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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광의 바이오 산책 <4> 유전자 발견과 산업 응용기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6월08일 17시10분

작성자

  • 오태광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주)피코엔텍 상임고문,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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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유전(遺傳)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쩐지 김동인이 1932년 발표한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단편소설이 문득 생각난다. 생식능력이 없는 남자가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는데, 자기와는 중간 발가락이 닮았다고 말하면서 자기 아들임을 주장한 소설이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외모는 물론이고 개인 성격뿐만 아니라 걸리기 쉬운 질병의 종류까지 아들, 딸에게 전해지는 것을 유전된다고 말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후손에게 전달되는 피부 및 머리카락 색깔, 얼굴 모양, 성격, 질병에 대한 저항성, 건강지수와 같은 세부 형질이 전해지는 현상을 유전이라고 하고, 이런 특징적 형질을 만드는 데는 각기 다른 유전자가 있다. 이번 바이오 산책에서는 후손에게 전달된 특정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가 어떻게 발견되었고, 유전자를 산업적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생물체에 집어넣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유전의 발견과 유전자 확인>

 

  유전은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이 완두콩을 이용한 여러 가지 실험으로 멘델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유전원리를 처음으로 밝혔다. 이때는 주로 완두콩의 색깔과 모양이 후손에 유전되고 있다는 것을 밝혔고, 부모 완두콩의 색깔과 모양이란 유전형질이 자식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발현(Expression, 發現)을 통계적으로 밝히면서 시작되었다. 

 

1865년 멘델의 저서에는 자식에게 전달되는 현상을 특질(特質,Trait)이란 말을 사용하여 정확하게 지금의 ‘유전’이란 개념과는 차이가 있었고, 그 당시에는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였다. 멘델이 사망한 후 16년이 지난 1900년에 3명의 과학자인 코렌스(C.Correns), 체크마크(E.V. Tschermak), 드 브리스(H. deVries)가 각각 연구하여 멘델의 연구를 재발견하면서 멘델의 업적이 알려졌다. 

 

멘델의 법칙이 알려진 후 과학자들은 멘델이 말한 특질이라는 유전물질에 집중하였다. 유전자(Gene)라는 말은 1909년 덴마크 빌헬름 요한센(Wilhelm Johannsen)이 처음 사용했는데 단지 개념이 있는 의미로 표시한 것이지 물질적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였다. 1928년 프레드 그리피스(Fred Griffith)가 쥐 실험에서 독성이 있는 세균과 비 독성세균을 각기 주사했더니 당연히 독성세균을 주사한 쥐만 죽었고, 비슷하게 다른 쥐 실험에서 독성세균에 열을 가해 멸균한 뒤 주사하면 쥐가 죽지 않았다. 하지만 비 독성세균과 함께 멸균하여 사멸한 독성세균을 동시에 주사하면 쥐는 죽었고, 죽은 쥐에서 독성세균이 발견되어 독성이 비 독성세균으로 옮겨가 독성세균으로 되는 즉 유전되어 형질이 전환하는 것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 오스와드 에이베리(Osward Avery)는 가열된 독성세균에 DNA 분해효소, RNA 분해효소, 단백질 분해효소를 각각 작용시킨 후, 비 독성세균을 첨가하여 쥐에 주사했더니 DNA 분해효소를 첨가한 시험관만이 독성세균이 검출되지 않았고 쥐가 죽지 않은 것으로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얻었다. 나아가서 1943년 에이버리(O.T. Avery)가 DNA를 따로 분리하여 형질전환(形質轉換, Transformation)시험으로 DNA가 생물의 형질을 운반하는 물질로 밝혔고 유전자가 DNA 형태로 존재하는 실물임을 밝혔다.

 

 하지만 그 당시 많은 과학자는 유전은 단백질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단지 에어베리의 주장으로만 생각하였다. 허시(A.Hershy)와 체이스(M.Chase)가 세균에 감염된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는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유전자의 본체가 DNA라는 사실을 확정하였다. 특히, 1953년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DNA의 이중나선형을 밝히면서 유전과 유전자복제에 대한 많은 의문점을 밝히게 된다. 

 

 유전형질을 가지는 유전자는 DNA의 4개의 염기인 Adenine(A), Thymine(T), Cytosine(C), Guanine(G)중 1개씩 사슬 상으로 배열되어 있고, 대응하는 사슬은 A는 T와 C는 G와 대응하여 이중나선형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들 염기 3개가 합해지면 1개의 아미노산(예, AAA는 리신, GAA는 글루탐산 등)을 암호화하고 있다. 즉, 염기서열을 죽 해석하면 아미노산의 연결된 특정 단백질을 알 수 있게 된다. 단백질을 특정화하는 염기배열을 분석하는 방법은 1977년 맥삼(Maxam)과 길버트(Gilbert)가 개발한 방법으로 성공하여 실제적인 유전자를 가시화할 수 있었다. 

