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의 반란, 프레임 전쟁의 서막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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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영자가 정치의 전면으로 나왔다. 개그우먼의 변신(變身)이 아니다. 현 정권 지지층의 변심(變心)이다. 고소영,강부자(이명박정권),성시경(박근혜정권)에 이은 또 다른 신조어가 문재인정부에서 탄생했다. 이영자(二嶺自)현상,20대/영남/자영업자가 크게, 빨리 이탈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루가 다르게 빠지고 있다.
조어(造語)의 명장 박지원의원이 이름을 붙였다. 그래도 현정권을 많이 편드는 민주평화당의 지도급인사가 민심의 흐름을 꿰뚫은 것이어서 여권은 처음 쓴웃음을 지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영· 자>는 각인효과를 만들며 문재인 정부를 내내 뼈아프게 할것이다. 현 정권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FRAME)로 국민들의 뇌리에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자 현상>은 <소득주도성장>의 반동(反動)이다. 민생의 아우성이다. 그래서 심각하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에서 보듯 다른 정권의 신조어들은 끼리끼리 뭉쳐 해먹는다(?)는 비아냥의 성격 이었지만 이영자는 차원이 다르다. 정권의 현재적이고 실질적인 위기를 부르는 이름이다. 집단적 이탈의 대명사다.
개그맨이며 진행자인 이영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없다. 높은 인기로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넉넉한 그 모습대로 늘 상대를 배려하고 안아주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이미지로 사랑받는다. 그녀가 웃고 함께 울어주면서 행복과 위로의 바이러스를 선물한다는게 국민개그우먼으로 그녀를 꼽는 이유다. 국민들은 이영자같은 이미지를 기대하며 문재인 후보에게도 표를 줬을것이다. 당선된 뒤엔 그런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도 국민앞에 했다. 그러나 집권1년반만에 정치일선으로 뛰쳐나온 이영자 현상엔 행복한 이영자가 없다.
일자리가 없는 20대는 이제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한다. 거기에 고용세습이라니,빽있는 아버지를 둔 자식들이 정규직으로 사다리를 올라타는 현실에 ‘일반청년’들은 분노한다. 영남PK들,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주력경제인 조선과 자동차업계가 무너질 지경인데도 물들어올때 노저으라는 정부의 인식에 탄식한다. 자영업자들,우리나라 서민의 다른이름이다. 청년들의 아버지요,형이요, 또 20대 자신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영자,그들은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주축들이다.
20대의 지지는 영원할것 같았는데 이탈속도가 심상치않다. 청년실업률이 최고치 일 때도 꿈쩍않던 정권이 지지율 변화로 옮겨가자 화들짝 놀라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정희의 고향 구미시장까지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 영남벨트를 확고하게 만들어준 피케이의 급속한 민심이반이 계속된다면 집권당 대표가 호언한 진보정권 20년플랜에 치명타가 될것이다. 자영업자들의 변심은 시간의 문제였을뿐 당연한 귀결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50%초반까지 내려와 마지노선이라는 40%대의 코앞에 와있다. 집권1년6개월의 지지율로 보면 50%대는 아직도 역대정권 최고치다. 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이 40%대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대였다. 그러나 촛불의 절대적 지지 민심과 국민적 여망을 안고 80%대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라서 반토막으로 접근해가는 지지율 추이와 하락속도 그리고 이영자 현상으로 대변되는 이탈의 성격은 위기의 징후로 볼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도 음주운전과 술집폭행,갑질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청와대 직원과 참모들의 잇단 일탈은 과연 그들의 눈과귀는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묻게한다.
야권은 벌써 레임덕을 말하기 시작했다. 정권과 민심을 흔드는 요소들이 전방위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내부의 권력투쟁 양상은 레임덕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검찰출두를 앞두고 부인 김혜경씨의 트윗터 계정을 조사하겠다면 그 트윗터에 담겨있다는 문재인 대통령 아들의 공기업 특혜채용의혹 또한 가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여당은 난리다. 대통령을 겨냥한 저항이요, 이재명다운 승부수다. 또 한명의 대권주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어렵사리 합의한 탄력근로제 연장을 무력화시키려는 노조집회에 참석했다. 박시장 또한 서울도시공사 세습고용문제로 국회 국정조사 증언대에 올라설 운명이다. 대권을 향한 각 주자들의 위기와 기회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권력싸움이 시작된 분위기다.
또하나의 권력, 어쩌면 가장 강력한 장외권력 민주노총도 현 정부와 맞서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심 고뇌속에 추진하려는 정책전환은 번번히 이들 앞에서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뺏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대의 지지세력이 최대의 리스크로 반전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이 민노총은 더 이상 소수파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해본 말에 그칠뿐 안하무인의 폭력현장에서도 경찰공권력이 손끝하나 못대는 현실권력이 민노총이다. 그 실체를 알면서도 후환이 두려워 손 못대거나 애써 무시하는 이른바 '검은코끼리'(Black Elephant)가 민노총이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최대의 우군이라고 보는 그들이 이탈세력이 될까 두려워서 일것이다.
보수는 때를 만난듯 민노총을 악의축으로 보고 총공세를 펴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이영자현상으로 치환하려는 전략도 더 집요해 질것이다. 여권의 대선주자들은 저항과 각자도생으로 부단하게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를 던질것이다. 전선은 더 선명해졌다. 프레임의 전쟁이 시작됐다. 나를 내세우고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의식화의 틀>이며, <실행의 도구>이고 <세상을 바꾸는 창>을 구축하려는 프레임의 승부가 본격화될것이다. 새해 총선정국이 다가오고 총선너머엔 대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3기를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는 지금의 프레임을 계속 밀고 나갈것인가를 고뇌해야 하는 분수령을 맞고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미국의 인지 언어학자 레이코프는 이 말로 프레임 이론을 정립했다. 미국정치에서 코끼리로 상징되는 보수 공화당에 맞서 진보 민주당이 승리하는 방식을 짠 프레임 전략이다. 보수의 정책을 비난만 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 정책의 인지도를 각인시켜주는 선거 전략에 말려든다는 거다. 정작 진보의 정책은 묻혀버리고 보수가 친 언어의 그물에 갇혀 결국 선거에서 패배 한다는 거다. 코끼리를 보지말고 나를 보라는 거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가장 성공한 프레임은 ‘바보야,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stupid!)다. 아칸소주의 젊은 주지사 클린턴이 재선을 노리는 보수의 아이콘 아버지부시를 경제를 직시하라는 이 선거구호로 패배시켰다.
항산(恒産)이라야 항심(恒心)이라 했다. 배를 고프게 하는 쪽에 누가 마음을 주겠는가? 가진게 없는데 누가 행복하겠는가? 김대중 대통령도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가지라 하지 않았는가? 진보정권이 그 주장대로 20년 이상을 집권하려면 행복한 이영자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정책의 기조와 실행궤도를 어떻게 바꿀까(Reframe)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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