포토레지스트 등)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책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이런 자세로 정부가 과거에 의욕적으로 제시했던 중요한 대책의 성과를 점검하는 보고를 내놓은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대체로 이런 종류의 정부 정책들이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는 목적으로 제시되었다가 그 여론이 식은 후에는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소재/부품/장비(이후 소부장으로 표기)야말로 우리 산업의 장래가 걸려 있는 분야이므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므로 어쩌면 당연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이 사실은 우리 수출구조를 잠시만 살펴보아도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우리 산업이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1990년에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간재와 중간재 및 자본재를 합친 (소부장으로 간주할 수 있는) 품목들의 비중은 각각 34.4%, 48.4% 정도였으나, 2000년, 2010년 모두 그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졌고, 2020년 기준으로는 각각 70.5%, 86.5%로 높아졌다. (물론 1992년 이루어진 중국과의 수교가 이러한 변화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변화에 대해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소부장 분야에 더 경쟁력을 가진 구조로 변모한 것이며, 이를 자랑스럽게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더욱이 이들 분야에 우리 산업의 미래를 걸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셈이다.
<그림> 가공단계별 수출구조의 변화 추이
자료: 한국무역협회, 무역DB
지난 2년간의 노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표명한 정부
먼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대국민 성과 보고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정부는 네 가지 분야에서 성과를 크게 이룬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첫째, 소부장 산업에서의 특정국 (일본) 의존도 감소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고, 둘째, 소부장 분야 연구개발의 결과를 사업화하여 3,30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4,451억원의 투자를 달성했으며, 셋째,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의 수가 크게 늘었고, 넷째, 위기 극복을 넘어서서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것이다.
일단 전반적으로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동안 노력한 부분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른바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의존해 왔던 일본을 염두에 두고 (재작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해 왔던 만큼, 일본으로부터의 소부장 수입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먼저 소부장 200대 핵심품목의 대일의존도가 2019년의 31.4%에서 2021년 현재는 24.9%로 낮아졌고, 다음으로 당시 문제가 되었던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EUV 레지스트 등의 대일수입도 금년 5월까지 460만 달러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3.6%나 감소하였으며, 나아가 소부장 산업 전반으로도 대일, 대중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의 다변화를 이루는 성과를 올렸다고 보고하고 있다.
성과 대비 투입 코스트는 비효율적
이러한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먼저, 이 대응책을 제시하면서 정부가 투입하기로 한 전체 예산 규모가 7조원에 이르렀는데, 그 성과로 제시하고 있는 소부장 분야 연구개발의 사업화를 통한 매출 규모는 3,306억원에 머무르고 있어 투입한 노력에 비해 실질적인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7조원이 아직 다 투입된 것도 아니고 사업화를 통한 매출액이 향후에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해서 예산을 투입한 경우 나타나는 성과는 몇 배로 이루어졌던 과거 사례와는 사뭇 다른 결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소부장 산업 자체가 오랫동안의 경험 축적이 필요한 분야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의 성과를 단기적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제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소부장 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노력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산업 육성 노력의 효율성을 도외시해야 하는 특별한 정책적 목적 하에 이루어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문제가 되었던 3대 핵심품목 중 불화폴리이미드 필름을 생산하기 시작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이 분야 매출액이 27.1억원이고, 위에서 언급했던 불화수소 수입액 감소도 금년 5월까지 23.8백만 달러 수준인데, 그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즉, 일본의 수출규제 도입 당시에도 지적되었듯이, 반도체 생산에는 필수불가결한 핵심소재들이지만, 이들 3대 품목의 대일 수입액 자체가 반도체 매출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였던 만큼 경제적으로만 본다면 예상되는 작은 성고를 얻기 위해 지나치게 크게 일을 벌였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드러난 수입대체 금액이나 신규 매출액 창출에 비해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지불해야 했던 비용은 참으로 컸던 셈이다. 당시에도 일본의 중소·중견업체가 특화하고 있는 이들 3대 품목에 대한 일본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가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었다.
산업의 효율성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결국 일본업체들의 효율적인 소재 생산을 활용하지 못하고 대신 상당히 비효율적인 국내 업체들이 생산한 품목을 쓴다든지, 혹은 대단히 멀리 떨어진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든지 하는 결과는 결코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라는 명제의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일본 정부를 직접 설득하거나 적어도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미국, EU 등과 연대해서 일본 정부로 하여금 수출규제 자체를 철회하게 만드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통상외교 측면에서의 후속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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