 

유전자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연구자가 특수한 형질(예, 효소 단백질은 물질(1)⟶물질(2)변환등)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분리하여 단백질을 특성화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이용하여 고가의 단백질을 저렴하게 대량생산하거나, 불가능했던 생체물질을 특정 효소단백질을 만들어 인위적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오늘날과 같은 높은 삶의 질과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기반이 되었다. 

 

<유전자 재조합기술(Recombinate DNA Technology)>

 

 유전자는 유전 정보의 기능적 단위로서 협의(俠義)로는 세포를 형성하여 유기적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서열이고 광의(廣義)로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의 RNA를 만드는 역할과 DNA에서 RNA를 만드는 전사(傳寫, Translation)와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포함한다. 특히, 유전자는 이중나선으로 존재하다가 나선이 풀리면서 1개 가닥씩 복제되어 재생 성장하고 다음 세대 자손에게 유전이 된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결정하는 화학적 방법을 개발한 맥심 길버트 방법(Maxim-Gilbert sequencing)은 1977년 노벨상을 수상 되지만 방사성 표지 사용과 복잡성 때문에 실제로 사용은 많지 않았고, 역시 노벨상을 받은 1977년에 개발된 프레드릭 생어(Fredrick Sanger)의 생화학적인 방법은 사용이 간편하여 유전자의 염기서열 결정에 주로 사용되었다. 

 

유전자 서열이 결정되자 유전 정보를 이용하여 생체에서 얻기 어려운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 Recombinant DNA Technology)을 개발하게 된다. 대장균은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고 복제가 가능한 자기 증식형 플라스미드(Plasmid) DNA를 가지고 있는데, 플라스미드에 원하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삽입하고 대장균을 증식하면 원하는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대장균은 보통 2배로 늘어나는 시간이 15분에서 20분으로 굉장히 빨리 자라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대장균을 시작으로 고초균 (Bacillus), 효모(Yeast)등의 미생물의 각종의 플라스미드가 개발되어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아주 빨리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Insulin)인데, 당뇨병 환자 한 명이 필요로 하는 인슐린을 얻기 위해서는 50마리의 돼지 췌장이 필요한데, 대장균을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법으로 생산하면 아주 저렴하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유전자 재조합법으로 생산된 효소를 이용하여 범용 및 정밀 화학물질까지 생산하여 미생물 화학공장을 기본으로 한 합성 화학 분야까지 발전하였고 실제로는 부품 소자를 바이오 재조합기술로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하였다. 화학 공정을 사용하면 에너지가 많이 들고 환경오염이 심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반응(Side reaction)이 많아 생산 수율이 낮은 단점이 있다. 그런데 촉매 효소 유전자를 재조합한 균주를 사용하면 이를 극복하여 저공해의 고효율 저에너지 공정 개발이 가능하다. 

특기할 사실은 현재 화학적 기술로는 전혀 생산할 수 없는 고가 고기능 화합 물질도 재조합 효소를 이용해 생산에 성공한 예는 수없이 많다는 사실이다. 


<생물 종간 유전자 재조합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는 소, 몸은 사람인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로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를 사랑하여 태어난 끔직한 괴물이다. 말하자면 종간 유전자를 섞는 일인 셈이다. 물론 그리스 신화 이야기는 현재 과학적으로는 전혀 가능성이 없고 자연계에서의 유전자가 재조합되는 잡종은 아주 가까운 종끼리만 가능하다. 

 

생물을 분류할 때 가장 큰 개념인 계(界, kingdom)부터, 문(門, Phylum), 강(綱, Class), 목(目, Order), 과(科, Family), 속(屬, Genus), 종(種, Species)으로 내려간다. 잡종은 생물분류의 마지막 단계인 다른 종(種)끼리만 가능하다. 수사자와 암호랑이 사이에 태어난 라이거(Liger)라든지, 암말과 수탕나귀의 잡종인 노새가 그런 예인데, 호랑이와 사자는 모두 동물계, 척추동물, 포유류강, 식육목, 고양이과, 큰고양이속까지는 모두 같고 종만 다르다. 하지만, 라이거나 노새는 수컷이 정자를 만들지 못해서 번식시키는 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인간이 만든 종간 잡종 기술의 대표적인 예가 포메이토로 ‘뿌리에는 감자가 줄기에는 토마토’가 열리는 식물을 들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잡종인데 대부분 뿌리에 감자라고 하는데, 사실은 감자도 땅속줄기라는 사실이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여 감자와 토마토를 각각 세포벽을 효소로 분해하여 없앤 후 융합시켜서 만든 것인데 실제로 감자와 토마토 두 가지 모두를 생산은 하지만 소출량이 너무 적어서 경제적 이익이 없으므로 단지 세포 융합기술을 보여주는 예로만 사용되었다. 

 

이런 종간 경계를 뛰어넘는 유전자 재조합기술로 많은 실용화에 성공하였다. 세포융합은 다른 세포와 세포에 염색체 전체가 마치 두 개의 물방울이 가까이 다가가면 합쳐지듯이 융합되는 방식인데, 현재는 종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서 필요한 유전자를 한두 개 골라서 전혀 다른 생명체에 주입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주입받는 생명체가 원래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에서 가져와서 주입 시키든지, 또는 유전자를 가지고는 있는데 능력이 좋지 않을 때 능력이 좋은 유전자로 바꾸어 넣기도 한다. 유전자 재조합에 의해서 만들어진 옥수수를 예로 들면, 옥수수가 해충에 공격으로 피해 심한데, 해충을 죽이는 독소를 만드는 세균인 바실러스(Bacillus thuringiensis)에서 독소인 BT 독소 전구물질(Ptotoxin)을 만드는 유전자를 분리하여 옥수수에 넣어주면 옥수수가 독소를 만들어 해충과 같은 곤충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서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바실러스가 만드는 독소는 곤충만 죽이지 인체에는 전혀 독성이 없으므로 옥수수를 사람이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옥수수만 예를 들어보더라도 수많은 유전자 재조합을 하여 더 단맛이 나는 옥수수부터 가공이 쉬운 옥수수, 저장성이 높은 옥수수 등 얼마든지 우리가 원하는 옥수수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콩, 쌀, 채소 등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까지 우리가 원하는 농축산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아가서 생식을 저해하는 유전자를 병원성 모기에게 주입하여 병원성 모기가 번식하지 못 하게 하여 모기 유래 질병을 예방하거나 비슷한 방법으로 생산이 어려운 고가의 의약품도 쉽게 미생물과 동식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될 정도로 발전하였다. 

 

 특히, 개발되어 이미 상용화하고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아주 정확하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유전자 재조합이 가능하여 앞으로 바이오 분야에 가장 임팩트(Impact)가 높은 기술 중 하나이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색소성 망막염으로 실명한 쥐의 뇌세포에 건강한 유전자(MerTK)를 주입하여 망막세포의 기능을 조사한 결과 세포 기능이 회복되어 볼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이런 기술은 아직은 치료를 할 수 없는 많은 희귀병이나 치료가 안 되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전자 재조합기술은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요소도 많지만, 도움이 되는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에 집어넣어 발현시켜서 품질이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먹거리에 사용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콩, 밀 쌀 등 이미 많이 작물에 사용하여 생산성을 높여서 인류 식량부족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용 시 생명윤리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 

 

특히, GMO는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삽입했을 때가 문제인데 유전자를 주입하거나 편집하지 않고 단지 제거했을 때는 어떻게 될까? 최근 양송이버섯의 경우처럼 버섯을 칼로 자르면 갈변(褐變, 과일이나 채소 따위를 칼로 깎았을 때, 그 부분이 갈색으로 변하는 일)하는데, 갈변에 작용하는 효소(Peroxidase) 유전자를 제거하고 생산하면 칼로 잘라도 변색하지 않는 새로운 버섯을 만들었다. 다른 유전자를 주입하거나 편집하지 않고 제거했기 때문에 GMO에 해당하는지 문제화되었다.

 

 자신의 유전자 1개를 제거하든 다른 유전자를 주입하든, 제거하든, 편집하든 모두 유전자 조작이어서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새로운 유전자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유전자 정보 해석과 유전 정보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오늘날 지구촌 인구에게 의학, 약학, 식품, 화학, 환경 등 산업에 매우 유익한 면도 있지만, 여전히 해결할 숙제도 많은 분야이다.

 

<맺는말>

 

  유전자의 발견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여주었고, 동시에 풍요롭게 만들어준 획기적인 기술이고, 산업을 바이오 및 ICT 근간의 4차 융합 산업혁명으로 발전시킨 진화적 기술이다. 물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많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진보한 기술이다. 유전자 발견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설명할 때 대표적이고 중요한 전환 과학기술에 이바지한 몇 분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은 수많은 연구자가 노력하여 만든 종합적 기술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이미 의학, 약학, 식품, 화학, 환경, 융합 등을 중심으로 모든 미래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이미 주요 원천기술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는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유전자가위)기술의 활용은 지금까지 세포 내의 유전체를 대상으로 주로 이용되었는데 이제 세포 내에서 근본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Mitochodria)까지 가능하여 유전자 재조합 기술 활용 폭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하고 있는 GMO 문제나 인간에게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사용했을 때 생길 수도 있을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연구과제의 한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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